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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의 바다에 최초의 물결을...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자신에 대해 소개 하라고 하면, 어떤 말로 시작을 할까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나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내세울 것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한 두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면모와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나란 어떤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결국 소개팅 나가서 이야기하는 레파토리로 나가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글로벌을 지향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업은 건강한 피부에 대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평균 10 시간 이상씩 회사에서 지내는데요, 일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아마 새로운 일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은 산책, 댄스, 등산, 여행, 독서, 요리, 새로운 것 공부하기 등입니다. ‘새로운 것 공부하기’는 사실 저도 최근에 깨달은 저의 취미입니다. 학창 시절,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라며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수석 합격생 혹은 천재들에게 반감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뭔가 배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더라구요. 학습의 대상이 댄스가 되었든, 요리가 되었든, 새로운 나라와 사람이 되었든 간에요. 제가 지금 즐기고 있는 것 이외에 상당히 다양한 것들-스쿼시, 해동검도, 단학 수련, 요가 등을 시도 했었구요,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고향인 경상북도 영덕에 머물렀는데요. 공간적인 제약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러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마구마구 읽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저희 집의 장서 규모는 웬만한 시골 공립 도서관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자전거를 끌고 주변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제 고향 영덕은 바다, 산, 강이 잘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입니다. 그 때는 그 귀함을 깨닫지 못했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끽하며 아주 윤택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는 매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마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한 양의 5 배 이상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첫 째, 고등학교 때 공부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둘 째,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장학금이 꼭 필요했으므로, 세 째, 제가 다닌 대학이 공부 많이 시키는 것으로 정평 난 고등학교 같은 대학이었기 때문입니다. 방학 중 그 다음 학기 교과서들을 통째로 미리 읽었고 수업 시간에는 교수님과 논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원서를 가지고 공부했었는데 아마 영어 해석 상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습득한 지식과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저의 50 % 이상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앞 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화장품 회사에서 피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피부와 건강하지 않은 피부를 조직, 세포, 유전자 수준에서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하지 않은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 실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제가 가장 보람되게 생각한 연구 결과에 대해 소개 드리겠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유전자 마이크로어레이와 생물정보학 기술을 이용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한방 원료인 홍삼에서 분리한 진세노사이드 대사체의 새로운 피부 활성 조절 효능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고려 시대부터 인삼 종주국이고 역사가 유구하다고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인삼 관련 제품의 점유율은 3 %에 불과하고, 효능에 대한 연구 역시 일본, 중국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었습니다. 관련 사업에 종사하시는 분의 말을 빌자면 우리끼리 인삼의 종주국이라고 자만하고 있지만 우리 인삼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학문적 근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연구 내용은 주로 섭취된 인삼 성분의 효능이지 피부 도포에 의한 효과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처음 검토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가치 있는 작업이 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처음 검토한 시점인 1999년 경에는 유전자 마이크로어레이와 생물정보학 기술 같은 것은 상당히 낮선 기술이었기에 의사 결정자들의 이해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제약 회사도 아닌 화장품 회사에서 거액을 투자하여 그런 기초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심했습니다. 저희 연구소 최고 책임자이신 원장님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제 뜻대로 연구 과제가 시작되었고, 홍삼 사포닌 대사체가 피부의 탄력, 보습 증진에 유효한 히알루론 산 생성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며, 자외선으로 인한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홍삼 사포닌은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아 그거!’ 하며 알아채는 한 화장품 브랜드의 기능성 소재가 되었고, 그 연구 과제는 성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홍삼 연구로 화장품 산업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동암화장품연구개발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했던 원장님과의 관계는 글쎄요.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석사를 마치고 한양대 의대 생화학 교실에서 일할 때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때 주임 교수님께서 대학 본부의 보직을 마치시고, 초토화 직전의 교실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시는 상황이었습니다. ‘교실 비젼 10년’의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과학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제가 맡아 했습니다. 그 때 KOSEN의 해외연구 동향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고, 회사 다니면서 박사 학위 공부를 하는 내내 자료를 찾을 일이 있으며 첫번 째 하는 일이 KOSEN 웹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KOSEN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자료가 있으면 소개하는 일, 검토해서 분석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가 많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사실 KOSEN에서 정보를 얻고 또 정보를 제공하는 일들을 꽤 오랫동안 해 왔었는데요. 제 게으름과 무신경함 때문에 회원들과의 교류는 활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 교류이지 않느냐고 위안해 보고 싶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정보 내려 받고 올리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그 무엇을 KOSEN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회에서 KOSEN의 부스를 보면 괜히 반갑고, 용건 없이도 방문해서 한두 마디 나누게 되거든요. 전 세계 한민족 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국 학회 (FASEB 같은 비중 있는 학회)에서도 KOSEN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참석한 사람이나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학회장을 오가다 우연히 만나기도 하지만, KOSEN의 부스가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오프라인 코세니아의 날에 대한 의견도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시간 내기 쉽지 않잖아요? 주요 학회 기간 동안 부스를 중심으로 간단한 코세니아 모임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KOSEN은 전세계의 연구자들이 만나는 온라인 상의 장소-마당, 광장입니다. 오프라인 상의 교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소속감이 극대화될 때 각 지역별로 오프라인 모임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속감이 극대화된 단체로 해병대와 동문회를 생각해 보면 되지요. 재경 무슨무슨 대학 동문회, 재경 해병대 몇 기와 비슷하게 재보스턴 코세니아 모임, 재뉴욕 코세니아 회가 생겨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드리고 싶은 바람,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될 때, 인생을 걸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될 때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 분야에 깊숙이 발 담근 저 같은 사람들게 제가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저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거든요. 어떤 삶이 정답에 가까운 삶인지를. 같이 힘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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