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아프게 했던 알파고 사건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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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바둑이라는 게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예전 줄기세포 사건 때, 줄기세포가 뭔지 모르면서 기사를 쫓아다니던 기억 때문에 바둑이라는 게임의 룰부터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마치 문맹인이 책을 보며 흰 것은 종이, 까만 것은 글자라고 하는 것처럼,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은 흑백의 돌이 의미없어 보일 것입니다. 이런 독자들은 바둑문맹 탈출기회입니다. 바둑은 흑백이 서로 한 번씩 번갈아가며 둡니다. 쌍방이 돌을 계속 놓으며 빈 공간을 채워가다가 죽은 돌이 생기면 들어낼 뿐, 이미 놓여진 돌의 위치를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번갈아 놓으며 상대보다 더 넓게 자기 집을 확보하는 게임입니다. 집이란 자기 돌로 둘러 싼 빈공간을 말합니다. 너무 넓게 공간을 확보하면 상대가 침입해서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반대로 너무 작으면 집이 모자라 패합니다. 상대 돌이 내 돌을 둘러싸면 내 돌은 숨을 못쉬고 죽게 됩니다. 죽은 돌은 다시 들어내고 빈 공간에 다시 돌을 놓을 수 있습니다. 상대 돌에게 둘러쌈을 당해도 살려면 독립적인 두 개의 집(숨구멍)이 있어야 합니다. 한 번에 두 개를 놓을 수 없으니, 구멍이 두 개면 살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에게 숨쉬는 코구멍이 두 개 있어 하나가 막혀도 다른 하나로 숨을 쉴 수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필자가 바둑을 3급 정도 두는데, 만약 필자는 한 번에 두개씩 놓고 알파고는 하나씩만 놓는다면 알파고에게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바둑은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어딘지를 골라서 돌을 놔야 합니다. 즉, 바둑은 번갈아두면서 더 넓고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상대 돌을 죽여야 하는 ‘우선순위 설정게임’입니다. 어디가 나에게 가장 급하냐 또는 어디가 상대의 급소인가를 매 순간 판단하며 돌을 두는 것입니다. 경기초반은 감각과 스타일에 관계됩니다.
나중을 생각하며 저금형으로 두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착실히 이익을 추구하며 단타 위주로 가느냐입니다. 그렇게 잽만 교환하던 초반이 지나면 중반부터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오며 전투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바둑경기를 시간별로 나누면, 밑그림을 그리는 초기 포석부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중반의 행마부분, 그리고 마지막 한 집이라도 더 건지려는 끝내기로 나뉩니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바둑을 이해할 수 있겠죠?
자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침공인지 러브콜인지부터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지 선발대에 불과한지, 아니면 그들이 살던 별에서 다 멸종되고 겨우 몇 명만 지구로 도망온 것인지 미지수입니다.
만약 그들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총이 효과적일 지, 열에 약한 지, 아니면 전기충격이 오히려 효과적일 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구 침공의 동기도 목적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엄청난 두려움입니다. 그들이 지구를 더 아름답게 할 지, 지구인을 식민지화할 지, 아니면 지구생명체를 다 쓸어버리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지 말입니다. 특별한 번역장치로 그들과 간신히 소통을 했다고 합시다. 그들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존재들인지, 사실만 말하려는 존재들인지 그들의 윤리기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혀 해롭지 않은 그들 몸에 묻어있던 먼지가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어 지구생태계를 교란시킬 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우리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아니 우리가 말하는 소위 전투라는 것이 소용이나 있을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위의 어설픈 SF 시나리오가 바로 이번 알파고 사건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알파고라는 ‘ET’가 지구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 ET가 지구상에 살며 자체적으로 진화해나갈 터인데, 결국 우리를 다 쓸어버릴 지 아니면 우리를 업그레이드시켜줄 지 알 수 없습니다. 상상되는 것은, 계층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산층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영장류’가 차지할 확률이 있습니다. 즉 (고)인간-로봇영장류-(저)인간으로 사회가 삼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없는 로봇은 반복적인 허드렛일을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탑제된 로봇은 고급일을 할 것이며, 가격(리스비용)도 비쌀 것입니다. 하지만 허드렛일을 시킬만한 인건비 싼 인간들은 넘쳐날 것입니다. 그래서 중산층을 ‘로봇영장류’에게 내어주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구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황증거가 있습니다. 전력을 아껴야 한다며 에어콘을 못틀게 했던 여름을 기억하십니까? 그때도 중앙 컴퓨터실은 추울 정도로 에어콘이 돌아갔습니다. 컴퓨터가 다운되면 안되니까요. 임원이나 직원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컴퓨터가 받았던 것입니다. 이때 여전히 시원한 사람은 컴퓨터실을 오가며 일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고)인간 언저리에 속하는 ‘로봇 앞잡이’입니다. 우스개 패러디가 많았던 아자황 박사 같은 역할입니다.
이제 우리 문명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너무 염려가 많은 것인가요? 아니면 필자도 추후 인공지능 전도사 겸 앞잡이가 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먹고사는 문제가 걸리면 당위성은 쉽게 개발되는 법이니까요. 겨우 제시할 수 있는 대책이라면 속도를 좀 늦춰서 부작용도 광범위하게 고려해보며 가자는 의견입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며칠 전에 브뤼셀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분노하던 중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응용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테러방지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라면 저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빅데이터를 접속해서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개개인의 패턴을 인식해 위험인물을 분류하고, 그들의 이미지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공항에 출입하면 불심검문을 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위험한 법처럼 정치인들이 테러리스트보다 반대파 감시에 사용할 것이라구요? 그리고 제가 벌써 ‘인공지능 앞잡이’로 변신한 것이라구요? 끝없는 질문과 회의가 우리에게 최선의 길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알파고가 우리에게 던저준 내용은 무척이나 향후의 인공지능의 문제점 및 가능성입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우리 인간이니 미리 대처하면 유용한 동반기계가 될것으로 봅니다. 잘 읽어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