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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삭임 (이달의 주자: 이명현) 칼 세이건 저

 

  오래 기다리던 책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라고 출판사에 강력하게 제안한 것이 아마 15년 전 쯤 일겁니다. 바로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책입니다. 칼 세이건과 그의 동료들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어서 보낸 ‘골든 레코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보이저1호와 2호가 발사된 때가 1977년이고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978년의 일이니 거의 40년 만에 한글로 번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1977년 8월 20일에 보이저2호가 발사되었습니다. 탐사 경로 때문에 보이저1호는 2호보다 늦은 9월 5일에 발사되었습니다. 태양계 내의 거대 기체행성들을 탐사하는 것이 보이저 탐사선의 주된 목표였습니다. 보이저1호와 2호가 보내온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의 사진은 우리들의 인식 범위를 태양계 외곽으로까지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던 이들 외행성에 대한 이해가 커졌고 이에 따라서 태양계의 형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도 높아졌습니다. 보이저1호와 2호는 이들 행성탐사를 마친 후 태양계 외곽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보이저2호는 전기 동력이 다해서 지구로 신호를 보내지 못한 채 여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이저1호는 아직 지구로 신호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2020년대 중반 쯤이면 보이저1호의 신호도 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이저1호는 현재 지구로부터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135배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습니다.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가장 먼 거리까지 간 물체입니다. 하지만 태양계의 끝인 오르트 구름에 도달하려면 아마도 3만년은 더 날아가야 할 것입니다.

 보이저1호와 2호에는 흥미로운 물건이 하나 실렸습니다. ‘골든 레코드’입니다. 금박을 씌운 구리 LP판 3장이 케이스에 담겨서 보이저 탐사선에 부착된 것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제작된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상징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지구를 대표하는 사진 118장이 포함되었는데, 태양계의 위치 지도를 비롯해서 태양과 태양계의 구성원에 대한 사진들이 포함되었고, 젖 먹이는 엄마를 비롯해서 인간에 관한 사진들이 여럿 포함되었습니다. 기차나 공항 사진은 넣었지만 전쟁이나 종교와 관련된 사진은 제외되었습니다.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도 수록되었습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들이 포함되었고, 일본이나 페루 같은 여러 나라의 음악도 지구를 대표해서 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음악은 선택 받지 못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 55개도 녹음되어서 수록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들어있습니다. 지구를 대표하는 소리 19개도 수록되었습니다. 화산, 지진, 천둥 소리로부터 침팬지의 목소리 그리고 엄마와 아기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구의 소리가 포함되었습니다.

 골든 레코드는 외계지적생명체를 향한 지구인들의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광활한 우주에서 이 작은 인공물체가 외계인을 실제로 조우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는 1977년 당시 지구인의 일부를 대표하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만든 지구인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인들 자신을 위한 타임캡슐이라고나 할까요. 칼 세이건을 비롯한 골든 레코드 기획자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골든 레코드를 제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한편 숱한 어려움과 방해를 헤쳐나아가야 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의 속삭임>은 40년 전 쏘아올린 현재의 우리를 위한 우리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책입니다. <지구의 속삭임>은 인류가 멸종해도 우리들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주 공간 어느 곳을 떠돌아 다니고 있을 우리들의 유서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들의 모습을 <지구의 속삭임> 속에서 만나보길 권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다음 주자는 정인경 박사님입니다. 대학교에서는 수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는 한국과학사를 공부했습니다. 정박사님은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과학기술하기'가 연구 주제이면서 삶"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과학을 읽다> 같은 멋진 책을 쓰셨습니다. 좋은 과학책을 쓰고자 노력하고 계시는 정인경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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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꼭 읽어봐야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