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이달의주자:여태민) 다자이 오사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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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스텍 김병진 군의 소개로 릴레이에 참여하게 된 포스텍 철강대학원 여태민입니다. 저는 Casting Technology Lab에서 세라믹 재료의 고온 구조 분석과 시뮬레이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저는 20살 이전에 단 한 번도 자유의지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필요에 의해서 혹은 강요에 의해서 책을 읽어왔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물해준 고마운 책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본인이 투영된 주인공 '요조'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을 겪으며 파멸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작품을 읽다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 지식인들이 다자이에 열광한 이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화가인 에곤 쉴레의 유명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을 표지로 하고 있습니다. 쉴레는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했던, 그리고 그가 느낀 공포와 고통을 회화에 담아낸 화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데요. 쉴레의 광팬인 저는, 그를 자신이 가진 나약함 마저 '자기 자신'으로 끌어안을 줄 알았던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책의 표지로 선정된 만큼, 쉴레와 요조의 삶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가 될 것입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입부의 첫 두 문장은 책이 지닌 전반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두 문장에 압도되어 그에게 존재했을 희망과 행복을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더욱 더 큰 몰입감을 원하신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을 다룬 영화 '인간 실격'을 통해 작가의 삶을 이해한 뒤, 두 문장을 다시 접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라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그리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기 싫어도 하고 싶은 척, 사회에 순응되고 과격하게는 세뇌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자이는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요조 그리고 다자이를 동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교육이나 의료로 해결될 수 없는 본성이 존재하고, 이들은 이를 인정한 멋진 인물들이니까요.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문장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사회가 격변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 온갖 허위와 위선을 타파하고자 '혁명'을 지향하다 기존의 두꺼운 벽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한 자가 목숨을 걸고 자기 파멸로 치닫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여러분 주변에도 한 명쯤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는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김채원 양이 그렇습니다. 바쁜 대학 생활 중에서도 자기 삶의 태도나 철학을 잃지 않으려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읽는 김채원 양을 다음 주자로 추천합니다.
에곤 쉴레 저도 좋아합니다. 비틀거리는 선, 독특한 색감. 진짜 비틀거리는 사람을 리얼하게 표현하는거 같아요. 인용하신 문구들을 보면 인간의 가식과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거 같습니다. 흥미로운 책인거 같네요
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책이에요. 첫 문장을 읽으니 또 다시 울컥하네요.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점,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황폐해질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이부분이 와닿네요....하하 책 리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