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하나되는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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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학위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부시절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방황을 많이 하였는데, 그래도 물리가 좋아 유학을 결심하면서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시절은 지금도 가장 추억에 남는 기간입니다. 공부를 하면서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과 부딪치고 그러면서 차츰 이해도 하였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최근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동서양 사람들의 사고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하여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 책인데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제가 유학 초기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빨리 적응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가장 인상에 많이 남는 여행지는 튀니지입니다. 귀국 전에 지금 기회가 아니면 잘 가볼 수 없는 나라를 가보려고 결정한 곳인데, 너무 더워서 고생은 많이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막도 보는 등 기억에 많이 남는 곳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공부도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리고 여행도 더 많이 다녔더라면 등등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입니다. 보통 메모리라고 하면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RAM이나 디지털카메라, MP3 등에 사용되는 플래쉬메모리를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요, 고속화 및 고용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폭을 점점 작게 하여야 합니다. 신문에서 50나노급 DRAM, 40나노급 DRAM 등으로 부르는 것이 바로 이 선폭이지요. 그런데 이 선폭이 점점 미세화되며 더더욱 작게 만드는데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변화메모리(PRAM; Phase-change Random Access Memory)입니다. 저는 이 상변화메모리의 기록층으로 사용되는 Ge-Sb-Te 등과 같은 칼코겐화합물의 상전이 특성 등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결정질과 비정질 간의 가역적인 상변화를 하는데요, 결정질은 저항이 낮고 비정질은 저항이 높아서 이 저항 차이를 이용하여 0과 1을 기록합니다. 현재는 소자내에서 이 물질의 상변화 거동을 이해하는데 주력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현재보다 더 작은 극미세구조에서의 거동 등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메모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늘 고민중에 있습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 소신을 가지고 깊이 파고들어 결국 “사실”을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보는 하나의 사실은 미미하거나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실들이 계속 모이면 진실이 되겠지요. 사실 자연은 우리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그 자리에 존재하고 흘러가고 있는데 이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이를 가급적 편견 없이 보고자 하는 시도가 물리학 등의 자연과학이고 이를 우리에게 이롭게 하고자 하는 시도가 공학입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공학의 세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사회를 해석하면 정말 많은 유사성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물리학이라는 틀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때 이 분야를 선택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특별히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기 보다 자기 분야에서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고 무엇인가를 이루신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늘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유학 준비를 할 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많은 걱정이 있었는데 전세계에 한민족 과학자들의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파리에 가서는 재불한국과학기술자협회(재불과협)를 알게 되었고 KOSEN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질문과 답변(What is)”, “자료요청” 등을 통해서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하여 KOSEN이 인연이 되어 공동연구까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되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이런 경우를 접하는 데 이것이 보다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종종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한 분야에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 것이 다른 분야에서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간단한 개념인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연구실이 아닌, 다른 분야에 있는 동료 과학자들과 우연한 기회에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사실을 종종 발견합니다. 이런 이유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는 특별한 주제 없이 인근 연구실의 동료 과학자들과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있던 에콜 폴리테크니크 PICM연구실에서도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공부하든지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풀 때 가지고 있는 소위 “신념”이라는 것은 “잘못된 고집”과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예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풀고 있는 문제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공계에서 이러한 철학을 가지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책도 많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자연”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우리 자신, 즉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술은 무의미합니다. 저는 지금에야 이런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정말 철학이 바탕이 된, 자연과 인간을 위한 연구를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