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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존심 김기현 박사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일본 국립 대학의 한국인 교수 김기현 박사 (KOSEN ID: arche). 그럼에도 그는 일본의 일류 대학 중의 하나인 동북대학에서 한국 이름 석자로 당당히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그는 1991년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과정 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막기술연구센터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했고, 1999년 8월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양대학교 BK21 재료연구단으로 자리를 옮겨 BK21 계약교수직으로서 약 2년 남짓 생활했다. 또한 2002년 한국과학재단의 ‘해외 박사 후 연구원 연수프로그램’의 지원 하에 post doc으로 일본 동북대학 전기통신연구소에 근무했고, 현재는 최근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까 씨가 다녔던 동북대학 공학부 전기공학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대학의 교수체계는 한국의 그것과는 달리 정교수 밑에 바로 조교수가 있다. 현재 일본의 국립대학은 보수적인 제도를 탈피하려는 기운이 역력하다. 그 중 하나가 외국인 교수의 수용에 대한 폭이 전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의 포착력 또한 한국 사람의 기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자리에 서기까지는 그간의 연구 성과와 장래성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었고, 대학교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동북대학에는 재일교포를 포함해 한국인으로는 교수 2인 (공학1, 경제학1)과 조교수 4인 (공학)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학위로, 더군다나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채용된 경우는 그가 처음이라 한다. 이 대학 역시 세계화에 발맞춰 영어를 필수로 선호하다 보니 가능했던 일이다. 자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면서 그 나라에 정착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현재 안정된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그는 일본에 발을 들인 그 당시의 KOSEN을 기억한다. KOSEN과의 첫 대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와 있는 연구자들에게 KOSEN은 중요한 정보의 장이 아닌가 합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마일리지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유가 있답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자료를 올리기 시작했죠. 제가 주로 정보를 올린 곳은 ‘Info on demand’와 ‘Overseas jobs’ 입니다. 또한 꾸준히 핫카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날아라~책’의 회원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했지요.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뜸하긴 하지만 다시 활동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는 또한 ‘KOSEN 알리기’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제공하는 정보 사이트 중 해외 한인 연구자들에게 KOSEN 보다 더 유익한 사이트를 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일일이 메일리스트를 작성해 가며 홍보를 했다고 한다. “마일리지 혜택 때문이라기 보다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유학생이나 연구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KOSEN을 홍보했습니다. 해외 연구자들에겐 행운인 셈이니까요. 그랬더니 마일리지 1위라는 영예까지 덤으로 얻은 거죠. KOSEN 가입을 권유하는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답장이 왔는데, 웹사이트 가입하라고 강요하는 박사는 처음이라나요?” 그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해외 연구자들이 KOSEN의 운영체제에 대해 무지상태라고 했다. 그는 KOSEN의 홍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정부 지원 연구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물론 해외 연구자라면 누구나 갖는 견해일 것이다. “한국과학재단 등의 정부관련과제를 해외 한인 연구자들에게 직접 위탁하거나, 개인 및 연구실 차원에서 유치할 수는 없는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보 교류와 수집의 장이라는 역할과는 좀 동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 같은 해외 연구자에게는 그런 방법이 실질적으로 연구현장에 와 닿는 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현재 물리학에서 시작해 재료과학 분야를 거쳐 이들 재료의 개발과 특성을 직접 접합해 적용하기 위해 전기, 전자공학 분야다.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 과제는 밀리미터파 대역의 소자 개발을 광통신 및 광디바이스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을 근간으로 생체 자기소자분야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분야는 별도의 학문이라기 보다는 매우 인접한 학문 분야입니다. 이러한 학제 간의 경계영역을 소화해내야만 우수한 연구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며 국가과학발전에도 기여하리라 판단됩니다.” 결국 그가 걸어왔고 나아가야 할 과정은 NT 재료분야에서 현재의 IT 디바이스분야 그리고 BT분야에 이르기 까지 총체적 결합인 셈이다. 그의 연구 성과는 현재 진행중인 논문 2편을 포함해 국제 SCI 논문 23편과 국내저널 2편, 국내외 총 25편 등의 부산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근 4년간 평균 두 달에 한 편씩 투고를 한 셈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운이 따른다는 말처럼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포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일본 대학원생들과 나눈 독도와 동해 표기 관련 문제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느끼는 자긍심은 남달랐다고 한다. ‘왜 일본은 독도와 동해에 대해 연연하는가’ 라는 질문에 그들은 그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단다. 동양의 선두주자, 서양 강대국과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인 일본이 지금에 와서 왜 주춤하는가. 그의 말에 따르자면 작은 것에 연연하기 때문이란다. “일본은 앞으로도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본이 세계적인 대국으로서, 아시아의 리더로서 입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소국적 견지를 탈피해 대국의 모습으로 돌아서야 할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호국의 달 6월. 여전히 식민의식이 사그라지지 않은 일본의 하늘 아래 한 민족의 피를 나눈 자랑스런 한국인, 그는 오늘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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