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김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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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기술대학교 홍점규 교수님으로부터 소개 받은 이연경 입니다. 평소에 홍교수님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온 탓에 이런 권유를 받고도 물리치지 못한 제 나약함을 탓하게 됩니다만 제가 감명깊게 읽은 책을 많은 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싶다는 욕심또한 포기하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때까지 무시무시한 독서력을 자랑해오다 중학교때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독후감에 대한 강요를 받으며 반대급부로 책을 손에서 놓은후 한동안 책을 멀리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박사를 받고 노르웨이에 와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5년여 일을 하지 못하고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그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게 되었는데 제 연구경력에는 5년의 공백이 큰 흠으로 작용하였을지 몰라도 인간 이연경이 되는데는 책과 함께 한 5년이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었다 여겨집니다. 요즘은 연구활동과 기타의 개인적인 활동으로 책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틈이 생기면 항상 책을 들고 있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살면서 ‘바빠서…..’라는 핑계를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 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기에 요즘은 전자책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책을 읽는 행태는 사실 특정한 방향이 없습니다. 대학원생때, 논문읽을 시간도 없는데 뭔 책? 하는 꾸중을 들으면서도 숨어서 공상과학소설을 읽었고 당연히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이라 그 분야와 관련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실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경제, 경영, 역사서 그리고 최근에는 인문서적에 꽂혀서 행복한 책읽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은 김훈 님이 쓰신 ‘칼의 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어릴적부터 꼽아오던 저에게 칼의 노래는 벼락치는 충격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대부분의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인간적으로 동떨어진 그야말로 시대를 구한 영웅중의 영웅으로 나오는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십니다. 오래전 ‘불멸의 이순신’을 드라마로 보며 원작으로 참고되었던 ‘불멸의 이순신’ (김탁환 저)을 읽게 되었었는데 총 10권의 분량을 밤을 새며 3일만에 완독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책 역시 영웅 이순신에 촛점을 두게 됩니다.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책에는 굉장히 극적인 사건을 많이 두어 이순신의 추락과 성장과 성공을 다루고 있기에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통쾌함과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하곤 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의도는 어떠했을지 모르나 반일과 애국심에의 호소를 바탕에 깔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제가 소개하는 ‘칼의 노래’는 철저히 인간 이순신에 중심을 싣고 있습니다. 류성룡이 쓴 ‘징비록’에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엿보이지만 아무래도 징비록은 임진왜란의 시종을 대한 책이라 이순신의 모습은 적은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건 우리가 알듯이 이순신은 조국의 산하는 왜구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었고 민초의 삶은 쓰라렸으며 조정은 갈곳을 잃어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는 총체적인 난국에 봉착합니다. 기존의 책에 나온 이순신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수퍼맨이나 아이언맨과 같은 절대적으로 대단한 사람이지만 여기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두려움과 민중에 대한 가여움, 자신을 믿지 않는 조정에 대한 원망 적에 대한 분노등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그 처절하게 가여운 인간적인 모습을 건조한듯 힘있게 써내려간 ‘칼의 노래’는 감히 제가 읽은 책들 중 최고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 몸의 깊은 곳에서,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 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작년에 북극과 가까이 있는 노르웨이의Svalbard라는 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마 태고의 모습이 이런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량하고 적막한 곳입니다. 온통 얼음이나 눈으로 덮여있지 않으면 세상이 날때부터 거기 있었을 것 같은 거대한 바위나 바다가 있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저는 칼이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징징징 울려대는 칼의 울음말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자연에서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칼이 울리는 소리가 제 내면의 소리인지 혹은 자연이 제게 주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불현듯 마음을 가르고 이순신이 떠오르며 그 황량한 자연을 대했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생각하면 울컥 치밀어 오르는 뭔가를 느낍니다.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복잡할때나 인간사가 맘처럼 되지 않아 괴로울때 이 책을 잡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온몸으로 짊어져야했던 그사람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고민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깨닫고 다시 힘을 얻게 됩니다.
우선은 앞서 언급한 몇가지 이유로 류성룡의 ‘징비록’과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을 함께 읽으시길 권합니다. 이순신에 대해 써놓은 기존의 책들 중 가장 대중적인 책들이면서 앞서 말씀드린 칼의 노래와 비교를 하며 읽으신다면 또다른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이들과는 다르게 과학자의 삶에 대한 책 한권을 소개합니다. DNA의 구조를 밝힌 왓슨이 쓴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Aviod boring people)’를 추천합니다. 자서전인데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왓슨의 어린시절부터 대학생, 대학원생, 조교수, 교수 그리고 노벨상을 받기까지 그와 함께 했던 과학과 그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홍점규 교수를 비롯한 대학원 동료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저의 대학원생활과 현재 저를 이루어주는 많은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참 즐겁고 뿌듯한 마음으로 책에 심취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개해 드리고 싶은 또 다른 책은 빌로스가 지은 ‘식물, 역사를 뒤집다 (Fifty Plants that Changed the Course of History)’입니다. 아무래도 식물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저로서는 식물에 대한 무한집착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에 알게된 이 책은 식물이 인간의 생활에 기여하고 공생하는 관계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와 아름다운 그림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과학적인 접근보다는 편하게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읽으시면 재미나실 겁니다.
멋지고 핸섬한 외모와는 다르게 스포츠에 만능이며 일에는 엄청난 열정을 갖고 사시는 저의 이웃 신윤섭 박사님을 다음주자로 추천합니다. 일이면 일! 노는거면 노는거! 가족생활이면 가족생활! 어느것 하나 부족함 없이 딱 부러지며 항상 웃고 긍정적인 신윤섭 박사님의 무한 긍정에너지는 어떤 책읽기를 향해 있을지 개인적인 궁금증을 가지며 그간의 애정에 호소한 다소 무리한 부탁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신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 화끈한 독서후기 감사합니다.^^ 이연경님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신거 같아요. 추천해주신 책 모두 읽어봐야겠습니다. 일단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는 빌려다놓았으니 그것부터 즐겨야겠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