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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 우크라이나 소년 Eugene Goostman

요즘 인터넷 뉴스가 요상한 제목으로 낚시질을 자주 하죠? 이 제목도 낚시인지는 내용을 다 읽고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최근 소식을 모르는 독자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충돌사태로 소년이 한 명 죽었나?』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요? [최근 소식]을 아는 독자들이라고 써야 하는 것을 필자가 오락가락하여 [모르는 독자]라고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구요? 대명천지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려구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소년 이름이 [유진 구스트맨]입니다. 이미 내용을 아는 독자들에게는 쓸데없이 뜸을 들여 촌스런 짓을 한 것이고, 아직 모르는 독자들은 더운 날씨에 더 짜증났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주변은 그만 서성이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현재 컴퓨터의 오랜 기원은 파스칼의 계산기라고 합니다만,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는 영국의 알랜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라는 사람이 제2차대전 중 독일의 비밀전문을 해석한 것에서 기원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프로그래밍만 했던 것은 아니고 기계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기계는 비밀에 붙여지다 보니, 최초의 컴퓨터라는 명예는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에 설치된 ENIAC에게 돌아갔습니다.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동성연예자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여성호르몬 주사를 의무적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여자처럼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보고 절망한 그는 자살하는 것으로 겨우 불혹을 넘긴 생을 마감합니다. 그 튜링이 예언하기를, 2000년이 오면 인간과 대화가능한 컴퓨터가 만들어질 것이고 약 30%의 (약간 멍청한) 사람들은 그 대화상대가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튜링테스트라는 대회가 생겨났고 채팅을 통해 컴퓨터가 사람정도 단계에 이르는지 시합을 해왔다고 합니다. 미국팀이 만들고 몇차례 보완하여 ‘청문회’에 선 유진은 이번에 패널 33%에게 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책한권이 만들어질 일입니다만, 여기까지가 유진에 관한 출생의 비밀입니다. 외모로 제시된 [여권용] 증명사진은 해리 포터와 닮아보입니다.

유진을 13세, 우크라이나 소년으로 상정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나이가 어려 충분한 지식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합당한 변명거리가 있고, 우크라이나 소년이어서 영어가 충분하지 않아 소통에 오해가 생겼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분쟁지역에서 사니까, 지구촌의 시끄러운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런 짓은 왜 하는 것일까요? 마치 등산가들이 산이 있으니 오른다고 하는 말처럼,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정복욕일까요? 그리고 이런 연구는 어디다 쓸까요? 물론 할 말은 많을 것입니다. 심지어 외로운 사람들의 애완용으로나 영어 배우는 싸이트로도 가능할 터이니까요. 아니면 과학자들은 일단 만들어 내놓기만 하면, 용도는 사회와 사업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이런 인공지능이 크게 무슨 문제를 만들거나 해악을 끼칠 일은 없어보입니다만, 세상이 점점 끔찍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일전에 컨텐츠 타령을 하면서 게임시장이 급격하게 커져서 일부 청소년들을 망가뜨렸습니다. 청소년들 잘못인지 게임업체들 문제인지, 따지자면 날이 샐 일입니다만, 내수가 아니라 수출위주라고 하면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망가져도 남의 나라 애들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들도 그렇게 우리에게 수출할 터인데, 직선으로 날아든 표창인지 돌아 온 부메랑인지만 차이가 있을 뿐, 비수가 되어 등에 꽂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꼭 폭력적 게임이 없어져야 한다거나, 사람 데리고 장난치는 컴퓨터 채팅기를 개발하지 말라는 섣부른 단언을 하기 전에, 이제 과학기술계에도 역사와 윤리교육이 필요할 때입니다. 필자도 공과대학다닐 때 윤리를 배웠는데, 앞에 국민이 붙어서 [국민윤리]였습니다. 그 윤리는 반공교육이요 국가관 교육이지, 인간에 대한 윤리는 아니었습니다. 몇 푼 더 챙기려고 꼼수부리다가 세월호가 가라앉으면 경제적 손실로 따질 수 없는 인간과 사회, 가족이 상처를 받고 국가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가르쳐야 합니다. 논문편수와 해외기관에 의한 대학서열평가 그리고 국가경쟁력재고에만 목을 매다가는, 정말 목을 매고 죽고싶은 사회를 우리가 만들려고 밤새 노력하는 아이러니를 나중에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과학기술 윤리는 이제 우리 내부의 한가한 인문학이 아닙니다. 왜? 어떻게? 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절실한 문제입니다. 제발 많은 책임있는 분들이 공감해주시길, 그리고 새롭게 시작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런 채팅 프로그래밍 기술보다는, 더 나은 외국어 통번역 프로그래밍 개발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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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면 정말 외로운 사람들이 유진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지도 모르지요. 저희집에서도 아이폰의 시리와 대화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거든요. 물론 짜증으로 끝났지만요.^^ 뒤에 말씀하신 과학기술자의 윤리의식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어디까지 연장해야하는가?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나...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기기들이 인간의 삶을 더 메마르게 하는게 아닌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전력을 어찌할 것인가? 결국 환경파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성욱(invu7) 2014-07-04

음, 저 개인적으로도 저 Eugene Goostman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만, 마치 당장 응용될 곳이 없으면 순수과학은 배제해야 한다는 듯한 시각이 있으신 것 같아 안타깝네요. 필자분도 아마 아시겠지만, Eugene Goostman과 Turing Test는, 단순한 채팅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Artificial Intelligence 발달 과정의 일부분입니다. 마치 20세기 초반 물리학자들이 원자 모형에 대해 토론하고 양자 물리를 창안할 때, 그런 짓은 왜 하는 것일까요? 너도 나도 모델 제시해서 최고가 되고 싶은 정복욕일까요? 더 나은 농사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건 저 뿐인가요?

열심히 인공지능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글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저마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연구분야는 있지 않을까요, 저같은 경우는 원자력 안전이나 온난화같은 문제들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전지같은 환경친화적인 에너지기술의 연구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