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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에서 에너지와 소재까지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사이언스 키드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KOSEN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중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기기의 분해 조립 그리고 라디오, 무선마이크와 같은 전자회로 제작 등을 즐겨 하였고, 그 외에도 암석 모으기, 식물표본과 곤충표본 만들기, 별자리 관찰하기 등 여러 가지로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런 습성은 남아 있지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의 일 세 가지인데, 하나는 대구중학교 2학년 때, 교내에서 식물과 암석명을 맞추는 대회에서 1등을 한 것과, 역시 중학교 생물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5개의 뇌에 대해서 물어보셨을 때, 큰골, 작은골, 숨골, 사잇골, 가운뎃골이라고 교과서 내용 (원래는 대뇌, 소뇌, 연수, 간뇌, 중뇌)이 아닌 백과사전의 내용을 답해서 선생님이 잠시 머뭇거리시다가 맞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원소기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혼자서 영어사전을 뒤지면서 각 원소들의 주기율번호와 원소기호를 하나하나 찾으면서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나중에야 주기율표라고 다 정리된 게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부모님께서도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많으셔서 사남매 모두가 결국 이과를 선택하였고, 저는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에 1985년에 입학하였습니다. 학부 1학년 때 우연히 ‘촉매란 무엇인가?’라는 번역된 문고판 책을 사서 읽고는 막연히 촉매라는 것에 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가,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결국 촉매화학과 관련한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치게 되었으니 촉매와는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촉매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 정유공장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석유화학 촉매 및 공정에 관해 업무를 하였는데, 계속 연구만 한 경우에는 가질 수 없는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1999년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현장과 접목된 촉매연구의 여러 가지 면을 배우는 한편, 당시 화학연구원에 재직하고 계시던 다양한 전공의 많은 전문가 분들과의 교류를 가질 수 있었으며, 그 분들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는 캐나다의 Waterloo 대학에서 2년간 Post-doc을 하면서 해외경험과 한국과는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 및 연구에 임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세상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많은 민족이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수행하였던 다양한 연구경험들은 촉매에 관한 전공지식 이외에도 에너지와 환경에 관한 시각, 다양한 무기소재의 합성 등으로 지식의 범위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폭넓은 사고력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001년에 LG화학 기술원에 입사한 이후에는 백금을 이용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용 전극촉매의 연구를 시작으로 하여, 수소에너지, 태양광전지, 환경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주변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동료와 더불어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의 연구에 있어서는, 이를 이용한 막전극 접합체 및 스택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5년 이상 매진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의 성능, 내구성, 경제성 등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상용화의 길이 멀기는 하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실사용자가 함께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연료전지를 이용한 자동차와 다양한 기기들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줄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연료전지 관련 업무를 잠시 떠나서, 고부가가치 무기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도 조만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회사 내의 분들이 좋은 자료들을 많이 가지고 계신데, 그 중에 www.kosen21.org라는 암호를 필요로 하는 문서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것들이 KOSEN에서 작성된 자료들이라는 걸 알았고, 또한 암호가 홈페이지 주소를 나타낸 것이라는 걸 알고는 바로 이용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박사학위전공은 불균일 촉매쪽이었지만, 이와 관련된 일들을 하면서 대체에너지, 환경, 소재합성 쪽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잘 정리된 흥미로운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촉매분야 이외에도 회사 내에서의 업무와 관련하여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에도 관심이 많던 타라, 자연스럽게 2003년에 KOSEN 전문가로 신청을 하게 되었고, 기회가 맞았는지 그 때 전문가로 선정이 되어 이후로 계속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주로 했던 일들로는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관련한 여러 국제학회의 보고서 및 미래선도기술 조사보고서들의 리뷰, 그리고 촉매/연료전지/수소에너지/소재합성과 관련하여 다수의 자료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What is?” 게시판에는 가끔씩 들러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지식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현재의 KOSEN 활동도 매우 활발합니다만, 이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의 연구자들끼리 보다는 외국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과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통해서 더욱 발전된 KOSEN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외의 대학교나 연구기관에 계신 분 들 뿐만 아니라 기업체에 계시는 분들도 활발히 참여하신다면 더욱 좋은 정보공유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를 위해서는 뭔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What is?” 게시판은, 저도 가끔씩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있는 아주 유용한 게시판이며, KOSEN에 대한 홍보가 널리 되어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게시판의 유용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예전에는 스스로의 경력을 개발할 때, 폭넓게 아는 Generalist가 될 것인지, 한 분야를 깊이 아는 Specialist가 될 것인지의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T’자형 인재라는 말이 사용되면서 한 가지를 깊이 아는 전문가면서 다양하게 아는 것을 강조하다가 요즈음은 ‘∏’자형 인재로 두 가지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깊이 아는 “빗” 형 인재가 되어야만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해 봅니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혼자서 많은 것을 모두 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에나 적용되는 얘기지만,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면서 한 편으로는 나와는 다른 방면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알고 필요할 때에 서로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좋은 성과를 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KOSEN은 좋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이공계 위기니 해서 이공계에 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대학교에 진학할 시기에는 이공계 위기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지만, 이제는 일상화된 단어로 저도 이에 대해 수시로 생각해 보곤 합니다. 현실을 보면 분명히 국가경제 발전에 이공계가 큰 기여를 한 바에 비해 사회적으로 인정을 약하게 받으며, 이공인의 입장으로서는 직업의 안정성도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공계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하면 이공계 종사자로서 후학들에게 어떤 역할모델을 하실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시리라 생각되며, 현재 이공계 진학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먼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미래의 내 모습은 무엇일지 잘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또한 국가 정책을 수립하시는 분이나, 기업의 경영자들께서는 이공계 위기를 단순한 인력 수급의 문제로 생각하시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으로서 이공계의 인력 육성 및 유지에 관해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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