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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이달의 주자: 하희상)

  요즘 에너지 분야의 핫 이슈인 해양 플랫폼 엔지니어로 노르웨이 NGI에서 열심히 연구활동을 수행중인 신윤섭 박사님으로부터 소개 받은 하희상입니다. 항상 미소짓는 얼굴로 만능 스포츠맨이면서 새로움에 도전하는 엄청난 열정을 가진 신윤섭 박사님의 권유를 받고 긴장도 되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훌륭하신 분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대학시절 요즈음이라면 문제가 될만한 철학 책을 몇 권 읽은 후로는 공대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거의 과학분야 책만 주로 읽은 것 같습니다. 인문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자연과학이나 공학에 매력을 더 느끼는 성향에 기인한 듯 합니다. 돈이나 성공을 위해서 일 수도 있으나 충실하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삶에 바빠서 좋은 책보다는 급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는군요. 지천명의 나이가 다가오는데 천명은 커녕 아직 유혹도 떨쳐 버리지 못했으니 참 걱정이 됩니다만 제가 죽은 후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세상에 도움이 되었다’ 라는 평가를 받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폴 케네디가 쓴 ‘강대국의 흥망’입니다. 전 세계의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이 조금 시들해진 이후에 ‘대굴국기‘라는 생소한 단어와 함께 중국이 부상하고, 세상이 다원화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힘을 얻고 있군요. 긴 저성장의 터널을 지난 후에 일본은 흔들거리고 있고 독일을 제외한 유럽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약화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태평양에서 세력재편에 대한 의지들이 아주 조그마한 섬을 빌미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원 때 지도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이 책은 1500년대 합스부르크 왕국을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의 강대국의 생산지향의 경제력의 변화와 소비 지향의 군사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책으로 도표와 통계 자료들이 충실하게 있어서 역사학자가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경제에 대한 깊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 깊이에 맞게 책도 두껍고 무거워서 책을 읽다가 지치면 베게로도 유용합니다.
역사적으로 영원한 강대국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로마, 몽골 제국, 합스부르크 왕국 그리고 근세의 대영 제국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힘을 잃고 평범한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제국들은 주변 세력으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종교 전파와 신대륙의 식민지를 얻기 위해 전쟁을 정당화 해왔습니다. 이러한 전쟁의 흐름속에서 새로운 경제력의 주체가 강자로 떠오르는 것을 반복해 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인 분석을 통하여 현재 미국과 새로운 다원화된 세력의 도래를 예측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인데,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근간을 경제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쑹훙빈의 ‘화폐전쟁’에서 미국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부채가 미국의 쇠퇴를 예측하였고 그 결과물로 우리는 2013년 ‘재정 절벽’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예산 절감을 위해 아시아의 안보를 일본에 맡김으로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전 세계의 공장에서 출발하여 알리바바나 샤오미와 같이 정보 통신 시장에까지 발을 넓히며 경제력의 기반을 쌓고 있는 중국이 근래에 새로운 패권 국가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수 천년 동안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우리나라는 역사에 기초한 지혜를 최고로 발휘할 때가 된 듯 합니다.
미국이 쇠망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세력이 많이 약화된 것도 같은데 지속적으로 전쟁을 만들어내는 묘한 능력이 있고 인터넷의 표준 언어는 영어이며 전세계 시장의 75%를 미국영화와 드라마가 지배하고 있고 곧 망할거라는 뉴스가 한국에서만 난무하는 애플은 계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네요. 이제 한류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어쨌던 세상이 움직이고 있으니 새로운 도약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일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을 이룬 후 강대국가가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남북통일을 이룬다면 강대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해봅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이 책이 나온지도 십 몇 년이 흘렀으니 예측의 정확성을 논할 시점은 되었지만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행이니 향후 미래를 예측할 때 다양한 역사적 해석과 실증적인 수치는 이 책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경제적인 시각으로 좀 더 접근하려면 찰스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를 또 문명사적 입장에서 다가가는 것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곁들여 보시면 맛있는 메인 요리에 훌륭한 디저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아이보리코스트 연안국가의 코코아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군요. 이 때문에 초콜렛 가격이 오른다고도 하고요. 이렇게 미생물은 우리의 삶에 다양하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에서 수분이 70%라고 하지만 사실 몸을 이루는 세포중에 70%는 미생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버너드 딕슨의 '미생물의 힘'은 바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미생물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차분히 기술한 책입니다. 페스트균이 르네상스를 도래시켰고, 나폴레옹의 원정에 발목을 잡았으며 감자농사를 망치는 미생물로 인해 아일랜드에서 신대륙으로의 이민과 미국의 부흥으로 연결되었다는군요. 과학적인 현상과 인문적인 현상의 연결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취미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질소 고정세균을 포함한 미생물들에 좀 더 관심이 가는군요.

 가정생활과 직장일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뤄내면서도 넘치는 열정을 숨기기 어려운 장경애 과학동아 본부장님을 릴레이 주자로 추천합니다. 가족을 위한 요리와 음악과 같은 세밀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과학과 수학에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과학 저널리즘과 과학관 전시기획 및 경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장경애 박사님의 속 깊은 책읽기 세계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무리한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장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윤병욱홍점규이연경신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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