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과학의 언어는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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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과학의 언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언어에서는 영어가 과학의 언어가 된지 오래다. 필자가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90년대에는 석박사 논문을 영어로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프랑스에서는 영어 석박사 논문을 허용하는 대학들이 많다. 그래서 학위를 받고 졸업한 외국인들 중에는 프랑스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영어는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기본이 되었기에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되돌아온 다음에는 영어를 아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몇년전부터 여러권의 영어 학습서를 번역하거나 직접 써서 책으로 출판했다. 제법 유명한 American Accent Training 이라는 책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좀 생뚱맞지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여 영어에 대한 글을 준비해봤다.
영문법 책들 대부분은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편집한 것이기에 너무 세밀하고 장황하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완료라는 시제 설명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입시에서 완료-경험-계속 중 하나를 찍으라는 시험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표현을 위한 도구로써 영어를 배우기보다 학술적 분석에 익숙한 나머지, 지식은 많지만 말할 때 순발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 모국어와 어떻게든 연결해보려는 시도 역시 영어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이미 어른이 되고나면 무조건 외우는 방법으로는 학습 효율을 올릴 수 없다. 이유를 모른 채 무작정 따라한다는 것은 비판력을 갖춘 성인에게 바보가 되길 강요받는 행위처럼 모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간에 많이 등장하는 영어학습법은 영어라는 언어의 기본구조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have는 ‘가지고 있다’는 기본개념을 주축으로 해서 살을 붙여나가는 방법이다. 자 이제have가 본동사든, 조동사든, 아니면 시제동사로 쓰였든지, ‘가지고 있다’는 기본 의미로 모든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보자.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을 붙이면 have와 관련된 현재완료니 의무니 사역이니 하는 것들을 전부 순발력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 I have a cat : 나는 고양이 한마리를 (과거부터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한참동안) 가지고 있다. (영어에서 현재형은 장기간의 지속을 나타낸다. 그래서 동사를 썼지만, 실제 의미는 동작보다 오히려 상태에 가깝다. 반면 진행형은 짧은 시간동안의 지속을 나타낸다.)
◎ I have washed my car: (현재 완료) 나는 내 차를 세차했다. -> 내가 세차한 차를 가지고 있다. -> 내가 세차했기 때문에 지금 내 차는 깨끗하다. (현재완료의 결과용법인데, 좀 전에 세차해서 지금은 깨끗하다는 뜻.)
◎ I had my car washed: (사역 수동 표현) 나는 내 차를 세차시켰다. -> 나는 세차된 내 차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는 내 차가 세차되었다니 남이 해 준 세차다. -> I have my car (be) washed (by him). 이렇게 중간에 생략되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 I had him my car wash: (사역표현) 나는 그에게 내차를 세차시켰다. -> 나는 그에게 세차시킨 차를 가지고 있다. (동작은 과거에 이루어졌지만, 세차된 현재상태를 말함. Wash가 원형인 이유는 사역동사와 have간의 간격이 없음을 말한다. 즉, 확실하게 시켰다는 의미. 동사원형이 아니라 To 부정사를 사용하는 준사역동사GET과 비교해보면, -> I will get him to wash my car. 그에게 차를 세차시킬 것인데, 그가 해줄지 확실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숨어있다. )
◎ I have to send a letter: 나는 보내야 할 편지를 가지고 있다. (약간 절박한 미래형: 아직 안보냈음.)
◎ I have a letter to send: 나는 편지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곧 보내야지… (약간 덜 절박한 미래형)
◎ I have sent the letter: 나는 편지를 보내서 (영수증이나 다른 증거를) 가지고 있다.
◎ I have the letter sent: 나는 누구에게 시켜서 부친 편지를 (영수증이나 다른 증거를) 가지고 있다. -> I have the letter (be) sent (by her).
◎ I am writing a letter: 나는 지금 편지를 쓰고 있다.
◎ I write letters: 나는 (항상) 편지를 쓴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늘 편지를 쓰는 습관이 있는 스타일…) I usually write a letter every week. 처럼 쓰면 좀 더 자연스럽다.
◎ I wrote the letter: 나는 (과거 언젠가) 편지를 썼다. 현재완료가 아닌 단순과거형은 지금 그 편지 답장을 받았는지, 현재와의 연결이 희미함.
자 이제 정리해보면, have 동사 하나로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도 다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까 머리속에서 어순이 잘 안만들어지면, 일단 I have~부터 말하고보면 거의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다.
- 현재: I have a nice car. (좋은 차가 있어서 앞으로 한동안 차 살 일 없는 상황…)
- 현재완료: I have bought a nice car (며칠 전 차를 사서, 지금 친구에게 자랑하려고 보여주는 장면)
- 미래: I have to buy a nice car. (아버지가 사주신다고 하셨으니, 마음 변하시기 전에 차를 사야지!)
- 미래: I have a nice car to buy. (마음에 담아둔 차가 있는데, 나중에 사겠다는…)
- 자발적: I have washed my car.
- 사역수동: I have my car washed. (내 차를 누군가에게 세차하도록 시킴.)
- 사역능동: I have him my car wash. (그가 내 차를 세차: 위 문장과 의미상 동일)
이제, I want to tell you something. 보다 차라리 I have something to tell you. 라고 말해보자.
미래상황을 말하고 싶다면 I will read the paper soon. 대신에, I have to read the paper soon. 로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의무감을 가지고) 실행할 것처럼 들린다.
이런 식으로 have동사로 웬만한 동사를 다 대체가능하며, 의미뿐 아니라 현재-과거-미래를 넘나들며 시제를 커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역능동이나 사역수동의 표현까지 가능하다.
과학할 시간도 모자란데, 영어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기를 바란다.
런던 유학 때 90년 대 초 런던이던 파리이던 만났었던 젊은 또래 프랑스 친구들이 끝까지 영어를 생까고 프랑스어만
고집하길래 그건 자부심이 아니라고 제가 비웃었는데...뭐던 위에서 바뀌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영어 학습서 번역과 직접 만드시기까지 하셨다니 진짜 대단하십니다 그것도 미국서 다시 영어 공부를 다시 끝내시고.
타지에서 건강 관리 항상 잘 하시고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