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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으로 포장된 열정, 옥민호 회원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포도주 폴리페놀 추출물의 혈관생성 저해 효과와 메커니즘 규명입니다. 포도주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경우 육류 및 지방분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 사망률이 다른 유럽국가 및 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런 현상 (프렌치패러독스)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 규명이 이 프로젝트의 중점입니다. 또한 그 결과를 응용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죠” 옥민호 회원은 전남대 약대 학부 및 대학원 졸업 후 양지화학연구소를 시작으로 연구활동에 첫 발을 내디뎠다. 양지화학연구소는 순수 연구 공동프로젝트 진행을 목적으로 프랑스에 Yanikem 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유럽의 각종 정보 및 연구동향을 파악하여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유럽 각국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약물학 팀에서 프랑스 파스퇴르 약대와 포도주 추출물의 분자생물학적인 효과 및 메카니즘의 규명이라는 주제로 2000년부터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포도주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항산화제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제외한 뚜렷한 이유를 규명하지 못했었다. 이런 일반적인 항산화제의 특징만으로는 새로운 신약개발 혹은 치료제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생 혈관의 생성은 아주 정교하게 조절되는 과정이지만, 암의 성장 및 전이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혈관생성이 암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및 염증 반응에도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제 논문의 주제는 포도주의 건강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이런 질병 상태의 새로운 혈관 생성을 저해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생 혈관의 생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에서는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와 ‘matrix metalloproteinase (MMP)’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중요한 조절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사람의 혈관, 근육 세포 및 상피세포에 포도주 폴리페놀 추출물을 적용했을 때,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단백질의 발현 및 활성도가 유의성 있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두 메커니즘은 서로 다른 쪽의 작용 경로를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논문은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저널에 소개되었으며, 현재 그는 Circulation 저널에 실릴 개정판을 작업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어떠한 물질이 직접 효과가 있는지, 그 효과는 같은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를 연구 중이다. 그의 연구 내용은 학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그는 Journal of Nutritional Biochemistry에 review 초대를 받았다. “이제는 in vivo 실험을 진행 중이며, 기존에 세웠던 이론에 부합되는 실험결과들이 도출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로 확인과, 효과를 나타내는 순수 물질을 확인했기 때문에 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에 의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물질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프랑스로 박사과정을 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백지 상태의 불어 실력에다 낯선 프랑스 문화까지 접하려니 막막한 심정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느낀 프랑스에 대한 첫 인상은 그들이 한결같이 여유롭다는 것이었다. 어딜 가든 게으르게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여유로움이 넘쳤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4 년 여 기간을 그곳에 살면서 내린 결론은, 그들이 일하는 동안에는 어느 나라 사람보다 열정을 가지고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한 프랑스 친구가 일본으로 포닥을 갔습니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처음에 일본사람의 일하는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뿐 실제 연구량이나 작업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연구 진행 방식과도 유사한 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낯이 뜨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생들의 평판이 나쁘지 않은 것은 타 국가와 견주어 비교우위에 있는 한국인의 창의성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전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당당히 설 수 있으리라고 그는 확신한다. 그는 1999년도 한 인터넷신문에서 KOSEN을 알게 되었다. ‘한민족 과학자 네트워크’라는 사이트 명이 매우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해외에 있는 한민족 과학기술자들과 국내 과학기술자들의 정보 교류 및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목적’이라는 설명에 가슴이 설레었고 당시 석사과정에 있었던 제가 과연 이곳에서 일조를 할 수 있을까 망설였던 게 엊그제 같네요.” 얼마 전 그는 출장차 한국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이공계 홀대 및 연구환경 열악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대부분 전공자들의 지원이 최신 유행분야에만 치우쳐 기초과학의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들도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거시적 안목으로 국가와 과학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규모와 위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KOSEN의 회원간 친목 유지와 새로운 지식의 공유는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지만, 이와 함께 우리나라 과학 발전의 방향 제시와, 더 나아가 전반적인 대세를 형성할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이 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든다면 국책 설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그렇게 영향력 있는 모임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과학을 이끌어 갈 인재들이 KOSEN과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를 던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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