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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

요즘 과학기술계의 주요잇슈는 아마도 아랍에미레이트의 원전수주일 것 같습니다.

경제가 잘 나간다고 하면서도 정작 고용이 포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원전수주가 고용창출의 돌파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건설중심의 중동진출과 다르게 품질이 한단계 올라간 수주를 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동안 많은 선진국들은 원자력 기술만 팔아먹고 직접 건설은 별로 안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너측에서 판단하기에는 입과 머리만 가지고 먹고사는 선진국들이 막상 건설을 시작하면 납기를

맞출 수 있을 지 제대로 지을 수 있을 지 염려가 되었던 것이죠.


최근까지 많은 미국 대학들에서 핵공학과는 사라졌었습니다.

한국도 살 길을 찾아서 물리학과의 귀퉁이에 붙이기도 하는 등 비슷한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세가 역전되어 아마 원자력계는 중흥을 맞을 것 같습니다.

덤핑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는 이번 수주가 경제적 이익을 남길 수 있을 지,

외국특허나 여러 검증, 감리기관들의 요구를 순조롭게 넘어갈 지 사실 미지수는 많은 것 같습니다.

계약서 약정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별 상세한 보도가 없는 것으로 봐서 판단할 길이 없습니다만,

고급 플랜트를 수출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우리도 그린피스등의 압력과 시대의 추이에 맞춰 원전건설을 포기했더라면 이번 수주는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기술을 가지고 돈을 버는 일은 때로는 아주 발이 빨라야 하지만 때로는 아주 둔중하고 무거운 행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우리가 반도체를 처음 시작할 때, 일본 도시바사가 이미 지나간 저용량 메모리 제작용 기계를

우리나라에 팔 목적으로 삼성에게 사업을 시작하라고 권했었다고 합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고용량 메모리도 팔고, 이미 철지난 저용량 메모리는 장비를 팔아서 꿩먹고 알먹는 계산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용량 메모리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장의 컴퓨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의 저용량 메모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잔머리 굴리다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게 된 것이었습니다.


반도체 사업과 다르게 제가 개인적으로 아까워 하는 사업은 신발사업입니다.

오래전에 우리는 신발을 공해업종이라고 포기했습니다.

너무 일찍 버린 산업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좀 더 기술을 확보하면서 상표력을 갖추었었다면 장사를 아주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말입니다.

지금은 온통 나이키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만약 삼성이나 LG가 신발에서 휴대전화만한 상표력을 확보했다면,

어느 쪽이 더 돈벌이가 잘되었을까요?

저는 신발쪽이 더 실속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행이 너무 빠른 현대에는 때로는 하던 일을 그냥 붙들고 있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유행이 너무 빠르다면, 철 지난 유행도 빨리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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