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주병권 박사
200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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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사님의 이력과 학창시절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1962년에 충북 제천 부근의 작은 산골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입학 무렵에 상경하였습니다. 1995년에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8년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디스플레이 및 나노 소자 연구팀을 맡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은 학교 안에서보다는 밖에서의 생활이 더욱 생생한데,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새롭고, 중 고등학교 시절은 지금 제 나이 또래의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얼마 전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에서 재현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로 1980년대에 해당하는 대학, 대학원 시절은 자율화, 민주화 운동, 올림픽 등등의 단어들이 익숙해지던 때였지요. 저는 1990년대 초반에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박사 과정을 마쳤는데, 이 때에는 신혼 생활을 하면서, 주경야독하고, 아이도 낳기도 했었던 가장 활력 있고 바쁜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박사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오신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방향 및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혹시 정보 디스플레이나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나노 소자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우리 연구실(KIST 디스플레이 및 나노 소자 연구실, http://diana.kist.re.kr)은 비교적 익숙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학술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연구 성과도 비교적 우수했고, 금년으로서 연륜도 10년이 되었고, 동문들도 50명 가까이 되고, 이제는 많이 안정되어 현재보다는 미래 기술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현재까지 연구하여 온 분야는 평판 디스플레이 중에서 FED(Field Emission Display)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MEMS 및 나노 분야에서는 바이오 센서 및 액튜에이터, RF(Radio Frequency)-MEMS, 탄소 나노 튜브 응용 소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 디스플레이 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비롯하여 국내외 학회에서 여러 번 논문상이나 학술상을 수상했고, 주로 기업들과 함께 연구하여 오면서 실용적인 결과들도 건실하게 도출하였으니 어느 정도 내실이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죠. 앞으로는 이 기술의 연장선 상에서 유연성 있는 전자 소자 및 시스템 분야와 MEMS 구조물 위에 형성된 나노 전자 시스템 등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 전문가로서 수년째 활동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OSEN과의 인연은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 검색을 하던 중에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시작되었고, 현재는 전자(디스플레이 및 MEMS) 분야의 전문가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 회원들과 온라인을 통해서 교분도 나누고 정보 교환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부족하네요. 다만, 전문가로서의 기본 업무는 밀리지 않고 성실히 하고자 노력 중이며, 혹시라도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늘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기회에 제가 전문가 업무를 보면서, 특히 학회 보고서 검토 등에서 좀 까다롭게 의견을 달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는데, 다른 회원 여러분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서 보는 보고서인 만큼 보기 편하고 내용이 알차게 꾸며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니 혹시 서운하셨던 분들은 용서 바랍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점점 더 질문이 어려워지는데요.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나겠지요. 네트워크 시대의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드러나고도 있지만, 우리가 잘 활용을 한다면 그 효과도 무궁무진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KOSEN의 기여도는 이미 피부에 닿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란 어렵고, 다만 네트워크란 구조를 통하여 의견 수렴이 상당이 원활한 만큼 항상 Version-up되는 KOSEN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무엇이던 발전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20%는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하여 인기가 없는 코너는 과감이 정리하고, 다수가 원하는 부분을 새롭게 채워 넣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학회 보고서의 품질, KOSEN 카페 등등에 사용되지 않는 물건들, 비어있는 방들이 꼭꼭 숨어 있습니다. 이들 방의 커튼을 젖히고, 먼지도 털고, 불필요한 물건들은 소각하고, 새로운 가구들을 들여놓고자 하는 시도가 주기적으로 요구되겠지요.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 모교인 고려대학교 아산 이학관 현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시련은 있으나 실패는 없다.” 2002년을 장식한 문장이 있죠. “꿈은 이루어진다.” 이런 글귀들이 성공과 꿈의 실현만을 강조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패도 있을 수 있고,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피조물이기에 결정은 신만이 하실 수 있겠지요. 다만 우리가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의지”가 아닐까요? “의지”라는 과정이 있다면, 실패는 실패가 아닙니다. 못 이룬 꿈도 우리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이공계의 위기, 구직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이학도들은 한의대나 의대, 약대로 몰리고 있는데… 우리가 어느 분야를 하든, 어떤 삶을 살든, 하고 싶은 바를 의지를 갖고 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 가 싶습니다. 연구자의 길, 과학자로서의 삶, 제 경험으로는 의지를 갖고 실행해 볼 가치가 있는 길입니다. 한국의 젊은 꿈이 되실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좋은 새해를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