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이 달의 주자: 전은지) 앤디위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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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이야기 해볼까,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10권은 족히 되었습니다. 과학서적도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문학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책이 앤디위어의 ‘마션’입니다. 많은 분들이 책보다 영화로 더 익숙하실 겁니다. 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았던 2015년작 마션은 원래 책으로 먼저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항공우주공학자이기 이전에 우주 SF의 빅팬입니다. 어쩌면 우주 SF 덕질을 하다가 항공우주공학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제 ‘덕심’을 들끓게 한 이 책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보죠.
배경은 2035년 유인 화성 탐사가 현실이 된 때의 이야기입니다. Ares 3호는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를 포함한 6명을 태우고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폭풍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마크 와트니는 실종되고, 나머지 팀원들은 임무를 중단한 채 화성을 떠납니다. NASA는 마크 와트니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지요. 그 때, 모래 더미에 쌓여있던 마크 와트니가 정신을 차립니다. 파편에 부딪히면서 생명 유지 장치가 고장 나 신호가 끊긴 것뿐, 그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계획이 시작됩니다.
그가 처음에 생각한 살아남아야 하는 시간은 다음 유인 탐사선이 올 4년 후 까지였습니다. 그리고 기지에는 300일 가량 버틸 수 있는 식량이 남아 있었죠. 일단 그 때까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굶어 죽지 않으려면 먹을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와트니는 기지에 감자를 심기로 합니다. 감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물과 흙이 필요하죠. 그는 그것을 화성 기지에서 만들어 내기로 합니다. 마션은 하드SF로 분류됩니다. 하드SF란 과학적으로 꽤나 정확한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는 SF를 말하는데, 앤디 위어의 마션은 그런 종류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소설은 각종 숫자와 고증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는 마크 와트니가 감자 재배에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하는 이야기의 매우 초반부터 시작됩니다. 마크 와트니는 중간에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몇 번의 폭발과 좌절을 거치고, (우리의 주인공이 늘 그러하듯이) 감자 재배를 성공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구와의 통신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에서, 통신을 하기 위해 이미 종료되었으나 어느 정도 통신 기능은 남아 있으리라 예상되는 “Mars Pathfinder”를 찾아갑니다. 이 때 이미 지구에서는 와트니의 생존이 보고되었습니다. Ares 3호의 미션지 주변을 모니터하던 나사의 직원에게,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보고 된 것이죠. 와트니는 패스파인더를 찾아내었습니다. 지구에서는 그와의 통신 방법을 생각해 내기 위한 의논이 시작되었습니다. 카메라와 16진법이 동원되고, 와트니의 생존은 지구에 공식적으로 보고됩니다. 화성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와트니의 노력과, 그를 살리기 위해 지구에서는 온갖 방법이 논의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모두의 염원대로,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 책은 아주 자세하고 비교적 많은 사실이 철저하게 고증된 하드 SF에 해당되지만, (전부다 고증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화성 모래 폭풍은 과장되었습니다. 화성은 대기의 밀도가 매우 낮아서 사람을 날려 버릴 만한 폭풍은 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의 낙천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반나절 만에 ‘나는 여기서 결국에는 죽게 될 거야’ 라고 비관하며 우울증에라도 걸렸을 것 같은, 저 아무도 없는 화성에 그는 혼자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판에,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감자를 심습니다. 무려 플루토늄 원자력 전지를 호일로 싸 히터로 사용하면서, 이게 터져 죽나 얼어 죽나 그게 그거라는 유머도 그는 잊지 않습니다.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것은 와트니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 하나 살리자고, 목숨을 걸고 팀원들은 화성으로 돌아가고, 이외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걸거나, 목숨을 거는 거죠.
네, 그래서 어쩌면 이 이야기는 판타지 일지도 모릅니다. 와트니처럼 낙천적인 사람은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고 이런 많은 희생을 하는 곳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린 후, 뿌듯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람이 아니고, 세상이 이렇지 않을망정, 인간은 이런 것을 꿈꾸며 여전히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웅은 슈퍼맨이 아니라 .‘희망 한 톨 보이지 않아도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 내일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아니, 점점 동떨어져 가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크 와트니같은 낙천주의자도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않고, 끝까지 지켜 보고, 함께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을 때, 세상은 아름다움에 1mm라도 가까이 갈 것입니다. 시원하고 기분 좋게 읽히는 하드SF, <마션>을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주자는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천문학자, 이명현 선생님입니다. 이명현 선생님께서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에서 천문학을 수학한 천문학자로 최근에 과학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별 헤는 밤>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천문학자인 이명현 선생님께서 멋진 책을 권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셔~ 영화로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시간이 남는 시간에 보게된 마션~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