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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 sceneries in HONGKONG

‘이런 티켓을 가져가도 비행기 태워줘요?
날짜는 오늘인데 목적지는 안 보여요.
어딘지 알아요?’
‘어디로 가고 싶어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

- 영화 ‘중경삼림’ 중에서




빽빽한 빌딩사이, 붉은 빛 가득한 자동차들과 유유히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치는 트램 그리고 낯선 2층 버스가 소란스레 사라진다. 뜻모를 말소리에 이끌리다 문득 바라본 푸른 하늘. 푸른 유리창 위로 물든 하늘은 마치 자신이 하늘인 듯 더욱 힘을 내어 반짝거린다.
‘LOOK RIGHT - 왼쪽은 안돼요.’ 우측통행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건네는 상냥한 인사말. 그리고 다시 2층 트램의 낯설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홍콩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가다.
 
정지된 순간의 이미지에서도 쉼 없는 도시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한 낭만을 잃지 않으려는 유일한 심장소리. 손에서 놓지 않았던 지도는 잠시 접어두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틈으로 미아가 되어본다. 나의 심장소리를 이 낯선 도시에 담아두기 위해서.

산 정상에 오르는 빨간 트램, ‘peak tram’의 오른쪽 창가에 앉아 나뭇가지를 헤치며 드러난 홍콩의 모습은 빌딩숲. 가파른 레일보다 더욱 숨가쁘게 오르는 홍콩의 건물들은 시작을 잊은 채 여전히 도토리 키재기를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peak’에 도달했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 것. 미끄럼을 조심하세요. 삶은 언제나 주의경보중이니까.

peak tower에 위치한 ‘Forrest Gump’는 동명의 영화를 테마로 꾸며진 새우요리전문의 레스토랑이었다. 가게 분위기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건, RUN과 STOP이 쓰여진 이것. 이곳에서는 따로 손을 들거나 종업원을 소리내어 부르지 않는다. Forrest가 달린다면(RUN 표지를 보인다면) 종업원이 이 표지를 보고 알아서 테이블로 와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본다. 필요한 것이 없다면 그저 Forrest를 멈추게 하면 되는 것이다(사진에서처럼 Stop 표지를 꺼내두면 된다).
Run Forrest, run 그리고 Stop Forrest, stop.

 
밤의 홍콩은 낮의 모습과는 다른 세상이 된다. 숨죽였던 도시의 불빛들이 드러나고 마치 매일매일이 불꽃놀이를 하듯 홍콩의 밤은 무수한 불빛으로 반짝인다. 낡은 건물의 입면은 거리 불빛의 캔버스가 되고 거리의 사람들은 더욱 활기차고 야시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여름낮의 열기를 잊고서 밤의 열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Peak tower에서 바라본 홍콩의 야경은 매혹적이다. 매일 밤 8시에 펼쳐지는 홍콩 빌딩들의 레이저쇼를 잊더라도, 도시의 빌딩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거부하기 힘들 테니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객관화된 나는 그저 눈 돌릴 틈 없이 홍콩 야경에 빠져든다. 불빛에 이끌리듯,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가르는 강 위의 스타페리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마지막 밤. 홍콩의 아름다운 색에 조금씩 난 그렇게 물든다.

+ 2008년 0824-0827. 3박4일간의 홍콩 여행에세이.
+ 사진, 글 : 김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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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꼭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