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그리는 봉평사람 백기태 박사
2003-10-06
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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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태 박사 (KOSEN ID: kitaebaek)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수려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향 강원도 봉평을 등지고 경상북도 구미로 이사한 때였다. 구미를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 물은 고향 봉평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공단지역을 지날 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 역시 적응하기 힘들었고, 이러한 환경의 차이는 현재 그가 연구하고 있는 지하수 관련 환경문제를 인식하고자 하는 그의 뇌파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고향인 두메산골 봉평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도 눈이 내린 듯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이곤 한다.
"고향을 떠난 후에야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를 알게 되네요.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곤 합니다. 봄이면 찔레며 시금치를 뜯어 먹고,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마음껏 따먹기도 하고, 오디 철이 끝나면 앵두, 앵두 철이 끝나면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가을이면 밤과 머루, 다래를 즐겨 먹으며 살았습니다. 이효석 선생 생가 뒤편 숲에 있는 밤나무에 제일 토실토실한 밤들이 많이 열렸지요.”
검은 오딧물이 입가에 온통 범벅이 되어도 마냥 좋았던 그 시절. 밤을 따기 위해 던진 돌이 이웃집 장독을 깨기도 하고, 여름철에는 고기잡이 한다고 시냇가에 살다시피하면서 뱀장어 대신 커다란 뱀을 잡아올려 허탈해 했던 시절을 그는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을 마치던 날 폭설로 인한 개학 연기가 통지되었지만 전화가 없어 그 사실도 모른 채 학교에 가서야 알게 되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요즘은 제가 뛰어놀던 그곳에 스키장이 들어서고, 메밀꽃 축제 등으로 관광지가 되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 식수회사는 강원도 평창 샘물이라는 이름으로 식수를 팔기도 하더군요. 제가 마음대로 마시던 그 물을 이제는 돈을 내고 마셔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환경에 대한 그의 인식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학부 전공인 화학공학을 뒤로하고 환경공학을 선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당시 주요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던 남들이 접근하기 꺼릴만한 과제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나 재활용, 특히 음식물 쓰레기 내의 염분 제거 연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의 독특한 식생활 문화 때문에 염분 함량이 높은 쓰레기가 문제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거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와 그것으로 만든 퇴비나 사료가 연구동 전체를 고향 냄새로 진동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그들의 원망 섞인 눈초리를 한몸에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연구 결과가 좋아 현장 적용까지 마친 상태이다.
그는 대학원 과정을 시작하면서 철저히 공학자가 되고자 결심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공학을 한다는 것은 과학을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학은 실제로 효용성이 없는 발견이나 발명에도 많은 의미를 두지만, 공학은 효용 가치가 없으면 의미 부여가 되지 않을 정도의 철저한 실리성이 배후에 있습니다.”
우수한 논문을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학분야는 특히 우수한 특허와 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이나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석사과정 중에 했던 연구를 현장에 적용하고 또 실제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했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겨두고 있다.
박사과정에서는 토양과 지하수 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가솔린 첨가제로 사용되는 MTBE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과제는 유기물과 무기물로 동시에 오염되어 있는 지하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이다. 토양이나 지하수는 대기나 수처리보다 더 복잡하다고 한다.
“지하에서 기상, 액상, 고상이 공존하는 다매체 오염으로 처리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고, 토양오염이 식수원인 지하수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또한 오염이 진행되어도 지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오염의 발생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저는 막분리 공정과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지하수 또는 토양을 처리하는 공정을 연구했습니다. 계면활성제가 친수성 작용기와 소수성 작용기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기오염물이 TCE, chlorobezne, PCE와 무기오염물인 질산성 질소나 크롬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아직도 현장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지만, 실제 오염된 부지를 복원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KOSEN. 현재 그는 KOSEN에서 전공 분야의 보고서 분석 및 각 코너에 참여하고 있으며 관련 카페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도 하고 제공하기도 한다.
“우선 KOSEN에서는 관련 자료를 거의 실시간으로 다양한 회원들이 제공해준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논문이나 보고서와 같은 자료를 해외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할 수 있다는 점은 KOSEN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연구자들에게도 가장 큰 혜택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전공 관련 자료들이 정리되어 보고서 형태로 제공된다는 것도 제겐 큰 유익입니다.”
그는 이에 덧붙여 KOSEN에 바라는 점을 몇 가지 제시했다.
“첫째로, 새로 분석된 자료들은 관련 분야 회원들에게 메일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료를 필요로 하는 회원에게 혹은 신청 회원에게 제공함으로써 KOSEN의 기능은 더욱 빛을 바랄 것입니다. 다음으로, 휼륭한 회원들의 참여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KOSEN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은 몇몇에 불과합니다. KOSEN 회원 중 신문기사로 장식되는 연구자들이 포커스에 소개되곤 합니다만, 그분들이 KOSEN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활동량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훌륭하신 과학자들을 다양한 분야에 참여시킴으로써 KOSEN의 본 기능이 좀더 잘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아직 초보 박사, 초보 공학자이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무수히 쌓여있다고 말한다. 또한 KOSEN을 통해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여러 훌륭한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