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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대 꼭지점 - 생물학, 교육 그리고 KOSENIA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먼저, 인사드립니다. 연배 높으신 선배님들 많으신데, 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어~기 청원군 다락리에 콕 박혀서 은둔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수원(ID gene1st:일뜽유전자)이라고 합니다. 본래 학부 전공은 분자생물학이었으나, 좀 더 사회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기에 진로를 바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제 한 학기만 무사히, 사고 안치고 지나가면 제게도 ‘빛나는 졸업장’이 주어지게 될 듯 싶습니다. 학부 때는 주로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학과 일도 열심히 하고, 동아리 일도 열심히 해보고… 3학년 때부터는 다른 학부생들이 그러하듯, 이미 홀딱 반해버린 분자생물학에 ‘그래! 이 길이 내 길이야~!!’를 연발하며 지도 교수님과 함께 실험실에서 밤을 지샌 적도 많았습니다. 한 번은 교수님이 새벽에 실험을 하시면서 “새벽에 실험을 하면 꼭 데이터가 안나오더라… 아무래도 새벽 실험이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때 좀 졸렸었거든요.. 정신 바짝 차리고 클린 벤치(clean bench)를 들여다 보는데, 어느새 교수님 눈이 풀리셔서는 클린벤치 유리창에 고개를 부딪치시더라구요. 그때 반짝 떠오른 것이.. “교수님! 제가 노래 한 곡 불러드릴까요?” 저희 교수님 음악 좋아하시거든요. 교수님 학창시절 최고 유행가였던 ‘흙에 살리라’를 불러 드렸더니 막 웃으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참 황당해 하셨을 거 같기도 해요.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배시시 흘러 나오네요. 사람이 좋아, 그리고 또 사람이 힘들어 연구실을 나오게 되었지만 그 때 그 기억은 참으로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교원대에 입학했고, 도 닦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두 번째 ‘생물학’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새로운’ 생물학은 제게 두 가지 면에서 ‘충격’이었습니다. 그 동안 분자생물학이 생물학의 전부라고 여겨 왔던 제게, 이곳 교원대에서의 황새 복원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는 황당함을 넘어선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교육’과 접목되어 있는 ‘생물학’의 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었는데요, 제 안의 교육은 그야말로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던 ‘교육’으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일로 여겨 왔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닥쳐 가르칠 생각을 하면, 그냥 생물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정리해서 칠판에 써주고, 설명 한번 해주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 그게 아니구나..’ 이 곳에서의 ‘생물학’은 그 동안 배워왔던 관점 자체가 달랐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겠지만요.^^ 학부 때 배웠던 내용도 ‘왜?’라는 질문 앞에선 꼼짝 못하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학문하는 사람은 특정 부분에 해박한 지식만 있으면 되지 뭐’ 하고 대충 넘어갔던 제가.. 흔히 말하는 제대로 임자를 만났던 거죠(ㅎㅎ). 이곳에서 1년 반을 지내 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왜?’라는 질문은 교수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운 지식으로의 답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진정 학문 하는 사람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게 ‘선생님’ 인생의 머릿돌을 놓아 주신.. 큰 스승이신 우리 정완호 선생님을 만난 것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연세가 벌써 칠순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선생님’을 꿈꾸시는 우리 정완호 교수님… 이곳에 와서 생물학 세미나 시간에 교수님이 해주시는 말씀에 홀딱 반해서는 골수 팬이 되어 버렸답니다~ ㅎㅎ 제 생물쟁이 인생은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 들여 쌓아 올려지고 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이제 생물학도, 교육학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제가 이루어 놓은 실적은 없습니다만, 부끄럽긴 하지만 현재 준비하고 있는 졸업논문의 테마에 대해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현재 과학교육 수업 모형은 지식의 재생성이라는 부분이 매우 취약한 형태입니다. 그래서 과학고와 같은 일부 학교에서는 사사연구 형태로 R&E(Research and Education)이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실제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우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이 되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따져보면 학생의 사사연구는 결국 교수님, 혹은 대학원생의 프로젝트에 맞추어 흘러가기 때문에 학생의 주도적인 사고가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이러한 사사연구 형태보다 아예 고등학교에, 과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수업 모형화 하여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나라 이스라엘의 경우, 그곳의 고등학생은 이미 Bioinformatics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과학자처럼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팀원들 스스로 토의, 결정하여 과제를 수행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작은 과학자’ 수업인 셈이죠. 저는 이러한 수업 하나하나를 HS-CPS(History of Science based-Creative Problem Solving Strategy)전략을 이용하여 짜서 고등학생들이 생명과학 분야를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모듈을 개발하였고 현재 충북과학고 여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 교원대 내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여성과학기술자 인력양성 사업) 충북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얼마 전 센터장님의 추천으로, 지금은 WISE 사업도 진행하고 제 논문도 진행하는 중입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과의 인연은 03년 석사시절 강의를 해주셨던 김성환 선생님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막상 학교 그만두고 교원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선생님 소식이 궁금해서 얼른 생각난 것이 KOSEN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선생님과 다시 연락도 되고 우리 친절하고 배려 깊으신 토끼 소녀님, 그리고 별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KOSEN에서의 활동은 주로 여성과학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여/과/로 커뮤니티에 바로 가입해서 활동을 해오고 있고, 여러 선배님의 격려와 조언 감사히 챙겨 듣고 있습니다. 사실, KOSEN은 생물학의 최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난 제게 있어 생물학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원 입니다. 분석자료는 물론 강의자료, 요청자료 등 제가 올리지는 못해도 이용하지 않는 코너가 없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 전 광장 소프트볼 대회에 참가했었는데요, 정말 가슴 찡한 대접을 받고 왔던 시간이라 잊혀지질 않습니다. 경기 후 저녁 식사에서 우리 동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마음에 남습니다. 그런 면에서 KOSEN은 제게 과학과 사람, 그리고 교육 모두를 가져다 주었지 않나 싶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우리 선생님들께서 애써서 일궈주신 밭에, 저는 열심히 알찬 씨앗을 심겠습니다!” 이게 제 KOSEN 모토입니다! ^^ 그리고 좀 더 오지랖 넓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동장님 말씀대로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인 만큼 회원들간 유대감이 더욱 공고히 쌓이길 바라며, 이 값진 정보들이 교육적으로도 활용이 잘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정이 좀 나아지면 과학교육 커뮤니티를 하나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모로 힘들겠지만요~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우리 학생들이 이런 말들을 제게 하곤 합니다. “선생님~ 저는 수학이 싫어서 이과 못 갈 것 같아요.”, “선생님 저는 생물은 좋은데 물리가 너무 싫어요” 그런 아이들의 말에 제 대답은… “괜찮아~ 선생님은 최소한의 수학과 최소한의 영어를 했지만, 최대한의 언어(영역)와 최대한의 생물점수를 받아서 여기까지 왔어” 우리 아이들.. 제 ‘최소한의~’시리즈에 깔깔 넘어갔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어 했던 말은.. 무엇이든 좋아서 쫓아가야지, 싫어서 피해가면 안된다!! 였습니다. 너무나 수동적인 학습에 익숙해 온 우리 아이들에게 열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아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배님들, 그리고 후배님들… 후배들에게 열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그 모습이 그들에게 또 하나의 선생님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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