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Dune) 프랭크 허버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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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연구원의 김동근 박사로부터 릴레이 북을 이어받은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의 김형택입니다. 저는 대학원 시절부터 20년이 넘게 초강력 펨토초 레이저와 플라즈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초강력 펨토초 레이저는 펨토초 (10-15 초)라는 아주 찰나의 시간에 테라와트 (TW, 1012 Watt) 이상의 엄청난 순간 출력을 가지는 섬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레이저 기술입니다. 요즘은 4 페타와트 (PW, 1015 Watt) 레이저를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페타와트는 지구의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열순환 에너지 출력에 해당하는 막대한 파워입니다. 이런 초강력 레이저를 원자에 집속하면, 원자는 순간적으로 이온화되어 플라즈마가 되고, 플라즈마 내의 전자는 강력한 레이저의 전자기장에 의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요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영역의 연구를 상대론적 레이저 플라즈마 연구라고 합니다. 요즘은 전자를 상대론적 영역까지 가속하고, 가속된 전자빔을 이용해 엑스선과 감마선을 만드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2년에 초강력 레이저 플라즈마 응용 연구 센터를 설립하고, 상대론적 레이저-플라즈마 연구를 국방, 에너지, 의료 등의 응용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영화로도 소개가 된 프랭크 허버트의 “듄 (Dune)”입니다. 통상 레이저 하면 SF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레이저 총이나 광선검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저는 역사나 철학 서적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SF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물론 스타워즈의 열렬한 팬입니다. 작년에 읽은 SF 소설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과 프랭크 허버트의 “듄”인데, “파운데이션”은 2달 전에 김은정 박사가 소개하였으니, 이번에는 “파운데이션” 더불어 SF 장편 소설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듄”을 추천해 보려고 합니다. 소설은 먼 미래 인간을 소외시키는 인공지능을 배격하는 혁명이 일어나고, 지능형 장치가 없이 인간이 모든 계산과 예측을 수행하고 있는 은하 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행성 간 여행의 궤도를 인간이 예측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각성제이며 노화를 늦추고 인간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스파이스“는 가장 귀중한 자원이 되고, 이를 독점하고 통제하기 위한 대암투와 권력 투쟁이 이 소설의 중심 소재입니다. “스파이스”는 거대한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에서 모레벌레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제국의 황제와 귀족들은 “스파이스”를 통제하여 은하계를 통치합니다. 소설 초반의 주인공인 폴 아트레이데스의 아버지는 황제의 일족이지만, “스파이스”를 둘러싼 암투에 의해 살해당하고, 폴은 어머니와 사막으로 도망쳐 사막의 전사인 프레멘과 힘을 합쳐 반격을 도모합니다. 영화도 나오고 있고 앞으로 책을 읽으실 독자들을 위해서, 책 내용 소개는 예고편처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비록 SF 소설이지만 현대 사회의 다양한 병폐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원과 환경의 문제, 우생학의 문제, 미래 예측과 자유의지의 문제, 종교와 정치의 문제 등의 다양한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보시면 좀 더 재미있게 느껴지실 겁니다.
“분명히 단언하건데,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지루한 것이 될 수 있다. 나처럼 신으로 생각되는 것조차 궁극적으로 지루해질 수 있다. 신의 권태가 자유 의지의 발명을 위한 훌륭하고 충분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듄 4권 신황제 70 페이지). 미래 예측과 자유 의지는 문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폴 아트레이데스와 그 아들은 스파이스의 힘과 우생학적 선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라플라스는 한 에세이에서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답니다.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의미를 가져서,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이런 뉴턴 역학의 미래 예측은 양자역학에 의해 부정되었다고 생각되곤 하지만,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의 입자의 운동이 불확정성을 따른다는 것이지 수많은 입자로 이루어진 세계가 양자역학적 불확정성을 따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양자역학적 불확정성만이 자유의지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인간이 생각하는 자아와 자유의지의 의미는 매우 축소됩니다.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의지와 자유롭게 선택하고 싶어하는 의지는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개념이라는 인식이 이 소설 “듄”의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고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영화를 먼저 선택할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영상 음향 등으로 입체적이지만, 책은 언어로만 되어 있는 평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역설적이게도 책이 영화보다 더 입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성격과 상호 관계, 그리고 저변에 깔려있는 작가의 생각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 아니면 본 후에라도 원작 소설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주자로는 저의 배우자 조선대학교 신소재공학과의 장희진 교수를 추천합니다. 저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가진 제 배우자가 요즘 어떤 책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ADD 근무시절 동부서에 같이 있던 한필순 박사님이 처음 레이저란 것을 알았고 그 후 이종민박사의 광주 기술원에서 펨토레이저를 실험연구할때 진보된 레이저기술을 보게 됬죠~! 양성자 가속기 분야를 연구실용화에 몸 담다가 이젠 현직에서 물러나 후밴님들의 진행을 알수 있어 고맙습니다.
대체로 원작만큼 잘만들어진 영화는 잘 없지요. 저는 둘다 안봤지만 책이 더 좋을거 같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의지와 자유롭게 선택하고 싶어하는 의지는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개념이라는 인식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네요.^^
듄 영화로 봤었는데 :) 책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