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의 정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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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우리 내부에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정치가 과학기술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한만큼 압력도 가하고 조언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과학계 내에서의 지나친 정치혐오나 정치 무관심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선을 외부에서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정부의 시작을 지켜보면서 든 필자의 생각은, 국내 일반 여론과 다르게 상당히 긍정적이다. 배우자들 문제까지 뒤섞여 너저분한 구석이 많았지만, 보수와 진보간에 균형을 맞춰 근소한 차이였다는 것, 패배자 측에서 신속하게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 그리고 부정 선거 시비가 없었다는 것은 K-방역보다 훨씬 높게 평가해도 될 K-선거문화라고 생각한다. 정치전문가는 아니지만, 정치는 모두의 것이기에 필자가 과학기술자들과 나누고 싶은 정치에 관련된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번 컬럼을 준비했다.
첫째는 대통령 중임제 이야기다. 이에 대한 헌법개정 논란이 선거 때마다 이어지고 있다. 현재 5년 단임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고 대신 두번 연속을 허락하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제를 그대로 배낀 내용이다. 미국은 헌법상 중임 이상도 제한하지 않았지만,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두 번만 하고 물러난 것을 정치관례로 삼고 있었다. 전시였던 제2차대전 때에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까지 당선되었는데, 마지막 임기를 못채우고 서거했다. 그 이후 3선 이상 출마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중임제 개헌안에 반대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들의 두번 째 임기에서 좋은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 적이 없다. 이것은 중임된 대통령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옛날처럼 세월이 그렇게 천천히 흐르지 않는다는 데에 윈인이 있다. 한 사람이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광속으로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여당후보가 다시 당선되면 반정도는 정권재창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책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7년 임기에 중임이 허용되어 미테랑 대통령은 무려 14년을 통치했다. 지금은 5년에 중임을 허용하는 것으로 개헌되었지만, 프랑스는 총선의석수에 따라 다수당에서 총리직을 가져가는,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혼용한 제도이므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만약 굳이 개헌을 한다면 최선의 제도는 대통령 단임제는 그대로, 하지만 임기는 1년을 줄여 4년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가 4년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대선 정중앙에 오게 해서 대선 2년후 총선, 그리고 총선 2년후 대선으로 반복되는 싸이클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선에서 간접적이나마 대통령 중간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어렵게 이룩한 단임제를 중임제로 만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결선투표제다. 이번에 당선과 낙선 사이의 득표가 근사하여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에 살면서 필자가 여러 번 선거를 보아왔는데, 간단하게 살펴보자. 많은 후보들이 대선이나 총선에 출마한다. 심지어 동일 정당에서도 단일화 없이 여러명의 후보들이 출마한다. 그리고 일차 개표를 한다. 만약 누군가가 투표자의 50% 이상을 득표했으면 당선 확정이다. 하지만 아무도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1등과 2등만 뽑아서 다시 선거한다. 2등과 3등간의 차이가 근소하면 드물게 3명이 결선투표에 오르기도 한다. 결선에 못오른 후보들은 자기표를 특정후보에게 줄 것을 호소한다. 막후에서는 당선후 정치적 댓가에 대한 흥정이 오고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모든 당선자를 과반의 지지를 받은 당선자로 만들어 정치를 견인할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참 묘하게 모순을 만날 경우가 자주 생긴다. 예를 들어 3명이 출마하여1번 후보가45%, 2번 후보는30%, 3번 후보자가25%의 득표를 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당선자는 유권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25% 득표로 탈락한 후보자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1차선거에서 저에게 투표하신 모든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 위의 2번 후보(30% 득표자)에게 투표해 주시길 바랍니다. 2번 후보가 당선되면 저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라고 호소하면 3번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2번으로 몰린다. 이렇게 2위와 3위가 담합하여 정권을 가져가면, 과반이 넘었다고 하여도 정당성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2번과 3번이 연립정권을 만들게 되면 얼마후 삐걱거리는 잡음과 각종 추문들이 들려온다.이 제도는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 내각제가 가미된 프랑스 정치제도에나 적합한 제도다.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라는 안보의 아킬레스건을 가진 나라에서는 위험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소수당에 끌려다니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보다 정치발전속도가 너무 늦는 것같아서 답답하지만, 불과 몇 십년 전에 영장없이 사람들을 구속하고, 확정판결후 하루만에 8명을 사형집행하고,자국군대가 국민을 향해 발포했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의 눈부신 발전이다. 불의를 몰아내고 인권을 세운 정치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따뜻한 정치만 만들면 된다.
결선투표제가 우리나라에 부적합하다는 말씀에 백 번 공감합니다.똑같은 비유는 아니지만 예전 한나라당에서
너무 어이없이 국회선진화법에 도장 찍어준 결과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하면서 농성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선진화법에 걸린다고 협박(?)던지는 화면 보고는 헛웃음이 터지며 욕까지.
좀 전 프로방스 등 소개도, 그리고 이번 주제도 잘 읽었습니다 전 창훈 공돌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