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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눔을 꿈꾸며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새로운 방법으로 코센 회원님들과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들뜨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기화학을 전공했고, 현재 직장에서 의약품 활성성분을 대량합성공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화학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어린 시절 과학자의 꿈을 갖게 한 것은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라는 책과 다큐멘터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가졌던 과학자의 꿈은 ‘천문학자’였던 셈이죠.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한 ‘케플러’ 라는 천문학자의 삶이 어린 제 가슴에 뭔가 여운을 남았었나 봅니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대통령, 장군 다음으로 과학자가 되겠다던 또래 친구들이 많았던 시절이었지만 대학 진학 때 화학과에 가겠다고 말씀 드리자 부모님께서 놀라시더군요. 아마도 케플러 같은 천문학자가 되겠다던 말을 여느 아이들이 한번쯤 해보는 말로 그냥 흘려 들으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학창시절을 짜임새 있게 보내진 못했습니다. 신입생 때는 입시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뚜렷한 목표 없이 보낸 것 같습니다. 학부 2학년을 마치고 다들 가는 군대에 갔다가 복학을 하니 정신이 들더군요. 어렴풋이 집안 형편을 살피고는 취업준비를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바로 직장을 잡아야겠구나 마음 먹었었죠. 그런데 졸업이 가까워지자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지금 여기서 멈춘다면 진심으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다시는 해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평생 후회로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뒤늦게 생각을 바꿔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유기화학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제 연구분야는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활성성분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입니다. 유기화학에 대한 학문적 연구라고 해봐야 대학원 석사 과정 동안이 전부입니다. 현재는 기업에서 의약품 합성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몇 건을 제외하곤 딱히 업적이랄 것이 없군요. 다만 여러 가지 이유 중 현재의 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배우고 익힌 화학으로 좀더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고 싶었고, 질병 치료용 물질을 합성하는 일 자체가 좋은 일이 되겠다 싶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현재의 일은 화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학문적 연구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적 연구는 새로운 화학적 발견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실험실 개발한 화학적 합성반응을 화학생산설비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plant fit)하는 것입니다. 학문적 연구에선 화학반응의 특성에 따라 쉽게 반응환경이나 화학반응 장치의 구성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즉, ‘화학반응’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크 보다 크기가 수천, 수만 배 큰 화학제조설비로 화학반응을 수행할 땐 화학제조설비가 화학반응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화학제조설비의 특성이 모든 연구에 우선고려 대상이 됩니다. 화학제조설비는 변경이 가능하다 해도 그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개발된 화학합성공정이 화학제조설비에서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엔 화학적인 합성과정을 화학제조설비에 적합하도록 변형하거나 화학반응설계 자체를 재설계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제 연구의 주요 관심사 입니다.
  앞으로의 바램이라면 제가 개발한 제품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시장에서 선진국 제품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입니다. 약리활성물질(의약품)에 대한 관리규제는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제조에서 판매에 이르기 까지 엄격하고 까다롭습니다. 임상시험 같은 복잡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의약품에 대한 관리규제가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의약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연구한 제품 중 이제 막 유럽에서 작은 결실이 맺기 시작한 제품이 큰 나무로 자라나길 기원합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연구를 하면서 언제 가장 기뻣을까?” 이 질문이 왜 이렇게 생소한 걸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연구한 제품의 첫 오더를 받았을 때 가장 크게 기뻣습니다. 국제엑스포에서 연구개발한 제품을 소개하고, 수출국 정부의 발매승인을 얻기 위해 해당국 승인제도와 국제표준에 맞춰 수 많은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는 동안 여러 해가 지나갔고 시행착오도 많이 거쳤죠. 제품승인을 얻은 후 해당국 바이어로부터 첫 오더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뻣습니다. 실험실에서 연구만 했다면 느끼기 힘들었을 법한 새로운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이었고, 앞으로도 또 다른 그 순간을 기대되네요.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대학원시절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절 사랑으로 지도해주신 충남대학교 화학과의 박균하 교수님 이십니다. 늘 제 인생의 멘토이자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큰 ‘기둥’ 같은 분이 십니다. 부족한 절 춤추게 했던 건 교수님의 칭찬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엄한 질타도 아끼지 않으셨죠.
  제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계기라면 97년 유럽의 한 공항에서 마주한 IMF사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회 초년병이었던 제게 혹독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때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신부님을 통해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라는 성경말씀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비기독교인 이지만 늘 이 말씀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코센과 인연은 KISTI에서 제공하는 컨텐츠 중 ‘글로벌 미래동향 지식 시스템(당시 서비스명은 해외과학기술동향)’ 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2000년에 우연한 계기로 글로벌 미래동향 지식 시스템(이하 ‘GIFT’)의 화학분야 지식리포터로 활동을 시작 했었습니다. 최근까지 활동하다가 지금은 1년 가량 활동을 쉬고 있죠. 지식리포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연히 KISTI가 제공하는 다양한 컨텐츠와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당시 논문 등 연구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코센의 지식도움방/자료요청 코너는 그야말로 제겐 구세주 같았습니다. 문헌이 필요할 때마다 드나들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조건 없이 도움을 주시는 천사 같은 분들께 이번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코센에서 저의 활동무대는 지식도움방/What is~ 코너 입니다. What is~코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갑자기 회사 업무가 바빠지면서 GIFT 활동을 잠시 쉬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업무 때문에 자료요청 코너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나도 어떤 형태로든 이 신세를 갚아야겠다 생각하다가 선택한 것이 What is~ 코너활동 입니다. 제게 도움을 주시 분들께 직접 신세를 갚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What is~코너 활동을 하면서 아는 것을 나눌 때보다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즐겁게 느끼는 것은 일면식도 없는 분들과 이 활동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코센’ 이라는 커뮤니티에 들어와 있을 때면 이곳에 모이신 분들이야말로 “진짜 과학자들 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과학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신 대학시절 은사님의 말씀에 꼭 맞는 분들이 모여 계시기 때문이죠. 그 은사님께서 말씀하시길 과학자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많고, 한번 호기심을 가지면 정신 없이 그것을 즐겁게 쫓아 다니고,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면 모두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사람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과 자주 만나는 곳에 오면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코센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이룬 것 없지만 미래의 과학도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당부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 할 수 있는 일에 미래를 걸어 보시라는 겁니다. 되돌아보면 선택의 순간엔 늘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평생을 가야 할 길이라면 힘든 고비가 분명 있기 마련이고,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그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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