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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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센은 올해 스무살 생일을 맞이한다고 하네요. 저는 코센의 출생직후, 그러니까 아마도 왕성하게 걸음마를 이미 시작하던 때에 코센에 발을 담그게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러다가 칼럼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모자란 재주를 짜내다보니 본인이 읽어도 지루했던 적이 많았던 칼럼을 10년도 넘게, 딱 한 번 빠지고 매월 써온 것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오지랖 넓게도 여러가지 조언을 한답시고 주변상황도 모른 채 직언을 할 때도 있었을 터인데, 그러다가 탄생한 코너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북 리뷰 코너입니다. 북리뷰가 탄생시킨 스타중 한 명이 서민 교수님이 아닐까 합니다. 코센 북리뷰에 본인소개 및 기생충 이야기를 올리고는 하루밤 사이에 유명해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서민 교수님은 코센 북리뷰 이후 언론노출이 많아졌습니다. 오래전 일을 기억에 의존하려니 정확한 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겠죠. 그나저나 서민 교수님의 기생충이라는 연구주제는 봉준호 감독에게까지 영감을 주었나 봅니다.
북리뷰를 추천했으니 본인이 책임지라는 역풍에 밀려 첫번째 주자로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북리뷰는 카피였습니다. 그 이전 코센에 “날아라~ 책!”이라는 코너가 있었고, 이 글 제목은 사라진 그 코너의 오마쥐입니다. 당시 벌써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지만, 전자도서가 출판되기 전이라 해외에서 한국문학이나 교양서적을 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코센에서 모국어에 허기진 해외 연구자나 유학생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행사를 진행했던 것입니다. 받은 사람은 그 책을 다 읽고 안부와 함께 간단한 서평을 쓴 편지를 책속에 꽂아서 또 다른 해외연구자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이 행사로 인해 한글로 된 책과 편지들이 5대양 6대주를 날아다녔습니다. 이 얼마나 깜찍하고 창의적인 발상인지요? 아마도 누군가는 아직도 이 때 받은 책과 편지를 곱게 소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몇 세기 후 그 책은 해외거주 한국 과학자들간 교류의 산증인으로, 말하자면 다락방에서 발견된 렘브란트의 그림 같은 보물이 될지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 분들 중에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팔자 좋게 연구는 안하고 코센 같은 ‘놀이방’이나 들락거리는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그래서 제가 코센에 발을 담그게 된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확실히 코센 같은 싸이트는 전문 연구자들간에 깊은 토론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싸이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편하게 안부와 잡담을 나누는 곳도 아닙니다. 좀 거칠게 이야기하면, 적당한 멍석을 깔아준 후 해외과학자들을 파악하여 국내에 그들이 가진 지적-인적 자원을 이용하려는 ‘관제 사업’ 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 연구자들은 과학기술 연구에서 흥미-철학-윤리-문화-소통을 최대한 절제하려는 원초적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지한 분위기에서만 공부를 한 습관이 체화된 결과이겠지요. 우리가 한참 지적 채움을 하던 청소년기 동안, 질문과 대답 대신 칠판위의 판서소리와 선생님 목소리만 교실 공간을 채웠던 분위기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금세기 시대정신인 융합과 통섭이 꽃피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융합 대학원 커리큘럼보다는, 분야간 소통 자체로 융합이 실현될 터인데, 소통이 약하니 융합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과학을 생산의 도구나 경제적 수단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본질적 행복에까지 이끌어줄 수 있는 주제가 융합입니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에는, 딱딱한 과학-문제를 풀기 위한 과학-은 점점 기계에게 맡겨지고, 인간은 부드러운 과학-인문학과 예술, 놀이까지 결합하는-과학으로 나갈 것입니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뒤를 이을 시대는, 문화와 예술을 과학과 결합하려는 제2의 르네상스 시대가 될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혁명적 요소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직장 아니면 장사만 직업으로 생각되던 시절은 점차 지나가고 있습니다. 놀러 다니면서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이 직업인 젊은이들도 있고, 유튜브로 앉아서 수다떠는 것으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직업이 오히려 선망의 대상입니다.
이런 딱딱한 과학에 부드러운 르네상스풍 물감을 칠하기 시작한 곳이 코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과학계에서 코센 같은 사업은 변방에 위치하지만, 갈수록 중심으로 들어와 더욱 성장하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해외교민들이 한민족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임은 확실할진데, 해외에 거주하는 과학기술자들이라면 그들의 자산가치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해외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과학기술자들 간의 대화와 만남을 더 넓혀나가는 코센이 되시길 바라며, 회원의 한 명으로서 코센의 20살 성년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지구촌 곳곳의 코센회원님들께, 주위의 좋은 동반자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 되시길 바란다는 인사도 여쭙니다. 아듀~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