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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달의 주자: 이가영) 이창례 저

  한국에서 유학을 나왔던 친구의 디펜스에서 그의 지도 교수가 이렇게 소개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친구는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에 오기 전 까지는 말도 문화도 전혀 다른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국의 익숙함, 그리고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다 뒤로 하고 우리의 꿈을 쫓아 이곳으로 나왔고 정착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걸 내가 잘 알기에 이 학생이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이 북 릴레이를 읽는 여러분 또한 고국을 일시적, 혹은 장기적으로 떠나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해본 지인을 아시거나 직접 체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미국의 한인 2세의 시각으로 그린 Native Speaker (Chang-Rae Lee/이창래, 한국어 번역 “영원한 이방인”) 를 소개 하고자 합니다.

주인공인 헨리는 어느날 아내에게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결별을 통보 받습니다. 뉴욕에서 영어 발음 교정을 하는 언어치료사인 아내는 그를 “B+ student of life”, “emotional alien”, “stranger”, “poppa’s boy” 등으로 묘사합니다. 보스턴 근교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백인 “미국인”인 아내는 동양인 “미국인”인 그를 온전히 이해 하지 못한 채 떠납니다.

한인 2세인 헨리는 당대에 이민 온 아버지에 비하면 꽤 “미국인”입니다. 이들은 고생 끝에 꽤 잘 산다는 소리를 듣는 백인 밀집지역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조용하게 삽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헨리는 이러한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설 탐정 일을 하며 주류 사회에 어설프게나마 섞여 살아갑니다. 그러던 그는, 뉴욕의 한 정치인의 뒷조사를 맡으며 한인 1.5세인 시장 후보의 캠프에 들어가 뉴욕 퀸즈의 한인 사회를 엿보기 시작합니다. 그는 한인 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인정을 받지만, 동시에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관습들을 보며 심리적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위해 일하던 정치인의 몰락에 즈음하여 헨리는 돌아온 언어치료사인 아내의 일을 돕기로 하며 소설을 끝을 맺습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헨리의 삶을 엿보게 해줍니다. 뉴욕주의 근교에서 플러싱 한인타운의 중심으로, 주인공의 어린시절부터그의 아들의 실종까지. 일직선적인 사건들의 흐름이 아닌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식은 마치 그 어디에도 온전히 정착 하지 않은주인공의 정체성을 묘사하는 듯 합니다. 과학자로 사는 우리의 삶은 어쩌면 영원한 이방인으로 여러 나라, 여러 환경에서 끊임없이 바뀌어가는 학문을 공부하며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 이 소설을 그래서 쓸쓸함이 문득 드는 어느 가을날,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달 릴레이 북 주자는 Harvard University에서 이론화학 박사를 마치고 현재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에서 postdoctoral fellow로 연구를 하고 있는 최정모 박사입니다. 화학과 학부 선배이자 박사과정을 같은 곳에서 같은 기간동안 하며 많은 힘이 되어 준 좋은 친구 입니다. 바쁜 박사 과정 중에도 동시에 과학사 석사 학위를 마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이기에 어떤 책을 추천 하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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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