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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 개발: 하버드대 박홍근 교수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든 한국의 한 젊은 과학자가 나노 과학 분야의 세계적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하버드대 화학과 박홍근 교수(36). 한국의 노벨상 기대주로 모으고 있는 그가 지난 6월 3일 1억원의 상금이 걸린 호암상을 받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그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나 요즘 어떻게 사는 지 들었다. “아침에 9시쯤 나와서 저녁 7시 반까지 주로 대학 연구실에 있습니다. 요즘은 직접 실험은 하지 않고 학생과 연구원들이 일을 합니다. 내 연구실에는 박사과정이 7명, 포닥 5명 그리고 대학생도 몇 명이 있습니다. 하버드대에서는 대학생도 연구실에 소속돼 실험을 합니다. 저녁 때 집에 들어가 아내와 함께 4살 된 딸과 놀다가 집에서 9시 반부터 밤 12시까지 다시 일을 합니다.” 박 교수는 세계 최초의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든 인물이다. 흔히 단전자 트랜지스터로도 불리는 획기적인 트랜지스터가 2000년 ‘네이처’에 처음 공개하면서 그는 나노 과학 분야의 젊은 스타로 떠올랐다. 이 트랜지스터의 두 전극 사이에는 공 모양의 탄소분자(일명 버키볼)가 하나 있다. 이를 조작하면 탄소분자가 스위치 역할을 해 정보를 처리한다. 이 때 전극 사이를 오가는 것은 오로지 전자 하나. 전자 하나로 정보를 저장한다고 해서 단전자 트랜지스터로도 불린다. 그는 이어 2002년 6월 한 차원 더 높은 단분자 트랜지스터도 만들어 ‘네이처’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 이 트랜지스터에는 버키볼 대신 바나듐 분자가 들어있다. 버키볼로 만든 단분자트랜지스터가 단지 정보를 전하(+,-)로만 기억하는 데 반해 바나듐 분자로 만든 단분자트랜지스터는 전하와 스핀의 방향(위, 아래)으로도 정보를 기억한다. 요즘 전세계에서는 입자의 기본 성질 가운데 하나인 스핀으로 정보를 대량으로 빠르게 저장하고 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 열풍이 불고 있다. 20세기가 일렉트로닉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스핀트로닉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단분자 트랜지스터가 나온지는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전세계에서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든 곳은 박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대 연구팀과 코넬대 폴 맥퀴언 교수팀 두 곳 뿐이다. 그만큼 그는 독보적인 존재다. 라이벌인 코넬대에도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박사과정 학생인 박지웅씨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인 단분자 트랜지스터 분야를 젊은 한국 과학자들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인텔의 펜티엄4 칩에는 트랜지스터가 1억 개 들어 있습니다. 트랜지스터 하나의 크기는 수백 나노미터(10억분의 1m)정도 크기이지요. 제가 고안한 단(單)분자 트랜지스터는 크기가 1나노미터입니다. 이것이 실용화된다면 펜티엄칩을 10만분의 1 크기로 줄일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지금은 분자로 개별 소자 즉 트랜지스터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보여준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작은 소자를 칩에 적어도 수백만개 집적해 실용적인 칩을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인텔이 관심을 가져 자문도 하고 있지만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많이 집적해 실제 칩을 만들려면 앞으로 10~1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아직은 쓸모도 없는 이렇게 작은 트랜지스터 소자를 만들었을까? 실리콘으로 만든 트랜지스터는 앞으로 10 년쯤 뒤에는 더 이상 크기를 작게 하는 데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때가 되면 단분자 트랜지스터가 그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리콘 칩은 리소그래피로 깍아서 만듭니다. 요즘 칩은 선폭이 100나노미터 정도로 넓습니다. 이것이 계속 작아지면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양자적 간섭 현상 때문에 몇 나노미터 이하로는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깍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자를 조립해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분자 하나로 트랜지스터를 만들려면 분자 만한 간격을 가진 작은 전극을 만들어야 한다. 박 교수는 미세한 금선에 전압을 가하면 끊어지면서 분자 크기의 간격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에 분자 하나를 넣고 이를 조작해 이것이 트랜지스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은 고통스런 작업의 연속이었다. 이런 고통 속에 태어난 단분자 트랜지스터가 미래에 칩으로 실용화될 경우 손목시계가 슈퍼컴퓨터가 된다. 한번 충전하면 1년은 쓸 수 있는 컴퓨터도 나오게 된다. 요즘 트랜지스터에서는 개별 소자에서는 1억개의 전자가 이동하지만 단분자 트랜지스터에서는 전자 하나만 이동하므로 전력 소모가 극히 적다. 