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패로 (이달의 주자: 이상희) 메리 도리아 러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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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매리 도리아 러셀의 <스패로> 황금가지(같은 출판사에서 <영혼의 빛> 으로도 번역되었습니다)(Sparrow, 1996)입니다. 이 책은 과학소설 중 명작으로 꼽힙니다. 저는 이 책을 인류학 개론 강의 시간에 보조 교재로 쓰기도 합니다. 과학 소설과 인류학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스패로>는 2019년에 우주 저 편에서 들려 오는 아름다운 소리에서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생물체를 만나러 가야 할 지부터 시작해 구구절절 적법한 절차에 대한 끝없는 토의를 시작하는 국가기관과 달리, 로마 교황청에서는 예수회 신부이자 언어학자인 ‘에밀리오 산도스’를 대장으로 일곱 명의 민간인들로 이루어진 탐험대를 즉시 띄워 보냅니다. 이방인들을 비롯한 자연 현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던 예수회의 기나긴 역사를 이은 거죠. 탐험대는 4.3광년 떨어진 행성까지(가는 데에만 17년이 걸리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 없는 여행길에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행성 라카트 (지구에서 붙인 이름이죠)에 도착한 이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과 교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구 시간으로 2059년,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홀로 살아 돌아온 산도즈 신부는 남창으로 일한 혐의와 유아 살해 혐의를 받습니다. 희망, 사랑, 아름다움, 신에 대한 열정적인 믿음과 함께 시작한 모험이 어떻게 끝났을까요?
책은 (지구의) 40년 동안 일어난 일을 추적해 갑니다. 우리 지구인의 귀에 아름답게만 들려 오던 소리의 참혹한 현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돌아온 산도스 신부의 입에서 서서히 밝혀 집니다. 책 제목 <스패로>는 기독교 성경 마태복음 10장 29절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너희 아버지는 다 알고 있나니.” 에서 따 온 것입니다. 무한한 사랑의 신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난 산도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스패로>는 훌륭한 책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기획해 보는 과학 덕후(?)들, 그리고 “이방인”과 만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선의의 작은 잘못들이 가져오는 큰 만행’은 인류학자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스타트랙의 팬이자 인류학도인 제가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책이죠? 인간의 특별성과 신의 존재에 대한 종교 주제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러셀은 이 책의 속편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God) 을 비롯하여 다수의 책을 썼습니다. 러셀의 작품 세계는 ‘스패로 1, 2편’처럼 미래의 지구와 또 다른 행성에서 비롯, 그리고 최근의 서부 소설 <닥> (Doc), <묘비명> (Epitaph)까지 다수 있습니다. 러셀의 소설가 경력은 고인류학자로서의 경력을 뒤이은 커리어입니다. 러셀은 1980년대, 고인류학의 여러 문제를 기발하게 풀었던 고인류학자였습니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이 식인 행위를 했는지를 기발하게 알아냈죠. (이 이야기는 “인류의 기원”첫 번째 꼭지 “원시인은 식인종?”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었습니다.) 고인류학자로서, 대학교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다 전업 작가로 전환한 러셀의 첫번째 작품이 바로 <스패로>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곳곳에 고인류학, 혹은 인류학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더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뼈의 변형과 운동 역학적인 관찰을 통해 라카트 행성인의 직립 보행을 묘사합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기발한 유머 감각이 책의 곳곳에 양념처럼 등장해서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입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앤 박사와 그 남편은 저자 부부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고백할 것이 있는데, 저는 이 책의 영어본을 읽었었습니다. 그 후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 기뻤습니다. 번역본을 읽어 보니 매우 부드러운 매끈한 번역이었는데, 제가 원작 내용을 알고 번역본을 읽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다음 주자로 전은지 박사님께 바통을 전달합니다. 전 박사님은 한국, 미국에서 항공 우주 공학을 공부하고 현재 독일 DLR (Aerospace Engineering Center)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는 과학자입니다.
책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시간이 되면 찾아서 읽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