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정기(精氣)를 받고 사는 행복...최광진 회원
2003-11-04
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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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땅과 농촌의 맑은 공기를 벗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삶을 수직적 개념에 비유한 그 (KOSEN ID: afflair6)는 시골의 삶을 이와 대비시켜 수평적 개념으로 엮어간다. 항상 위로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상대와 무엇이든 함께 나누며 공존하는 삶, 그것이 바로 시골에서의 삶인 것이다. 그는 또한 도시 안에 갇힌 사람들과는 다른 일상의 부지런함을 시골 생활에서 만끽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왜 그리 할 일이 많은지요. 이곳에선 화장실만 가려 해도 우선 대문을 나선답니다. 게다가 밭을 한 번 둘러보려면 몇 킬로미터는 족히 이슬에 젖은 땅을 밟고 걸어야 하지요. 걷다 보면 빨갛게 떠오르는 새벽녘 해를 보게 됩니다. 그런 이후에 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또한 그리 간단치가 않다. 늘 되풀이되는 일상이지만 시골의 하루는 도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집 안팎을 분주히 오가며 문이란 문마다 들락날락 문지방이 성할 날이 없다.
“이번 주말엔 저희 시골집 온 식구가 밭에 나가 들깨를 털어야 한니다. 들깨 터는 일도 보통 아니죠. 큰 멍석을 펼쳐 놓고 그 위에 들깨를 도리깨로 내리치기 좋게 골고루 펼칩니다. 그리고는 도리깨질을 한 후 다시 까불러서 검불을 날려보내야 합니다.”
그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안다. 그래서인지 비록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일지라도 항상 소중하게 맞이한다. 그의 마음가짐은 현재 맡고 있는 KOSEN의 카페 ‘날아라~~~책!’ 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 있다. 이곳 역시 그가 살고 있는 아담한 시골집처럼 문지방이 닳도록 많은 회원들이 들락날락 붐비기를 바라고 있다.
“1997년도에 고향 아닌 타지방에서의 직장생활을 마감하며 그간 읽었던 손때 묻은 책들을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좋은 책들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공도서관에 기증하면 찾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실행에 옮겼답니다.”
살아가며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물건이든 마음이든 자기만의 강한 소유욕 때문에 포기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책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더욱 KOSEN의 책방을 사랑하고, 초대 시샵인 곽지혜 박사(KOSEN ID: bleucoeur)에게도 고마운 마음 간절하다. 물론 회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회원들의 정성으로 발전하고 있는 카페인 만큼 회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하지만 그가 회원들에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날책방의 회원들이 너무 예절을 중요시하는 듯합니다. 물론 얼굴 없는 공간에서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좋은 일이나 슬픈 일 혹은 병석에 누워있을 때 등등 각자의 소식을 알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 위로해주는 회원들간의 정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이라는 매개물로 엮인 회원들간의 돈독한 유대관계를 그는 희망하고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책방의 온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나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의 동향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유대관계는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무엇이든 강요에 의한 것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이 카페를 찾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고 회원들 각자의 마음이 움직여서 스스로 찾는 카페, 서로 만나고자 하는 욕구로 찾는 카페가 되기를 희망한다.
다가오는 토요일, 그는 혼자만의 가을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이제 인생을 되돌아 볼 나이가 된 그에게 흘러가는 세월의 무게는 아쉽기만 하다. 아쉬움으로 마냥 흔들리는 마음을 가을 길에 털고 올 작정이다. 삶의 충만함과 여유 또한 만끽하고 오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