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EN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

안녕하세요. Kosen 릴레이북을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나게 되어 참 기쁩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안승호 박사님으로부터 릴레이북을 이어받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김성남 수석연구원입니다. 저를 잠시 소개하자면, 대학에서 분석화학을 전공을 하였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는 금속 재료의 부식방식시험평가 방법 및 표준물질 개발 그리고 화학분석과 관련된 업무를 12년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연구는 쉬어도 매일 노래하는 것은 쉬지 않고 있는 철없는 40대 가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 “배워서 남주자”라는 삶의 motto를 걸고 하루 하루 감사함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업무가 바빠지면서 이전보다는 책 읽는데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진 않지만 틈틈이 신간을 구매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릴레이북을 통해 최근 읽었던 책을 소개하려는 마음을 가졌다가, 제가 삶의 지침서로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2024년을 계획하는 시점에 약 350년 전에 출간된 고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0여년 전부터 연말이면 한 해를 돌아보면서 이 책을 서재에서 꺼내어 다시 읽어보고 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전에 표시를 해 두었던 부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은 바로 1678년에 초판이 출판된 ‘천로역정’입니다. 국내에 많은 번역본들이 소개되어 있고, 초등학교 학생부터 어른들에게까지 삶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안내서로 추천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천로역정'은 읽기 쉬운 책이지만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기는 17세기 최고의 베스트 셀러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삶의 안내서입니다. 저는 2가지 관점에서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첫째, 이 책을 통해 이전에 만났거나 앞으로 만나게 될 삶의 사건들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높일 수 있습니다. 40여년을 조금 넘게 살아오면서 제 삶 가운데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이미 지나간 2023년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참 많이 있었고 때로는 그 삶의 형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천로역정'은 구도자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가 겪게 되는 많은 상황들을 그려냅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유도 그 당시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아 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을 때는 구도자가 경험하는 삶의 여정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면서 제가 경험한 일들이 '천로역정' 가운데 이미 그려진 많은 사건들 중에 하나였고, 그 사건을 이해하고자 했던 나의 경험과 구도자의 경험을 비교해 보면서 이해의 깊이를 넓혀올 수 있었습니다.

둘째, 이 책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치열한 삶의 가운데서 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고민이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이해의 폭을 어느 정도로 가지고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천로역정'은 구도자의 삶의 여정 가운데 도움과 희망을 주는 자로, 때로는 훼방과 조롱을 늘어 놓는 자로 나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외에 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태도를 통해 사람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구도자의 태도와 나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서 적게나마 조금씩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 많이 웃게 되고 더 많이 함께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Kosen 연구자 분들에게도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승호 박사님의 릴레이 북 소개 끝자락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를 비롯한 모든 행위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참 와닿습니다. 2024년에도 조금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린 '천로역정'을 통해서 저도 기존의 가치에서 조금 더 나아간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릴레이북을 이어갈 주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분석표준 및 표준물질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허성우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학부와 연구실 선후배 사이로 있으면서 오랜 시간 많은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주어지는 담론을 제가 가지지 못한 멋진 통찰력을 가지고 멋지게 풀어주시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최근에 출장이 많아서 릴레이북 글을 빨리 작성하실 수 있을지는 조금 고민이 되지만(?), 훌륭하게 미션을 수행하실 거라 믿고 다음 바통을 넘겨드립니다. 2024년을 계획하는 Kosen 연구자 분들의 모든 기대와 소망이 이루어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