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생물하기 [김정웅]
- 3659
- 0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코세니아 여러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이 서로 만나서 얘기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KOSEN을 통해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서 매우 반갑고 즐겁습니다. 저는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연구전담교수로 일하고 있고, 곧 미국의 국립보건원 (NIH)에서 박사후 과정을 더욱 진행하기 위해서 출국할 예정입니다.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초등학교때부터 생물학 및 기초의학 분야를 공부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매달 제게 “과학동아”와 “뉴턴” 잡지를 사다 주셨는데, 인터넷도 없고 도서관만 있던 시절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기사들로 가득한 이들 잡지를 보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 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사의 방향이 “분자생물학”에 대해 소개하는 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생명현상의 수많은 정보들이 “인지력”이 없는 미세한 분자들끼리의 상호작용들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내용들은 호기심 많았던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친구들 모두 수능시험 공부할 때 생물학 공부한다고 책 펴고 있었던 순수했던 열정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연구에 나태해 질 것 같으면 자책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생물학을 공부 할 수 지금에 매우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임에 행복합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저는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작에 대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생명 정보들은 유전자인 “DNA”에 암호화 되어 담겨져 있고, 이들 생명정보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배우자의 유전자와 새로운 조합을 형성하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집니다. 한 개체가 온전히 발생, 성장 하기 위해서는 개체가 지니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동시에 발현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포 혹은 조직 특이적인 유전자만을 제때, 제 위치에서 발현해야 합니다. 유전자 발현의 조절은 매우 다양한 조절 기작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발현조절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으면 발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질병에 걸리게 됩니다. 저는 학위과정과 박사후 연구원 과정 동안 암세포, 망막세포, 근육세포 등의 모델 시스템을 이용하여 발암과정, 망막 및 근육세포의 분화과정 동안 어떠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조절되고, 이들 생명현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단백질들과 그 결합파트너 단백질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NRL, Pax6, NF-kB 및 p53과 같은 전사조절인자들의 새로운 결합단백질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표적 유전자와 단백질 결합 사이의 몇 가지 전사조절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매우 많은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는 집단들은 그 중요성 만큼이나 매우 세부적으로 나뉘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생물정보학 적인 방법이나 시스템생물학 등 방대한 결과들을 다룰 수 있는 세부 연구분야들이 많이 등장하였지만, 생물학 자체의 특징이 이미 생물로써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생명현상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이적인 데이터조합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저는 향후 생명체를 이루는 뼈대인 생명분자들의 총체적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분’과 ‘전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체계와 시스템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전사조절을 위한 부자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분석방법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서로 상호 응용이 가능하도록 연구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생물학을 계속 공부하게 된데 결정적 영향을 주신 두 분이 계십니다. 한 분은 제 지도교수님이신 중앙대학교의 최경희 교수님 이시고, 다른 한 분은 제가 고등학교 때 분자생물학 실험들을 연구실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셨던 서울여자 대학교의 조경혜 교수님이십니다. 아마 그 당시에 고등학생이 무슨 실험을 배우겠냐며 핀잔을 주고 그냥 보내셨다면 매우 서운한 마음에 아마 지금 다른 직업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험을 배우겠다며 찾아온 저를 매우 기특해 해주셨고 더불어 계속 생물 공부를 하기 위해선 대학에 진학을 해야만 하니 현재 학교 교과공부에도 충실 하라는 충고의 말씀도 항상 해주셨습니다. 그 당시 이년 동안 배우고 공부했던 일들이 오늘에도 많은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그 뒤 대학에 진학하고 만난 최경희 교수님도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 십 년에 걸쳐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계속 정진해야 함을 언제나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 때의 인연들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대학원 석박사 학위과정 동안 교수님과 함께하면서 향후 연구에 임하는 자세, 연구하는 방법 등 그 이외에도 많은 부분들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한 분의 스승님은 제가 열정에만 가득하던 시절에 그 열정을 잃지 않고 생물학의 길로 계속 갈 수 있게 해주셨고, 지도교수님은 생물학의 길목에 막 접어든 철없던 학부생을 관심 있게 지도해주시며 현재까지 실제 연구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도록 채찍질해주시는 두 분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코센은 제가 공부하는 생물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을 가지고 계신 전문가들께서 활동하고 계셔서 최근 말들이 많이 나오는 학문간의 통섭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체라 생각합니다. 처음 코센을 알게 된 것은 실험실 후배가 제게 한인과학자들이 모이는 웹사이트가 있다고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코센에서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분석물을 분석하거나 분석자료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에 나가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주변의 한인 과학자 분들에게도 코센을 많이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코센에는 많은 분들이 기초과학이나 공학 등의 연구자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저와 같은 생각으로, 언젠가는 사회로부터 받은 비용을 꼭 봉사를 통해서 보답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들어 꼭 금전적인 기부만이 아니라 본인의 재능을 기부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코센의 시스템이 정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자들과 사회기부단체들과의 중간고리를 코센이 해주시면 매우 많은 과학자 분들이 참여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코센 웹상에서 쓰이는 마일리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거나, 분석자 분들이 분석료를 받을 때 일정액을 기부할 수 있게 한다거나, 교육의 손이 닫기 힘든 곳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며 특강을 하는 방식 등을 제공해주는 풍성한 웹페이지가 되면 과학자분들의 사회참여도 늘릴 수 있고, 더욱 따뜻한 코센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꿈과 직업은 다른 것입니다. 꿈은 본인이 인생을 통틀어 이루고자 하는 최고지선의 목적입니다. 직업은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꿈의 실현과는 다른 직업으로 혼돈을 갖기도 합니다. 이미 과학자의 길을 들어서신 분들이라면 본인의 목표와 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한 꿈을 꾸기 보다는, 다양한 직업들을 통해 과학자로써 어떠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지 고민 또 고민하는 과학자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선에서 실험과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실패하니까 실험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실험과 연구는 본인의 가정이 맞나 틀리나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틀릴 수 있는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있게’ 실패하고, 이를 공론화하여 동료들과 같이 머리를 모으는 것이 과학의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본인들의 각 분야에서 모두 최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