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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이식 저

 오랫동안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식물 방어에 대하여 연구하셨고, 몇 년 전부터는 국내 경북대학교에서 이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펼치고 계신 윤병욱 박사님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홍점규 입니다. 따뜻한 강제로 넘겨받았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윤 박사님께서는 이런 부담을 주시면서도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언제나처럼 참으로 인자하고 따뜻하셨지요. ‘이런 날이 결국 나에게 닥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양서라고 딱히 읽은 책도 없이 학창 시절에는 그야말로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오고 거의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관련된 문헌들만 뒤지며 지내 온 터라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대학에서, 사회에서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고 토론하였던 선배님들의 모습을 닮지 못한 듯합니다. 몇 년 전에서야 국내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무슨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바쁘기로 치자면 학생 시절이나 박사후 연구원 시절보다 지금이 더욱 바빠졌지만, 이제라도 시간을 쪼개어 작은 책부터 조금씩 읽어나가면 언젠가 읽어낸 책의 숫자도 늘어나고 연구실 밖으로부터 깨닫는 인생의 지침 같은 것들도 하나씩 늘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몇 권 손을 대 본 정도 입니다.

  오늘 소개 드리는 책은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입니다. 요즘 제 주변에는 전부를 다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목소리들이 여기 저기 들려 옵니다. 나라도 이것 저것 다 뜯어 고치라 하고 전국의 대학교는 대학교 대로 난리라서 학교마다 교수님들은 교육과 학문 탐구라는 본업에 충실해야 할 시기에 각종 회의에 불려 다니며 지쳐들 하고 계십니다. 신입의 모습을 아직 벗지 못한 교수로서 스스로가 상황의 변화들에 여전히 당황해 하면서 민첩하게 따라가고 적응하지 못해서 일는지는 몰라도 변화를 외치는 소리들이 부담스럽고 시끄럽게도 들리고 때로는 이로 인하여 주눅 들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이 책의 제목에서 왠지 모를 위로 같은 것을 받은 것 같습니다. 변화하지 않고 행복한 나라가 내가 잠깐이나마 머물러 있던 그 영국이었다니 말입니다. 정작 에딘버러에서 지낼 때에는 집과 연구실을 아침 저녁으로 살살 걸어서 오가는 조용한 길이 단지 정겨울 뿐이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연구를 한다는 사실에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돌이켜 보니 조금만 더 생각하였다면 이제는 다시 찾아가기에는 쉽지 않은 영국에서의 시간을 더 값지게 누릴 수 있지는 않았었나 생각되는 반면, 그곳의 사람들이 사는 방식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2년은 잠깐 일 수 밖에 없었다는 말로 어제의 나를 변명해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실제 내용이 영국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서 예전 것만을 지켜내어 행복했다라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야말로 ‘온고지신’을 오랜 세월을 통하여 체득하여 사는 사람들입니다. 살아가는 데에 행복 할 수 있는 몇 가지, 불편하지만 사는데 특별히 문제가 안 되는 것 몇 가지에 대해서는 무던히 붙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꾸어야 할 것들은 오랜 기간 동안 걸쳐 매우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이지요. 책에서 기술되지는 않았으나 작은 것들을 하나씩 바꿔오는 가운데 놓치지 않은 것은 함께 어울려 사는 모든 사람들이 변화에 대하여 이해를 가지고 생활 속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바꾸지 않았을 때에 결국 일어난 프랑스 혁명과 같은 큰 사건을 영국은 겪지 않고 근대로 넘어 왔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변화하지 않는 영국의 것들에 대하여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프랑스 정원으로 대표되는 유럽 대륙의 화려하고 웅장한 정원과는 대비되는 소박하면서도 안온함을 주는 몇 평도 안 되는 집 앞 정원을 가꾸는데 땀 흘리는 일반 영국인들의 검소하고 부지런한 모습(p 53)을 배우고도 싶습니다. 오늘 하루를 보낸 날씨와 일상에 대하여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웃들과 나누는 삶의 여유와 평화를 대대로 만끽한다는 펍(p98)의 느긋한 문화를 누리며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우리에게는 호화로운 왕실, 이와 관련된 각종 스캔들로 익숙한 곳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을 통해 영국의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특히 화려한 음식을 포함하는 대표적인 영국 요리는 없지만 바삭 하게 구운 베이컨, 소시지, 토스트, 계란, 토마토, 버섯, 커다란 티 포트에 가득 담아 내오는 홍차, 꿀과 과일, 요구르트를 섞은 시리얼(p194)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English breakfast’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정성을 곁들여 푸짐하게 내오는 것이라 합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하여 이렇게 요약합니다. “이렇다 할 재주는 없지만 작은 일에도 성실하고 꼼꼼한 영국 사람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거창한 요리 대신 ‘영국식 아침 식사’의 명성을 탄생시킨 것이다”. 오후에는 투박한 스콘과 쨈, 생크림이 곁들여져 차림새가 풍부해진(제 눈에는 별로 풍부해 보이지 않습니다만) ‘afternoon tea’ 시간(p198)을 누리지요. 큰 욕심 없이 가족과 친구, 이웃과 더불어 검소하게 사는 모습 속에 행복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영국에 살면서도 가보지 못했던 옥스퍼드 대학교와 캠브리지 대학교를 이 책을 통해서 간단히나마 접하게 되었고, 영국 사람들의 교육과 전통에 대한 신념, 그 속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와는 달리 많은 수의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고등학교 1학년 과정 후 직업교육을 받고 졸업 후 바로 직업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려고’ 온 학생들이 대부분인 대학교(p295)에 항상 학구적인 열심으로 넘쳐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대학교 교육을 받지 않고 직업을 갖는 학생들도 각자의 직업에 해당하는 보수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리 여유롭지는 않지만 검소한 일상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처럼 이렇게 많은 고등학생이 수 많은 대학교에 들어와서 직업 교육도 아니고 학문의 연마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에서 20대 초반의 소중한 몇 년을 보내는 것인가 생각하면 우리 학생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는 6년 전에 이곳 경남 진주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에딘버러에서의 매일처럼 이곳에서도 늘 학생들 가르치고 개인적인 연구활동을 하는 일 외에 동네를 둘러보거나 이곳의 사람들과 사귐의 시간을 가질 겨를 없이 지내 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주변의 가까운 분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동네 뒷산도 산책하는 등 지내기도 익숙해 지는 듯 합니다. 진주는 많이 변화하지 않고 조용하고 오래된 도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이 이곳에 터를 잡고 오랜 동안 사는 사람들을 변화하지 않고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그 가운데 조금씩 바뀌어 온 것들은 무엇일까, 내가 또 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를 기대하게 됩니다.

