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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생각하는 즐거움(이달의 주자:한선화 KISTI 원장) 전창훈 저

  한국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님으로부터 “박사님, 혹시 KOSEN 아세요?”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사실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제가 바로 16년 전에 KOSEN을 시작한 사람이거든요. 10년간 과제 책임자를 하고, 책임자를 이관한 이후에도 쭉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나름 생각했었는데, 마음만큼 활동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초기에 KOSEN 서비스에는 ‘날아라 책’이라는 재미있는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eBook이 있지도 않았고, 왕래도 빈번하지 않아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KOSEN 회원들이 국내 서적을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라 서로 책을 돌려보는 카페였지요. 다 읽은 책을 게시판에 올리면 다음 읽고 싶은 사람이 책을 신청하고, 그러면 책을 다 읽은 사람이 자비를 들여 책을 보내주는 구조였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표지 안장에 간단한 한줄 독서평을 적도록 하여 서로의 느낌도 공유할 수 있도록 했지요. 지금은 사라진 서비스이지만 사람도 하기 힘든 세계일주를 한 책도 가끔 있었습니다. 릴레이 북이라는 코너를 듣고 ‘날아라 책’이 생각났어요.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사람냄새 나는 커뮤니티다운 기획이구나!’ 무릎을 탁 쳤지요. 저는 지금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원장입니다. 16년 전에는 KOSEN 지원단장이었지요 :)

 

   저는 특이하게 두 권의 책을 추천하려 합니다. 첫 번 째 책은 ‘엔지니어의 생각하는 즐거움’입니다. 그 동안 읽었던 책에서 찾기 보다는 새로 읽은 책을 소개하고 싶었고, 마침 책상에 놓여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제목,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셨지요? 맞습니다. 지금은 프랑스에 계시는 전창훈 박사님이 KOSEN 웹진에 연재하셨던 글이지요. 그 글이 모이고 다듬어져 책으로 나왔습니다. 더구나 전창훈 박사님은 바로 이 ‘릴레이 북’의 첫 번째 주자이셨더군요. 참으로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하시고, 지금도 은퇴 후를 위해 왕성한 지식활동을 하고 계시는 저자이니만큼 글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흥미롭고 교훈이 됩니다. 특히 부제에 씌어 있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인생을 위한 나만의 생존 전략’은 기대수명 80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마치 주문처럼 다가옵니다.

책은 크게 5개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 째 파트는 ‘생계형 인간에서 풍류형 인간으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특히 ‘2%의 기술 차이가 200%의 가격 차이를 만든다’와 같이 우리가 선진국을 추격하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기 위해 주시해야 할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통-재미-인기가 이공계 르네상스의 주인’이고 ‘놀이하는 인간이 성숙의 시대를 이끈다’며 지속가능한 인생과 창의적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합니다.

두 번 째 파트는 ‘생각의 점프는 어떻게 찾아오는가’라는 제목입니다. 저자의 흥미진진한 인생 역정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겨움과 두려움 : 창의성은 이 두 가지를 극복하는 과정이다’라는 글을 통해 미래를 보고 현재를 충실히 극복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미래의 잡종강세 시대’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격려하면서 동시에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며 경험의 트랩을 경계하기도 합니다.

세 번 째 파트인 ‘시대를 읽으면 갈 길이 보인다’와 네 번 째 파트인 ‘과학으로 철학하기’에서는 저자의 박학다식한 면면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특히 ‘늘 새로운 것이 쏟아지는 이공계에서 즐기며 살려면 항상 깨어 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관록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기 계발 에너지를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도 없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도 없습니다’라며 ‘저는 저축보다는 전문 지식 습득과 활용을 노후 보장 방법으로 정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업무 자료에 형광펜을 그어대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에서 저자의 삶의 철학과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 째 파트의 제목은 ‘엔지니어의 영혼으로 사회를 읽다’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준엄하게 현실을 비판하고 재단합니다. 한국의 고질적인 학벌 우선주의, 수직적인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위한 제언, 교육과정의 문제, 신용카드와 주식, 환경과 정치 등 그야말로 저자의 관심의 영역에는 끝이 없는 듯 합니다.

글 한 편이 4 쪽을 넘지 않는 단문으로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을뿐더러, 전창훈 박사님의 익살스런 표정과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더욱 즐거웠습니다. 여러분도 곁에 두시고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KOSEN의 지난 웹진을 찾아 읽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

 

이상훈 장편소설 - 한복입은 남자

두 번 째 책은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출장길에 eBook으로 가져갔던 ‘한복입은 남자’입니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종시대의 과학 천재 장영실이 역사에서 하찮은 죄를 이유로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린 것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저자가 이탈리아의 천재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여러 기계 장치들이 장영실이 설계한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치밀한 조사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집필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루벤스가 그린 <한복입은 남자>의 모델이 바로 장영실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물론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이지만, 이야기의 원형들은 역사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추리 속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10년에 걸쳐 충분한 고증을 거치고 역사적인 자료를 준비하여 장영실의 흔적을 추척한 이 책은 잡자마자 제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다빈치, 솔직히 말하자면 그림만 그리기에는 너의 재주가 너무 아깝다. 나는 조선의 발명품인 자격루 만드는 방법과 기중기, 천체 기구와 비차 만드는 방법을 너에게 다 가르쳐주었다. 너는 나에게 배운 지식을 더욱 발전시켜서 과학과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신을 위한 세상이 아닌 사람을 위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본주의다. 과학과 기술이 인본, 즉 사람이 중심이 되어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보낸 조선 임금의 뜻이자 또한 나의 뜻이다. 내 말을 알아듣겠느냐?” 가슴이 두근두근 하시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다음 주자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서상현 소장님입니다. 사실 서 박사님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기관장 모임에서 잠시 뵙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서 소장님은 연구소에 소설 목민심서의 저자를 초청하여 교양강좌를 열고 연구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하는 등 폭넓은 문화 활동을 하신다고 합니다. 지난 번 만나뵈었을 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소장님께서 권해주실 책이 어떤 책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강양구 김명진 원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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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shhahn)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공무원

정보/통신분야 전문

윤정선(jsyoon) 2015-07-13

앗! 코센 책임자이셨던 원장님께서 전창훈박사님께서 르네상스 공돌이에 연재중인 책을 추천하니...
뭔가 데쟈뷰같은 묘한 느낌이 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