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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이달의주자:김채원) 무라카미 하루키 저

안녕하세요. 저는 여태민의 소개로 릴레이에 참여하게 된 김채원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학부를 다니며 지금은 미래를 위한 큰 걸음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제 또래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처럼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현재, ‘상실의 시대’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봄 저는 온갖 꽃들이 만개하고 싱그러운 풍경이 가득했던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낭만을 가득 안고 그 곳에 머물렀지만, 제가 느꼈던 것은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겁 없이 떠난 처음 시작과는 다르게 생활은 우여곡절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러던 중에 참석한 한국인 모임에서 프랑스의 휴머니즘 문학에 반해 공부를 하고 있던 문학도를 만났으니 얼마나 대화가 신났겠어요! “오랫동안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에서 [상실의 시대]가 내려가질 않는대. 이 시대의 청춘들이 얼마나 외로운 것일까.”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는 그 책을 어렵사리 구해 책장을 넘겼습니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생애를 잠시 엿보면, 삶 전체를 봤을 때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기간에 그는 여럿과 친구가 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소설의 말미에 보면 결국 이들 모두 와타나베를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 그는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인연들을 상실해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와타나베가 옛 친구 나오코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녀를 기다렸던 긴 시간들, 언젠가 돌아오리라 나오코를 위해 마련해둔 그의 마음 속 큰 공간을, 결국 그 곳을 채워주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나오코로 인해 텅 비어버린 와타나베가 받았던 상실감이 제게도 같은 크기로 와 닿았습니다. 이 결말을 읽던 기차 안에서 저도 마음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그는 함께 있으면 항상 행복했던 미도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마지막에 길을 잃어버린 것은 그에게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을 보내면서 그를 채우고 있던 따뜻함, 사랑, 안정감과 같은 무언가들도 함께 잃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 내 젊음의 기능 일부가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에서 표현하고 있는 기즈키로 인한 그의 상실을 보며, 저의 그것과 이 책에 공감한 무수한 이들의 그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아끼던 것을 잃어 절망했던 일들, 현재의 처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놓으며 실망하는 상황들이 아마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허무하다고 느끼고, 살아온 동안 차츰 닳아버린 감정들을 다른 차원의 삶처럼 여겼던 일들이,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상실은 순리이며 삶 속에 본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죽음이 나와는 먼 이야기 같지만, 내 삶 속에 원래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 ‘상실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형태의 추억으로 남기며, 아직 내게 남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려 합니다. 청춘을 살아가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은 후 삶 속에의 상실감을 위로하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대화를 하면 편해지고, 더불어 그 삶의 태도를 계속 배우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냉철한 판단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겸비하여 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 김규원 양에게 다음 차례를 넘깁니다. 그녀와 대화하면 다방면의 지식과 진심어린 공감 능력에 놀라는 일이 많았는데요. 그녀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역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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