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1부, Fresh-cut!
2010-02-03
황태영(food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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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cut이란 신선과일이나 채소 등에 최소한의 가공만을 하여 가공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로, 신선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새로운 식품가공기술의 하나입니다.)
(**저자는, 식품공학 박사학위 후 대기업 식품연구소에서 신선한 제품, 특히 fresh-cut이라 부르는 영역의 제품들을 연구, 출시하다 최근에는 마케팅 부문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뺏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학문적 배경이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 식품공학 중에서도 ‘식품가공’을 하겠다고 연구실로 들어갔었다.
‘석사, 박사’에 뜻이 있었다기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손’에 의해 끌려가듯이 학위를 계속해 오던 어느 날 지도교수님 말씀, 박사학위 주제로 ‘최소가공’을 한번 해 보라고 하셨다.
석사 때 이미 최소가공이라는 분야에 대한 논문을 접해 봤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공하지 않은 듯한 가공’인 최소가공,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콧방귀를 꼈었다. 그런데 박사학위 주제로 생각해 보라고 건네주신 몇 개의 리뷰논문들을 읽고는 시쳇말로 ‘뿅’ 가 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최소가공, fresh-cut과 나의 인연들! 사진과 함께 펼쳐본다.
깎은 감자를 동글동글하게 자르면 금세 표면이 어둡게 갈변이 된다. 이걸 막으려고 ‘감자랑 놀기’를 그 얼마나 했던가! 당시 나의 애창곡은 ‘도리도리 감자도리’였다.
왜 이럴까 궁금했다.
내가 알아낸 이유는 바로 이것, 다음의 사진과 같다. 내가 처리한 그 어떤 물질이 감자의 갈변담당 효소를 아래와 같이 ‘완전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참 재미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욕이 일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 이 좋은 기술들로 멋진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먹여보고 싶다!
그래서 산업체로 들어갔다.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완전 행운’으로 대기업의 연구소로 취업이 되어 Fresh-cut, 즉, 최소가공에 몰입해 제품을 만들어 냈다. 국내 기술, 경험이 전무 했던 터라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보고 기술을 배웠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샐러드가 바로 나의 Fresh-cut 제품들이었다. ‘먹거리에 첨단과학이 입혀졌다’라는 홍보성 기사들이 난무할 만큼 다양한 기술들이 들어갔던 신선한 샐러드들!
그러나, 실제 ‘인생은 아이러니’였다. 공들였던 Fresh-cut 제품은 정작 뜨지 못하고 가라앉았지만, ‘소 뒷다리로 쥐 잡듯’ 만들어낸 히트작은 뜻밖에도 국내 초유의 냉장드레싱! 샐러드를 팔려고 구색으로 갖춰 낸 냉장드레싱이 과일함량 20% 이상의 신선한 드레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해 그야말로 성공한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소비자’ 그들이 너무나 궁금해졌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뺏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 인생 2부를 시작하게 만들어 준 계기!
신제품 출시와 함께 계속되었던 수년간의 고된 노동과 긴장 후 잠시의 휴식을 가졌다. 다름 아닌 둘째 ‘지안’이의 출산이 그 이유였다. 그 어떤 신제품 출시 후의 보람과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롭고 감사한 출시작(?)이었다.
피땀 흘려 연구하는 수많은 훌륭하신 선후배들께는 정말 죄송할 만큼, 나는 순수 연구자로써는 대충대충 살아온 감이 없잖아 있다. 이점 지금도 조금 아쉽다.
하지만 산업체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내 기술로 만든 제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감히 최소가공, Fresh-cut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싶다.
나의 인생, 1부는 지금까지의 사진들처럼, ‘신선한 제품, 가공하지 않은 신기술로 만든 신제품, Fresh-cut’을 위해 앞만 보고 맹렬히 달려온 듯하다.
하지만 나의 2부 인생은 조금 다를 것 같다. Fresh-cut! 을 통해 알게 된 ‘marketing'이라는 새로운 tool에 완전히 빠지게 된 것이다. 소비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엣지 있게 뺏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것이 바로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과연 내 인생 2부는 또 어떤 사진들로 채워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CJ에 대한 편견을 좀 버려야겠네요. 안티CJ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