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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 스티븐 호킹&레너드 믈로디노프 공저) 스티븐 호킹 저

 런던에서 건축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허준영박사님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윤병욱입니다. 그림 같은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십 수년을 알고 지낸 인연이 릴레이북으로 까지 이어지니 한편 행복하면서도 평소 독서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저로서는 난감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나마 가끔씩 고르는 책도 전공분야인 생명과학과 늘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학 때는 Robin Cook의 메디컬 스릴러 『Fever』, 『Mutation』 등을 시리즈처럼 몰두한적도 있고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부족한 정서함량을 위해 드라마 "장희빈"으로 "퓔"을 받아 『조선왕조실록』을 섭렵한 적도 있었습니다. 어쨌건 우리나라로 돌아온 지 2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통근 길로 다니던 아름다운 에딘버러 로열마일의 기억을 그저 오늘처럼 그리워하며 『생각의 지도』를 붙잡고 동서양의 차이를 탐독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 드리고 싶은 책은 스티븐 호킹 교수의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 스티븐 호킹·레너드 믈로디노프 공저) 입니다. 현 시대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로 꼽히는 그가 2010년에 발표한 책으로 발간되자 마자 단번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나는 누구인가", "무 와 유", "시간과 공간" 등 존재에 대한 고민은 전인류역사를 통하여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에게 가장 큰 공통의 화두였을 것이며,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는 오늘날, 특히 호킹 교수와 같은 물리학자에 의해 정립되어지는 이론으로 부 터 그 화두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외람되게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석학반열에 올라있는 그의 책 속에서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불가할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감히 그의 저서를 폄하하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아주 감명 깊게 읽은 분도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물리학 전공자가 아닌 불민한 한 인간의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원초적인 궁금함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여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싶은 욕심 때문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그의 이전 저서들 『시간의 역사』 (1988),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1997) 라는 책과 비교하여 볼 때 본서에서 새롭게 다룬 부분은 다중우주론 (Multiverse Theory, M-Theory, 다중우주론) 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3차원의 공간에 시간개념이 포함된 4차원으로 설명됩니다. 호킹 교수는 우주를 설명하기에 4차원만으로는 불가하여 7차원까지 이론을 발전시켰고, 본 저서에서는 10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을 더해 11차원으로 우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평한 공간이 아닌, 블랙홀 등으로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의 속도가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우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본서의 요지입니다. 즉 단일 우주론으로 설명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우주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우주는 신의 개입 없이도 자연적으로 충분히 만들어 질 수 있으며, 중력이론 및 양자역학 등의 과학적 설명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종교계와 과학계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비록 이론 물리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논리의 비약이 너무도 많고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정답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것일 수도 있고, 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소비성논쟁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론정립의 첫 출발이 너무도 빈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글로 말미암아 저의 무지함이 드러난다 해도 어느 한 독자님으로 부 터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이를테면 빅뱅 이론(Big Bang Theory) 같은 경우입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아주 작은 무한대의 강력한 중력점(특이점, singularity)이 팽창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 지금의 우주에 이르렀다는 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최초의 그 특이점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이점 이외의 공간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그 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그리고 그 점 바깥은 무엇이었나? 과학자들은 특이점 이외의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없다(nothing)’라고 설명합니다. 이것 역시 모두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공간은 있는데 물질이 없다는 의견과 아예 시공간 자체가 없다는 의견들을 제시하지만 결국 핵심은 ‘공간 없음’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물리 법칙에 의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서에서 호킹 교수가 "없는 것"에 대한 설명이나 토론은 무의미하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이 불문율은 확실히 물리학 분야에서 통용이 되는 듯 합니다. ‘무’와 ‘유’에 대한 논의를 과학이론으로 정립하고 증명하고자 하면서 ‘무’에 대한 설명은 접어두고 가자 하는 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킹 교수 역시 이러한 고민을 엄청나게 하지 않았을까 싶고 그래서 적용한 분야가 중력과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의 물리학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모두에서 언급한 "우주는 신의 개입 없이도 자연적으로 충분히 만들어 질 수 있다"의 이론적 배경으로 이용한 듯 합니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존재의 문제에 대해서 그의 이론 물리학적 접근방식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공감을 일으킬만한가를 조금 더 깊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은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고,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개념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존재하는 시공, 즉 영원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화두를 던지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것이 설명하기에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Richard Nisbett의 『생각의 지도』를 소개합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책이지만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생각의 양식의 표현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에딘버러대학교 연구실에 첫 출근한날, 보스와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당연히 점심식사를 대접받을 줄 알았던 나. 보스는 see you later 하곤 비닐봉지에 싸온 빵조각을 꺼내 유유히 당신 혼자 점심을 들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내가 잘 못 왔나 싶은 오해를 한 적도 있었지만 아마도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를 미묘하게 잘 표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님으로 계시는 홍점규 박사님을 소개합니다. 엄청난 동안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그의 섬세함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았습니다. 깊이 있는 홍박사님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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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jsyoon) 2014-07-14

스티븐호킹의 책이 꽤나 어려워보이는데요. 읽어서 이해를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모르겠어요. 11차원이라니... 상상초월이네요.^^ 그에 비하면 생각의 지도는 좀 만만해보이는군요. 호기심도 생기구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