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 (이달의 주자 : 손승우) 조던엘렌버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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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6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올해의 과학책 10선,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는 등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어 많은 코센 가족들이 이미 읽으셨거나 서평을 접하셨을 기회가 있었을 텐데요. 어려서부터 수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수상한 저자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유능한 스타 수학자입니다. 그런 그가 상아탑 속에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우리들에게 ‘잘못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속지 않는 법’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네요. 사례 중 본 지면을 통해서 몇 개 소개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종종 투자권유 이메일을 받을 텐데요. 어느 전문 주식 투자가가 언젠가부터 이메일을 보내는데, 그 이메일 안에는 “다음 주에는 OO 종목이 오른다”라는 메시지만 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정말 그 주식이 올랐습니다. 그 다음 주에도 또 같은 이메일을 받는데요. 이번에는 그 주식이 하락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주식은 정말 폭락을 했고요. 이런 이메일을 매주 다른 예측으로 10주 연속으로 받았습니다. 그 예측은 매번 맞았고요. 11번째 주가 되자 그 이름 모를 투자가가 드디어 돈을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지난 10주 연속 족집게 예측을 하여 능력은 충분히 증명해 보였지요. 그럼 충분히 믿을 만한 투자일까요? 엉망으로 찍어서 예측을 하는 사람이라면 10번 연속으로 맞힐 확률은 1/1024로 0.1%도 되지 않으니 거의 0입니다. 10주 연속 맞힌 투자가라면 뭔가 아는 게 틀림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를 ‘볼티모어 주식 중개인 문제’라고 하는데요. 사실은 그 투자가는 그런 이메일을 10,240명에게 보냈다는 것을 이메일을 받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내용을 달리해서 절반에게는 오른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하락한다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10주가 지나도 10명이 족집게 예측을 받은 게 됩니다. 요즘 컴퓨터로 자동화된 이메일을 1만명 아니 100만명에게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그러니 이런 수상한 투자는 절대 하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합법적인 투자 기관인 금융 회사들은 펀드를 출시하기 전에 대중에게 공개하기에 앞서 ‘인큐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사내에서 운영해 보는데요. 여기서는 다양한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가 실험됩니다. 그중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는 펀드들은 이제까지 그 펀드의 실적이 얼마나 좋았는가 하는 상세 기록과 함께 공개됩니다. 물론 실적이 좋지 않았던 펀드들은 폐기되고요. 공개된 펀드들은 정말 더 현명한 투자 전략을 쓰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았던 것일까요? 우리는 그 펀드가 앞으로도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다름 아닌 앞선 주식 중개인 문제와 같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의 실적이 좋았다는 기록만 보고 펀드에 믿고 투자를 하는 순간, 어느 이름 모를 투자가에게서 편지를 10통 받고 11통째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탁월한 실적의 펀드들은 보통의 실적을 내는 펀드의 수익률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번 볼까요? 이번에는 요즘 유행하는 커피숍 사업을 시작했다 생각해 봅시다. 지난 달 50만원 적자였습니다. 그래서 매장에서 케익도 팔고, 책도 파는 진열장을 설치하였더니 각각 75만원의 수익이 났습니다. 그래서 총 100만원을 벌었는데요. 분명 총 수입에 비해 케익을 팔아 번 75만원은 75%에 해당합니다. 달리 말하면 수익의 75%는 또 책 판매에서 나왔지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만약 케익과 책 판매 각각이 25만원 벌어서 총 수익이 0이었다면 각각 무한대 퍼센트의 수익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퍼센트라는 계산을 “수가 음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논하지 말라!”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된 실수는 여러 곳에서 보이지요. 특히 신문 언론 매체 등에서요. 주로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OO정부 들어 여성 근로자들에게 시련이 있었다. [ OO정부 기간 중 여성들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사라진 일자리 중 92.3%가 여성의 일자리였다. ] 위 내용은 실제로 있었던 예입니다. 단지 위 기사만 읽기에는 실제 여성 일자리 문제가 심각했고, 퍼센트 계산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 거라는 의심은 들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볼까요? 실제 4년 동안 일자리 감소는 74만개였고, 여성 고용인 수만 헤아리면 68만 3천개의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수치를 나누면 분명 일자리 감소의 92%가 여성의 일자리 감소에서 나온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지요? 4년 동안의 전체 일자리 감소가 없었다 말입니다. 그럼, 여성 일자리 감소분은 다시 무한대 퍼센트가 됩니다. 이제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지요.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함께 퍼센트 계산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나누기는 어떤 때에는 기사를 쓰는 사람도 무엇이 잘못 될 수 있는지 의식하지 않고 쓰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정보가 제한된 기사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더욱 크지요.
이와 같이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치들이 어떻게 잘못 사용되고, 오해를 불어 일으키고,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 해 줍니다. 세금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좋은 걸지, 몇 년 뒤에 모두가 비만이 된다는 예측은 옳은 건지를 논하며 잘못 된 선형성 해석을 경고하고, 연구자들이 낮은 가능성으로 잘못 된 추론을 하는 것을 비판하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해석을 구분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는 것을 경고합니다.
책은 614쪽으로 두께가 좀 됩니다. 저자가 틈틈이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라 모두 단숨에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쩌다 생각날 때 펼쳐보면 한 수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지요. 제가 너무 단편적이고 세속적인 두 사례만을 이야기한 듯 한데요. 오해는 마세요. 저자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방대한 논의를 짧은 글에 담을 재주가 없어, 단편적인 일부만을 간략히 보여드린 것이니까요. 저자는 “사람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근사한지 길게 길게 외치고 싶다”는 콘셉트로 “수학은 단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이다”라는 것을 여러 사례들로 말하고 싶어 합니다. 저자의 유머감각과 함께 책 구석구석에 심오한 철학적 고찰도 나오고, 저명한 수학자들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들을 만합니다. 아이고, 다른 어떤 말보다 저자가 책의 첫머리에 인용한 다음 글로 마무리하는 것이 저자의 뜻을 전하는 최선이겠습니다.
“우리는 수학에서 가장 좋은 것을 숙제처럼 배우기만 할 게 아니라, 일상적 사고의 일부로 동화시키고 거듭거듭 마음에 떠올려서 언제까지나 새롭게 북돋워야 한다.” - 버트런드 러셀
릴레이북의 다음 주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는 독일의 작은 도시 플륀(Plön)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연구소(Max-Planck-Institut für Evolutionsbiologie, (영어로는) Max-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Biology)에서 게임이론의 진화동역학을 연구하시는 박혜진 박사님입니다. 박혜진 박사님은 통계물리학을 활용하여 진화게임이론의 동역학을 연구하시는데요. 이를 사회학이나 생물학, 생태학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십니다. 항상 주위 사람들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밝은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이지요. 독일로 포닥을 나가신 이후 통 못 뵈었는데,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