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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이달의 주자: 김이정) 레이 달리오 저

  레이 달리오는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의 하나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입니다. 달리오는 1975년 작은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창업하고 40년간 끊임없이 경영 원칙을 쇄신하면서 꾸준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회사로 키워왔습니다. “원칙”은 레이 달리오의 자서전적인 책으로 본인이 그동안 삶의 지표로 삼고자 했던 개인척인 원칙들, 또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원칙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물론 다른 경영서에서 강조하는 원칙들을 반복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서평에서는 달리오의 독특한 원칙들을 중심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달리오는 “radical truth and radical transparencies”를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아무리 진실이 나를 아프게 하더라고 진실을 알아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최고 경영자임에 불구하고 직원들이 본인에게 신랄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의 사실적 정확성만이 중요할 뿐, 피드백을 받은 사람의 감정이나 피드백이 야기할 수 있는 후폭풍 등은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달리오는 이런 지속적인 “극단적으로 솔직한” 피드백 시스템을 바탕으로 본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강점과 약점을 수치화한 야구 카드 (야구 선수의 시즌별 실적을 기록한 카드)를 만들고 누가 어떤 프로젝트에, 어떤 역할에 적합한가를 최적화하고자 합니다. 언뜻 듣기에는 정말 살벌한 조직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리지워터에서도 이런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으며 달리오는 18개월 가량의 시간 후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의 연장선으로 브리지워터에서는 모든 미팅을 녹화합니다. 녹화를 통해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누구의 덕이고, 프로젝트가 망한다면 누구의 책임인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적합한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달리오는 능력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두려면 그들의 성과를 정확히 인지하고 보상해야 하며 결국에는 극단적 투명성만이 능력있는 사람을 장기간 고용할 수 있는 원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개인의 의견 개진에도 적용됩니다. 달리오는 모든 직원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그 때 그 때,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도록 요구하며, 문제가 있을때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불평과 비판을 하는 직원들을 경멸합니다. 즉 “뒷담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달리오는 모든 브리지워터들이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원하며 “원칙”이 지속적으로 지켜지고 유지되지 위해서는 명문화되고 공포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브리지워터가 점점 커지면서 모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자 그는 2005년 모든 직원들에게 브리지워터의 원칙을 담은 책자를 배포하고 준수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2017년 본인의 은퇴를 맞아 이 원칙들을 500여 쪽에 달하는 책으로 출판하게 됩니다.

모든 자서전적인 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달리오가 제시하는 원칙들이 브리지워터가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표본수가 1인 후향적 연구의 한계라고 할까요? 그러나 달리오가 제시하는 원칙들이 한번씩 음미해 볼 가치가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동 연구나 연구실 생활의 많은 문제들이 처음에 원칙들을 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극단적으로 솔직한, 명문화된 원칙이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달 릴레이 북 주자는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Stephen Liberles 랩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가영 박사님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 과정을 같이하면서 원생의 애환도 나누고 신경과학자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많은 배울점을 주었던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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