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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양자공부 (이달의 주자: 박지영) 김상욱 저

  ‘상대론효과를 포함한 양자화학’을 학위 연구주제로 했던 제게, 연구실 밖 사람들에게 제 연구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양자역학문제를 푸는 것 보다 항상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파인만 교수님이 말했다지만, 도대체 10월의 하늘 강연을 들으러 온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문과를 나온 회사 동료들에게 양자역학을 설명하는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나야말로 정말 양자역학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게 아닐까 오랜시간 괴로워 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첫 파트는, 양자화학이 정립되기까지 수 많은 과학자들의 새로운 가설 제시와 그에 대한 반박을 주제로 한 양자역학의 태동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과학사의 나열에 불과할뻔한 이야기들에 적절히 살을 붙이고 추임새를 넣어 술술읽히게 한 것은 저자의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파트를 통해서는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진 이후, 반도체를 시작으로 양자컴퓨터, 다중 우주론, 양자 생물학에 이르기 까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기술 분야에 대한 소개를 다루고 있는 양자역학의 효용성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양자역학이 다루는 미시세계는 사람들에게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작은 세계’라는 이미지가 있어, 누군가 양자역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우리 실생활과는 동 떨어진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 으레 돌아오기마련인데 이렇게 다양한 예들을 접한다면 누구라도 우리 삶에서 양자역학을 쉽게 떼놓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듭니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라는 주제를 놓고 그 역사적 배경과 현재 활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그것도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 저자가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자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를 하고 있으며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이 책을 소개드리게 되면서 무엇보다도 설레는 것은, 최근들어 이런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한 한국 저자분들의 저서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어려서 읽었던 과학 교양 서적에는 퍽 유명한 외국인 과학자의 이름 옆에 ‘누구누구 옮김'이라는 역자의 이름이 함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문화를 이용하여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설명하는 이런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과학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저는 이러한 흐름이 너무나 기쁘고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물리 교양서 중에서, 어떠한 현상에 대한 비유를 참신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했던 책이 둘 있습니다. ‘조지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조지가모브 저)’에서의 상대론 효과에 대한 묘사, ‘양자역학적 세계상 (도모나가 신이치로 저)’에서의 광자의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한 묘사입니다. 요사이 저는 거기에 하나의 비유를 더 추가하곤 합니다. ‘김상욱의 양자공부(김상욱 저)’ 도입에서 소개된 양자역학의 하루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구수한 양자역학적 세상의 묘사, 다른 친구들에게도 써먹어볼까 싶습니다.

  다음 주자로는 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에 있는 김리라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김리라 박사님은 제가 박사과정, 박사 후 과정을 지내는 동안 함께 여자축구동호회(FC Highheels)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사이입니다. 함께 운동도 하고 차도 마시며, 건강한 나눔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학위과정과 박사후과정동안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제게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 반응경로를 눈으로 미리 읽어내는 유기화학자들이 저는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저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유기화학자인만큼, 김리라 박사님이 어떤 분야의 어떤 좋은 책을 소개해 줄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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