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CK data 백영재 저
- 1016
- 14
- 0
2004년 신소재공학으로 공학박사를 받았으며 2004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파트장부터 글로벌R&D전문가를 거쳐 현재는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미국기술연구소에서 4년 3개월간 파견근무를 하였고 회사에서는 핵심가치강사, 칼럼니스트와 핵심인재교육 등 두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선택한 이유는 모두가 갖고 있는 생각의 프레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책을 소개할까 고민하다 인류학을 전공하신 백영재 박사의 ‘THICK data’이다.
나는 기업체에 입사한 후 전공에 맞는 연구와 개발업무를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다. 가끔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연구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내 연구개발의 결과물이 어떻게 쓰임을 받고 있고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어떻게 축적되고 남기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을 적 느꼈던 경험인데 지금도 공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고민과 매력을 갖게 된 일이 있었다. 어떤 전자회사에서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던 데스크탑 CD-ROM의 렌즈홀더를 마그네슘 소재로 경량화 및 원가절감 목적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양산 바로 직전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게 되었다. 아마도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결정한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양산이후 품질이슈 내지 품질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겠으나 고객들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그때 연구실을 나가던 박사님의 말이 생각난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 받는 일은 얼마든지 감당이 되겠지만 엔지니어로서 더 생각하지 못한 자존심이 힘들게 할 것 같습니다.” 잘 알다시피 공학이라 하면 science and engineering인데 엔지니어로서 고민하고 연구를 토대로 실물로 만들어 나가는 매력을 귀하게 생각한다. 가끔 홀로 남겨진 연구실에 앉아 어느 전자회사의 엔지니어가 했던 말을 상기하곤 하는데 스스로 검열을 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최근 THICK data (부제: 빅데이터도 모르는 인간의 숨은 욕망)를 읽으며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모두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이 책의 스토리에 매료를 느끼는 점은 요즘과 같이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기술의 진보가 어떤 방향성을 갖기보다 서로 얽히고 얽혀 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고의 틀이 중요하겠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인류학으로 학위를 받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과 판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빅데이터(big data)가 아닌 씩 데이터(THICK data)와 연결시켜 강조한다. 주로 예를 든 부분이 비즈니스 영역이겠지만 넓은 시야를 갖고 들여다보면 좋겠다.
첫째, 관찰의 중요성을 말한다.
어떤 문제점을 접했을 때 나름대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갖고 있는 사고의 틀이 행동을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우리가 SCI 논문을 쓸 때에도 중요한 부분이 results and discussion이다. 특히 discussion이 중요하다. 나의 논리를 펼쳐 연구의 타당성을 입증하거나 검증하는 것이다.
개인이 작성한 연구논문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하나의 연구가 해당 연구 분야에 어떤 가치를 더하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연구의 내용과 결과에 높낮이가 있을 수 있을까? 모두가 소중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족에 그치는 연구보다 더 큰 범위에 울림을 주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잘못된 판단이 가져왔던 사례들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해결의 솔루션을 만들어 내었던 사례를 들고 있다. 본질을 들여다보는 일은 관찰의 중요성과 연결된다. 나처럼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겐 소름 돋는 일이다.
둘째, 다양성을 포용할 느슨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과 협력을 중요시 하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공동체 생활의 중요성을 잘 듣고 자라왔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는 실시간 연결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다보니 물리적 생활공간은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사고방식은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다. 경계없는 국경을 사이버 공간에서 넘나드는 디지털 노마드가 갖고 있는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여 할까?
산업화시대에는 한 방향 목표가 중요했고 효율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지시와 이행이라는 수직적 구조가 유효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생각을 모으는 일이 중요해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권력화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글로벌화 되었고 초연결 되는 시대에는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듯이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유연한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다양성을 담을 오픈된 마인드가 중요해진다.
셋째, 통섭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위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다양한 만큼 뜻을 모으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통섭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서로 연결성이 중요해졌다. 연결이 활성화될수록 우리의 생각을 옭아매었던 기존 상식의 틀을 깨게 된다. 우리는 상식이 깨지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야 한다.
한때 융합에 관해 경쟁적으로 단어를 쏟아내었던 때가 있었고 최근 융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석좌교수는 통섭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총체적 이해, 지식의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사회이든 조직이든 문화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깨어나고 있지 않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여 둔해진 자신을 마주했다. 통섭적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의 일과 관련되어 끊임없이 질문하며 해답의 여정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를 비롯한 모든 행위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자.
얼마 전 페이스 북 친구가 올렸던 글이 생각난다. 모임을 함께 하는 한 사람이 외국계 회사에 다닐 때 독일인 동료가 석식자리에서 이 회사에 왜 다니느냐고 질문을 받았던 일화였다.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서 하고 있는 일에 비추어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느냐 보다 왜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는지 생각된다. 결국은 스스로 깨어나기 위한 끝없는 고민과 질문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과정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나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든 연구이든 의미와 가치는 발휘되리라 생각된다.
참고로 함께 읽어보길 권하는 책으로,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저, 쌤앤파커스)’이다. 우리의 문명이 멸망하는 패턴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사회에 팽배해 있는 잘못된 믿음을 풀어내고 있다. 고정관념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쉬운 길로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들여다 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통찰력을 가졌으면 한다.
다음 주자로는 한국부식방식학회에서 왕성한 활동과 관련부문 기술자문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김성남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긍정적 아이콘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경청해 주시며 자신의 일처럼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시는 박사님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