 책을 몇 권 읽지 않은 사람에게 내 인생을 대표하는 책이라든지 함께 추천하고 싶은 책을 내라하니 부담이 여간이 아닙니다. 주변 어르신들 말씀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인터뷰 속에서도,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때로는 깨달음을 받기도 합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추천으로 매일 아침 메일로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고도원 선생님께서 어떠한 책을 읽으시고 특정 부분을 간단히 발췌하여 소개하고 당신의 깨달음을 나누는 형식입니다. 이 분이 출간한 ‘못생긴 나무가 나무를 지킨다’는 이분의 라디오 출연이 인연이 되어 시작한 이러한 글들을 모아 두 권으로 묶어진 책입니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쉬어가며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책이 될 듯 합니다.

 저의 대학원 석사와 박사과정 동안 연구를 위한 여러 실험적인 부문이나 살아가는 일상의 지혜에 관해서나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지금도 그 때 그 모습처럼 머나먼 노르웨이에서 연구의 열정을 태우고 계신 누님 이연경 박사님께 바통을 넘깁니다. 누님께서 언젠가 주신 두꺼운 책 몇 장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 둔 것이 새삼 생각나 죄송한 마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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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영국사람들처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어요.

윤정선(jsyoon) 2014-07-14

영국은 콘텐트의 힘이 대단한 나라이지요. 올림픽 개막식 장면을 보면서 이나라가 그동안 이룩한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걸 느꼈습니다. 저도 이참에 이책을 찾아서 읽어보고싶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손지훈(htlaz) 2024-05-27

꼭 읽고 하셨군요.퇴근 길에 잠실역에 있는 큰 서점 두 곳을 들러봐야 겠습니다.오늘 시간 안 빠짐 이번 주 內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