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의 도시 센다이 [김채형]
- 4175
- 3
- 1
센다이(仙台)는 미야기현의 현청 소재지가 있는 일본 동북지역 최대 도시이며, 푸른 숲과 가로수들이 무성한 도시로 일본에서 ‘나무의 도시(杜の都)’로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리고 일본 명문 대학중의 하나인 토호쿠 대학이 있고, 근처에 일본항공우주연구원(JAXA, Kakuta)이 있어 일본 항공우주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5월 일본 동북대학교에서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약 2시간이 지나자 센다이 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평양 바다와 해안가 작은 마을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일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었고 마치 친자식처럼 잘해주시고 여러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센다이는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1년 3월 쓰나미가 이 지역 마을을 하나하나 잠식해가던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이제 이 아름다운 장면은 추억과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다.
마츠시마(松島)는 일본 3대 절경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섬 이름처럼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섬이기에 여름에 찍은 사진과 겨울에 찍은 사진을 보면 주변 나무들은 겨울에 앙상한 가지를 보이지만, 마츠시마 섬들은 언제나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바위 위에 신사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바다의 신령에게 건강과 복을 달라고 빌어보면서 주변 바다의 풍경을 만끽해 본다. 바다가 잔잔하기 때문에 바닷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넓은 호수같은 느낌이 든다. 바다 멀리 양식장으로 보이는 곳에 막대들이 많이 꽂혀 있고 작은 어선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서해의 어느 작은 어촌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본다.
마츠시마를 가신다면 2월 첫주에 가기를 추천한다. 2월 첫 번째 토/일요일은 굴축제(카키마츠리)가 열린다. 마츠시마 근처의 굴은 특히 신선하고 알차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2월 첫 주말에 굴축제가 열리며 행사장에서는 굴국도 공짜로 나눠주고, 사진처럼 굴과 각종 조개구이를 먹을 수 있다. 따뜻한 정종과 함께 먹는 굴구이는 별미이고, 일본 친구들에게 굴을 한국의 맛난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소개해 줬던 유쾌한 기억이 생각난다.
일본하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은 벚꽃이며, 벚꽃이 만개하는 3-4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센다이에서 남쪽으로 전철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천그루의 벚꽃으로 유명한 ‘히토메센본사쿠라’라는 곳이 있다. 시로이시강 제방을 따라 1200 그루의 벚꽃이 심어져 있다. 근처 절에서 벚꽃 축제가 벌어지고 주변 초등학생들이 북을 치는 연주도 보여준다. 케이블카를 타고 벚꽃 속을 지나가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다. 연인 또는 부부끼리 간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 중의 하나이다.
센다이 근처에 있는 자오 스키장은 1340 m 정상부터의 긴 슬로프로 유명하며 한국의 겨울 스포츠 매니아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자오 스키장 정상에서는 자주 폭설이 내려 눈에 쌓인 나무들은 마치 거대한 설인들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1 m 앞도 보이지 않는 폭설 속을 내려오고 있으면 마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산 정상은 안전장치가 안된 곳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 중턱을 내려오면 온천수 계곡이 흐리고 있어 사진처럼 뽀얀 김을 풍기면서 흐르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온천수들을 볼 수 있다. 자오 스키장 근처에는 700 엔 정도하는 우리나라 공중목욕탕 같은 노천 온천이 있다. 눈속을 질주하면서 쌓인 피로를 노천 온천에서 풀어주고 숙소에서 따뜻한 라멘이나 라베를 먹고 나면 바로 꿈나라로 갈 것이다.
자오산은 우리나라 태백산과 같이 여러 높은 산들로 연결되어 있다. 겨울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자동차 출입이 통제되지만 4월 말 쯤에는 차를 타고 정상까지 출입이 가능하며,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관광버스도 있다. 자오산을 올라가는 입구에서는 여름을 알리는 푸른 잎들이 무성하고 산 중턱에서는 벚꽃이 피어 있으며 산 정상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그래서 산 아래에서는 덥기 때문에 반팔을 입고 있었지만, 산 정상 추위를 대비해서 긴팔을 꼭 챙겨가야 한다. 한라산 백록담과 같이 자오산 정상에도 호수가 있다. 구름이 자주 끼기 때문에 사진과 같은 비취색 호수를 구경하는 것은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날씨도 맑아서 멀리 보이는 산맥들도 볼 수 있었고 아름다운 비취색의 호수도 볼 수 있었다. 눈이 녹은 스키장 스로프는 사진과 같이 수선화를 심어 놓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수선화로 덮힌 노란 스로프를 볼 수 있으며, 멀리 태평양 바다도 구경할 수 있다.
쓰나미로 인해 센다이는 사진에서 봤던 아름다운 풍경들 중 몇 곳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지 우리나라 교민들도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자연 재해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멋진 곳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재해로 피폐해진 삶을 복구하려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정도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신다면 그곳에 계신 분들에게 경제적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많은 격려가 될 것입니다.
저두 꼭 한번 가보구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