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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코로나에도 더 강하고, 더 오래 산다.

온세계가 코로나 대해 속에서 아직 표류중인데, 점점 더해지는 사망자 숫자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인간수명 통계를 찾아봤다. 평균수명 통계는 소숫점 한자리까지로 국가별 랭킹이 발표되는 표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차를 고려하여 그냥 사사오입한 정수로만 따져보자는 것이다. 소숫점이 길게 붙는 것을 더 정확한 통계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길어진 소숫점은 오히려 통계숫자를 직관적으로 기억하고 비교하는데 방해가 된다. 마치 9만8천원짜리 셔츠를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싸게 샀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사설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가보자. 200여개 국가랭킹을 보면, 거의 항상 일본이 1위다. 평균 수명은 약 85세. 현재 한국은 10위정도 평균은 83세. 30위 안에는 아시아의 도시국가 홍콩과 싱가포르 그리고 서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고,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영국은 30위 내에 들지만 후반에 턱걸이하고 있다. 특이점은 30위 안에 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언제나 전쟁과 테러 위협속에 사는 국가인데도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는 점은 이스라엘의 정치와 경제가 그만큼 잘 관리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같다. 그다음으로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늘 위태해보이는 남유럽 국가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스- 역시 30위권안에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중해 식단이 각광을 받는 모양이다.

미국은 평균수명 79세로, 레바논 그리고 쿠바와 더불어 40위 정도에 머문다. 늘 전쟁통에서 사는 레바논, 그리고 낡은 지붕과 고물차만 보이는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사진 속 거리를 떠올리면, 미국이 이들 국가와 비슷한 선상에 있다는 것은 미국 의료시스템이 낙후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졌고 FDA로 세계 제약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의료체계는 먹고살만한 사람들만을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한국인구 전체에 해당하는 5천만 정도의 사람들이 의료보험이 아예 없거나, 중상 사고에만 도움이 되는 보호막이 약한 의료보험에 의지하고 있다. 50위에서 100위까지는 남미와 동구권 국가들이 차지한다. (러시아는 100위 약간 더 아래로 밀려난다.) 평균수명은 77세(50위)에서 73세(100위)로 떨어진다. 거의 200위 가까이 가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지하는데, 평균수명은 60세 정도다. 최빈국 평균수명은 50세에 불과하지만, 기록에 남아있는 1800년 스웨덴 평균연령은 30세 중반으로 나오니, 인류전체가 200년만에 장족의 발전을 했다.

그런데 남녀간의 평균수명 차이가 흥미롭다. 현재 1위에서 50위까지의 발전된 국가에서는 여성이 평균 5년에서 7년까지 더 오래산다. 평균수명이 좀 더 짧은 아랍제국들은 이 차이가 2년~3년으로 줄어든다. 학자들은 아랍제국들 남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추정하지만, 필자는 그 요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계속 수명이 늘어날수록 남녀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즉, 수명이 짧으면 남녀수명의 차이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남80세 여90세의 평균수명을 반으로 잘라보면 남 40세 여 45세가 된다. 첫번 예의 10세의 차이가 둘째 예에서는 5세로 줄어든다. 분모에 평균수명을 나누지 않고 차이만 말하니 생긴 오해가 아닌가 한다.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데, 예를 들면 한국 내 100세 이상 고령자 120분을 조사한 결과 남자는 겨우 6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평균수명 통계에서 남녀차이는 6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오래 살수록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100세 이상에서는 평균을 내어 남녀차이를 비교하는 것보다 이렇게 생존자 숫자로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100세 이상에서는 데이터가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명없이 그냥 넘어가자.)

전쟁이 없는 평화시에도 남녀의 수명차이가 현저한 이유로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거론된다. 남녀의 신체구조가 다르니 당연히 생물학적 요인이 있을 터이지만,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가족단위로 부부가 공히 농업에 종사하는 미국 아미쉬 교도들은 남녀 수명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생물학적 차이가 남녀수명차이에 큰 기여를 하는지는 좀 애매해진다. 반면 문화적인 차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아무래도 남자가 술-담배등으로 더 방탕한 생활을 하고, 회사에서도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으니 일에 대한 피로감도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부분보다는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남녀의 접근방식 차이가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 여자는 훨씬 예민하여 주변변화에 대한 상황파악이 빠르다. 작은 문제도 일찍 챙겨서 스트레스를 미리 받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소화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울면 안된다고 교육받았고, 강해야 한다는 강박과 작은 일에 무신경하여 문제가 커진 다음에야 상황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남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 “싸나이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대범한 척 하다가,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진행되었을 때 위기를 인정한다면 정말 비극이다. 얼마나 엄마들이 애들의 작은 문제에도 신경을 쓰는지, 반면 아빠들은 귀찮아하며 “괜찮다”는 말만 연발하는지를 떠올려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다른 약간 코믹한 추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자들의 설거지 미션이 수명차이를 만든다는 학설이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남자들은 텔레비전을 보느라 소파에 파뭍혀 있는 시간에 여자들은 설거지를 하느라 움직이니까 소화와 혈액순환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마 가정마다 디쉬와셔를 사용한 지 20년쯤 지나면 이 학설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으니, ‘삼식이’ 처지인지라 눈치가 보여 설거지를 자원하고 있다. “경상도 싸나이”와는 거리가 많이 먼 행위다 보니 좀 어색했고 속도가 느리지만, 이 학설을 떠올리고부터는 명분을 얻었다. 이런 명분은 비록 학문적 엄밀성이 빈약하지만, 삶에 활력을 주니까 최소한 ‘유사과학’ 정도로는 분류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모를 때는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라!” 자택연금을 통해 얻게 된 지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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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수명차이가 남녀간의 성향이나 사회성, 감성에 영향을 받는 것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