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이달의 주자: 장경애) 정재승 외 2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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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친구인 하희상 박사로부터 추천을 받은 동아사이언스의 장경애입니다. 거의 20여년 넘게 각자 바쁘게 지내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접한 하박사가 선물 대신 독후감을 쓰게 만드는군요. 요즘 머리도 복잡하고 해서 엘리스 먼로의 소설과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이번 ‘숙제’를 받고서는 갑자기 학습의욕이 불타올랐습니다. 그래서 잡은 책이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입니다. 카이스트에서 강의 잘하기로 소문난 교수님들이 신경생물학으로 들여다 본 뇌의 일생(정용교수), 의사결정의 신경과학(정재승 교수), 동물행동학으로 푸는 생존과 번식의 방식(김대수 교수)을 3강 씩 강의한 것을 활자로 묶은 책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살이에 자신이 생긴다기보다 겸손해야 겠다는 마음이 드는 요즘 신경세포들의 집합인 뇌가 어떻게 마음을, 의사결정을 이루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책장을 넘겨봅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뇌 신경과학자들이 거머쥐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GPS가 인공위성이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속 ‘장소세포(place cell)’와 ‘격자세포(grid cell)’에도 있음을 증명한 연구입니다. 우리가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간다고 가정합시다. 뇌는 현재의 위치로부터 광화문을 찾아갈 수 있는 ‘장소세포’와 이순신 동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교보문고가 왼쪽에 세종문화회관이 있음을 파악하는 ‘격자세포’의 기능으로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갑니다. 듣고 보면 그럴 듯하지만 이 연구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뇌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4kg 정도인 뇌는 머리뼈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주름을 만들어 진화했습니다. 모두 펴서 늘어놓으면 사람의 뇌는 신문지 1장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겉보기에는 작은 기관 같지만, 뇌는 우리 몸에서 혈액의 25%, 하루 섭취 열량의 20%를 소모하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입니다. 신경생물학자인 정용 교수의 강의에서는 신경세포가 시냅스와 연결돼 뇌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중추신경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뇌질환이 뇌의 탄생과 죽음으로 어떻게 연속선상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리학자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재승 교수의 강의에서는 “인간은 어떻게 사고하고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가? 그리고 그런 우리가 모인 사회는 또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의문을 ‘의사결정 신경과학’으로 이야기합니다. 심리학, 행태경제학이 신경과학과 만나는 접점에 우리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단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넓게 보면 동물행동학자로 부를 수 있는 김대수 교수는 동물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뇌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는지 이야기 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과 경쟁 또는 생식과 생존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행동을 뇌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MIT의 세바스천 승 교수는 우주보다 복잡한 행동의 원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 하며 100억개의 신경세포가 100조개의 신경세포로 연결돼 있는 뇌의 연결 패턴을 지도처럼 만든 것이 커넥톰이라 소개하며 우리가 신경회로의 기능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회로를 모두 밝히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신경회로의 지도가 밝혀지면 인간의 행동을 인간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행동을 조절하는 유전자,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전자의 기능, 그리고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회로의 지도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도전적인 여정에 큰 박수를 보내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를 읽고 나니,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생각의 지도’를 다시 펼쳐보고 싶어졌습니다. 심리학자인 리처드 리스벳의 책으로 서양을 대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과 동양을 대표하는 공자의 후손들을 분석한 비교문화연구서입니다. 암묵적으로 서양의 사고방식이 우월하다고 교육받았던 필자가 동양의 종합적 사고방식과 서양의 분석적 사고방식에 대한 차이점이 과학, 사회, 언어습관 등에 어떻게 투영됐는지를 보게 된 책입니다. 미지의 우주와 같은 뇌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기능적 특징을 이해할수록 생각의 지도를 이해하는 인간의 지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코센릴레이북에 참여해주실 분은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의 이정모 관장님이십니다. 이정모 관장님은 지역구의 작은 자연사 박물관이 어떻게 생동감 넘치게 관람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워풀한 네트워크로 대중이 과학자를 만날 수 있는 강연프로그램을 끊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바쁘신 이정모 관장님의 책사랑은 놀랍습니다. 페친으로 이정모관장님이 읽으신 책을 페이스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포만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벌써부터 이정모 관장님께서 어떤 책을 이야기 하실까 궁금합니다.
리뷰 내용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저도 한번 꼭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