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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공부 (이달의 주자:김경회) 루이스 라무르 저

  ‘대학원생으로서, 또 초보적인 수준으로나마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게 된 책입니다. 미국의 소설가였던 저자의 자서전이에요. 글 쓰는 것이 취미인 터라 『소설가의 공부』라는 제목을 보고 가볍게 골랐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소설가였던 저자의 모습에 멋진 연구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리고 꼭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공부하는 삶을 사는, 혹은 살아갈 모든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젊은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광부, 선원, 인부 등의 일을 합니다. 치열한 삶을 살면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도, 그리고 임시로 목재 더미에서 비바람을 피해 생활하는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은 경외감마저 들게 합니다. 오락 거리가 적은 시대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책에 이토록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일입니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곤 하지만, 정말로 많이 읽은 사람이기에 잘난 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고 오히려 말에서는 잔잔하지만 굳건한 힘이 느껴집니다.

연구실에 이 저자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일상처럼 분야의 대가들이 새롭게 낸 논문들을 찾아보고, 자투리 시간에는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추적합니다. 어떤 길을 가든 피곤함이나 귀찮음을 탓하며 소홀해질 정도의 적극성과 능동성으로는 당연히 부족할 것이고, 이처럼 끊임없이 마음이 달려가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해서 힘든 시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그 길은 특유의 확신과 안정감 덕에 마냥 불행으로 가득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그러했듯, 제 친구의 도착지도 비록 아직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제법 멋진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 무엇이 저자로 하여금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게 했을까요? 저자는 스스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위대한 사상가와 문호들의 책을 탐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의 전반부에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고, 생활을 하며 책을 읽은 이야기만 줄곧 나오다 보니 중반부에 도달해서야 이 책이 소설가의 자서전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될 정도였습니다. 또, 자신은 졸업이나 학위를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라며, “책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이 살아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과 부모에게 들은 몇 가지 이야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을 것”이며 “변하는 세상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은 불변하는 정답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뻔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좇아가던 도중에 처음 읽었을 때는 가슴에 와닿는 인상깊은 내용이었습니다.

저자의 모습을 보며 저를 포함한 여러분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것이 있는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 제가 핑계를 일삼으며 제 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을 보면, 은연중에 스스로가 열심히,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이 책만 읽고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깨달은 것은 아니고 다른 여러가지 계기가 있었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거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제가 경험한 마음의 울림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들이 ‘이러한 태도를 가져라’라고 잘 정리된 ‘요약본’을 제시해주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삶으로 ‘공부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느낌이었고,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릴레이북 주자로 학부 시절부터 저와 기쁜 순간, 힘든 순간들을 함께해온 박인국 군을 추천합니다. 생명과학, 물리학, 경제학을 전공한 박인국 군은 현재 생명과학부 대학원에서 쥐를 이용하여 근육과 운동신경이 상호작용하는 환경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 박인국 군은 생명과학부 대학원 자치회장으로서 자연대 대학원생들의 삶과 환경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기도 한, 여러 방면으로 정말 멋있는 친구입니다. 여러 사람을 위한 굵직한 고민과 생각이 많을 박인국 군이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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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구 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