그러나 이렇게 미세한 전류가 흐르다 보니 전자파나 태양풍의 간섭 때문에 오작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교수는 “이를 극복하는 것도 매우 풀기 힘든 난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오작동을 수정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 재학시절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보통 박사과정은 돼야 외국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지만 그는 대학시절에 이미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와 ‘케미컬 피직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99년 하버드대 조교수가 된 그는 올해 1월 부교수로 승진했는데 학과에서는 최근 그의 정교수 승진안이 통과돼 9월 총장의 심사만 남겨놓고 있다. 정 교수가 되면 그는 화학과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테뉴어를 받는 정 교수가 된다. 서부의 유명대학이 자꾸 그를 스카우트 하려 하자 하버드대가 선수처서 석좌교수(John Loeb associate professor of natural science) 명칭을 붙여주고 서둘러 정교수로 승진시키려 하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정교수 승진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30명 정도의 국제적 전문가에게 후보 10명의 리스트를 주고 가장 좋은 사람 고르게 한다. 박 교수는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는 20명에 불과하지만 교수들끼리 서로 잘 상의를 해서 과학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하버드대 연구환경은 나무랄 데 없이 좋습니다. 우선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조교수에게 몇백만불씩을 투자해 실험실을 꾸며줍니다. 현재 내 연구팀의 연구비는 150만 달러 정도 됩니다.” 요즘 그는 분야를 넓혀 단분자 트랜지스터 뿐 아니라 DNA나 생화학무기를 검출할 수 있는 단분자센서와 탄소나노튜브 센서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벤처기업에 이전해 자문도 하고 있다. 요즘 DNA를 검색하려면 이를 PCR(중합효소연쇄반응)로 증폭해야 하므로 시간이 며칠씩 걸린다. 하지만 이 센서를 이용하면 피 한방울로 즉시 유전자를 검색할 수 있어 유전자 진단 분야에서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이런 DNA센서에 대한 논문을 2001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단분자나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센서는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극미량의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도 즉시 검출할 수 있다. 요즘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를 검출할 목적의 이동식 트럭이 있지만 그가 미국방과학연구소(DARPA)의 지원으로 개발 중인 생화학무기 센서가 성공하면 칩 하나로 크기가 줄어 군인이 옷에 부착하고 다닐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는 전이금속 화합물로 비휘발성 F램 등 나노 크기의 구조체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스승을 잘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서울대에서는 분광학의 권위자인 화학과 김명수 교수 밑에서, 스탠포드대에서는 광전자분광학의 대가인 리차드 제어 교수 밑에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는 나노 과학의 대가인 폴 알리비사토스 박사와 폴 맥퀴엔 교수 밑에서 연구를 했다. 그는 단분자,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지만 아직 단광자 소자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광자 하나가 나오는 소자가 당장 어디에 필요할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는 기초 과학자입니다. 내가 만든 트랜지스터나 센서가 언젠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기업이 할 일입니다. 아직 모르는 미시세계의 분자나 전자가 가진 성질을 밝혀내는 게 평생 하고 싶은 일입니다.” 기자는 몇 년 전 벨연구소에서 1947년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가 발명한 트랜지스터를 직접 보았다. 거의 어린 아기 주먹만한 트랜지스터였다. 이것이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데 거의 10년의 세월이 걸려 1956년에 노벨상을 탔고 그 후 여러 분야에서 진공관 대신 쓰이게 되었다. 요즘 펜티엄4칩에는 50년 전에는 아기 주먹만했던 트랜지스터가 1억개 들어있다. 박 교수가 고안한 단분자 트랜지스터도 칩이 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지만 10년 뒤에는 실리콘칩처럼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그 때가 되면 그는 노벨상을 타게 될지도 모른다. 1967년 서울 출생, 1990년 서울대 화학과 졸업(전체 수석), 1996년 스탠포드대 화학박사 취득, 1996-99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포닥, 1999년 하버드대 화학과 조교수, 2003년 하버드대 화학과 부교수(John loeb associate professor of natural science) 연락처 HPark@chemistry.harva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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