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풀어보는 지구촌 국가들
- 3439
- 4
출장이나 여행으로 해외 여러 나라를 방문해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생활 20년째를 넘기고 있는 필자보다 더 여러 나라를 방문해본 토종 한국인들을 만날 때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여행경험이 많은 분들은 말이 안통해도 눈치로 대부분의 일들을 잘 알아서 하시더군요. 물론, 여행 중에 처리할 일들은 주로 돈을 쓰는 일이니, 업무관련 용어로 말하자면 갑의 입장입니다. 그러니 말이 좀 안통해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현지에서 돈을 벌며 살려면, 을의 입장에서 언어문제에 소수민족 차별까지 더해져 인생이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그러니 여행하시는 분들은 현지에서 찌질하게 사는 것 같은 한인동포들을 보시면,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해외여행과 해외에서 사는 것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랍니다. 그건 그렇고, 유럽에 여행오시는 분들은 유럽을 보고나면 의견이 두 파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한 쪽은 아주 낭만적이고 문화가 풍부하여 사람 사는 곳 같다는 의견을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쪽 부류는, 이렇게 더럽고 좁아터졌고 게으른 사회가 안 망하고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다는 의견입니다. 당연히 정답은 ‘둘 다 맞다’라고 생각합니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아니구요, 정확하게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언급한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1840년에 발표한 시 제목처럼, 유럽의 ‘빛과 그림자’입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문화는 더 풍부해지지만 거리에 개똥과 거지는 더 많아져, 빛과 그림자가 한층 더 대비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선진국이라는 유럽 나라들, 과학기술 수준이 미국과 비슷하고, 문화는 훨씬 풍부하고 노동시간은 짧아 사람들은 여유 있게 산다는데 , 사회가 역동적이지 못하고, 실업은 10%를 넘고, 노동자들은 걸핏하면 파업을 하니… 뭐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필자의 의견부터 말하겠습니다. 각 나라들은 여태껏 발전해온 역사에 따라 그 나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 나이를 부여하고 사회를 봤더니 상당히 이해가 쉬웠습니다. 우선, 최근 경제가 해마다 10% 가까이 성장하는 중국은 10세 정도로 보았습니다. 뛰어도 지치지 않고, 해마다 키가 쑥쑥 자랍니다. 성장은 좋은데, 에너지가 넘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처럼 좀 불안하죠.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20세는 아직 안되어 성인은 아니지만 사춘기는 지난 청춘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에너지가 왕성해서 변화가 빠른 것은 10세 중국과 비슷하지만, 철이 들었기에 가끔 왜 사는지를 생각해보고, 더 먼 미래를 걱정해보는 정도를 말합니다.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복지를 논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논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말이죠. 미국은 어떨까요? 30대라고 생각합니다. 철도 들었고 근력도 왕성한, 정신과 육체의 밸런스가 가장 좋은 나이 말입니다. 그래서 누가 시비 걸면 가차 없이 응징하는 적극성도 있고, 풋내기 가장처럼 식구(국민)도 잘 챙기는, 철이 많이 든 나이죠. 그러면 유럽은? 유럽은 초로의 나이입니다. 많은 경험으로 지혜와 지식이 풍부하지만, 성인병이 있어서 이쪽저쪽 쑤시고 결리는 상태죠. 왕년에 운동도 잘했는데, 지금은 전력질주 같은 것은 겁나서 못하고, 지병 때문에 늘 먹는 약이 몇 개 있는 나이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힘이 빠진 나이는 아니고, 필요하면 무거운 짐도 들 수 있지만, 여러 번 힘든 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도 외출하러 나서면 세련된 풍모의 신사차림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시죠?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머지않아 초로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느 나라나 사회도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그 옛날 찬란했던 이집트는 지금 형편없는 지경이고, 역사상 최고의 군사력과 지식을 뽐내던 로마의 후예 이태리는 관광산업과 소매치기가 주종인 상태입니다. 이런 역사의 순환을 통해 배워야죠. 제가 역사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아내가 왜 그런 옛날이야기 책만 좋아하냐고 핀잔을 주더군요. 돈 벌 궁리나 좀 해보라는 뜻이겠죠? 반복되는 역사에서 배우려고 한다고 대답했더니, 그래서 인간들이 그 반복을 피할 수 있냐고 반박해요. 늘 달변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오던 제가 이 대목에서 그만 말문이 막혔습니다. 알면서도 피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인류사를 잘 알기에 말입니다. 좌우간 요즘 남북관계가 안 좋아서 걱정이군요. 더 걱정은 한국 내에서 어떤 이들은 이렇게 된 것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남북소통부제 때문이라고 하니, 헛갈립니다. 지금 형편이 형편없다고 우리가 비웃는 유럽은 경제가 엉망일지는 몰라도, 유럽통합을 통해 전쟁의 위협은 없앴는데… 우리에게도 초로신사의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경제보다, 복지보다 평화가 우선이지 않을까요?
반복을 피할 수 없다.. 많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반복의 숲은 같아도 나무들은 조금 씩 달라질 듯도 한데... 그래봐야 숲안인가..ㅎㅎ 어렵네요.
글쎄요. 평화가 경제나 복지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