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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이달의 주자:어두림) C.S. 루이스 저

안녕하세요. 하헌건 중위의 소개로 릴레이북에 참여하게 된 어두림 입니다. 현재 포항공대 철강대학원 Casting Technology Lab에서 통합과정중에 있으며 금속 3D 프린팅 관련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철강 공정과는 많이 달라서 가끔은 외로웠지만 지금은 즐겁게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보질 못했어요. 그래서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책 읽는 재미도 잘 몰랐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연히 학교에서 지원하는 독서모임 (Reader’s Club)을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매달 새로운 주제와 장르의 책을 접하다 보니 요새는 조금 책에 친숙해진 것 같아요.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의 마지막 소설이기도 하고 본인이 최고의 작품으로 여긴다고 말했던 그 소설,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Till We Have Faces) 입니다.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이기도 하고 기독교 변증가로 유명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가 대학생일 당시에 ‘큐피드와 프시케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신화를 재해석한 소설을 쓰려고 고민했지만 쉽게 구체화 시키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프시케의 큰 언니 오루알 공주의 시점으로 프시케 신화를 각색합니다. 프시케 신화는 너무 아름다워 아프로디테의 시기심을 산 인간 프시케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큐피트와 사랑을 이루게 되는 내용의 그리스 신화입니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신전을 찾는 발걸음이 인간 프시케로 향하는 것을 보고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아들인 큐피트에게 세상에 가장 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도록 프시케에게 화살을 쏘라고 명령하죠. 하지만 큐피트는 프시케의 아름다움에 순간 실수를 하게 되고 자신의 화살에 찔려 그만 프시케를 사랑하게 됩니다. 큐피트는 계략을 써서 프시케를 인적이 닫지 않는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궁전에서 살게 하면서 밤에만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나눕니다. 밤에만 그녀를 만나는 이유는 응큼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보면 인간인 프시케는 자신과 이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너무 잘사는 것을 알게 된 프시케의 두 언니가 질투심을 느껴 프시케에게 남편이 괴물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등불을 키고 몰래 확인해 보라는 조언을 합니다. 프시케는 믿음보다는 의심을 택합니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얼굴 곧 너무나 아름다운 남성 신의 얼굴을 보게 되고 큐피트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그녀를 떠납니다. 그 이후로 프시케는 죄책감 속에 방랑하고 고통당하지만 다행히 여러 존재들의 도움으로 결국에는 신이 되어 다시 큐피트와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위 신화의 내용을 일부 각색합니다. 신화 속 프시케의 언니 오루알은 아름다운 궁전을 보고 질투를 느끼지만 이 소설 속 오루알은 애초에 아름다운 궁전을 보지 못합니다. 그냥 텅텅 빈 들판을 가리키며 여기 멋진 궁전을 보라는 동생 프시케를 가슴 아프게 지켜봅니다. “프시케가 괴물과 결혼했다는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사실은 산적이나 부랑자에게 속고 있는 걸까.” 오루알도 희미한 궁전의 환상 같은 것을 보긴 했으나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한 표징이나 단서는 없었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동시에 실은 동생 프시케에 대한 자신의 사랑도 프시케에 대한 비웃음과 소유욕 속에 흔들리고 있었죠. 오루알의 잘못된 조언으로 프시케는 남편을 잃고 프시케 마저도 어디론가 끌려가 버린 이후 오루알은 이때의 기억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합니다. 꽤 시간이 흐르고 나라의 일에 매진하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거의 잊었을 때, 우연히 한 사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프시케의 이야기가 각색되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프시케 신화처럼) 신화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는 신들을 고소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프시케를 질투하여 멸망으로 이끌었다고 말함으로 자신의 동기를 왜곡하였기 때문입니다. 신들은 “얼핏만 보여 줌으로써 인간을 괴롭히고 누구에게는 보여 주고 누구에게는 감추는 짓”을 한다고, 그러면서 “인간의 눈과 귀와 코와 혀와 손에 반대되는 것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따지고 묻습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프시케 밖에 사랑할 대상을 주지 않고서 곧바로 그 아이를 빼앗아 가 버렸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아이가 천상의 복을 누리며 살 것인지 아니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가 결정되는 자리로 나를 몰고 갔다. 그들은 ··· 말해 주지 않았다. 내가 간청했는데도 분명한 표징을 주지 않았다. 나는 추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잘못 추측했다고 내게 벌을 내렸다.”

이 책은 총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신들에 대한 고소장의 내용과 그 작성 배경이 되겠고 2부는 오루알이 자신의 얼굴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인간의) “사랑은 너무 어려 양심이 무엇인지 모른다네” 라는 셰익스피어의 글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에서 C. S. 루이스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오루알 공주가 진짜 듣고 싶었던 답변은 또 무엇이었을까요?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 같지만 내용이 정말 흥미롭고 설득력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다음 주자로는 저희 대학원에서 정말 유명한 현성희 양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공부도 잘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분인데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 코센 릴레이북 코너에 잘 어울리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소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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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jsyoon) 2020-06-16

CS루이스 좋아하는데 이런 소설을 쓰신 줄은 몰랐네요. 서평을 보니 매우 재밌을거 같아요.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