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배낭 여행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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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제가 “인도배낭여행을 다녀왔어요” 라고 하면 ‘우와-’라는 감탄사와 함께, 배낭여행의 끝이 인도라는데 대단하다, 위험하지 않았어? 라는 반응을 보인다. 사람들이 인도 배낭여행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게 사실 나의 인도 여행은 너무나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우연히 보게 된 ‘더 폴 : 오이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라는 영화가 바로 그 시작이었는데, 환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찬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영화의 배경이 CG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4년 반 동안 전 세계 28개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촬영한 감독의 노력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인도에서 촬영 되었기에 인도 여행에 대한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인도를 선뜻 가려고 하는 친구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가기는 두려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침 동아리 친구가 마음이 맞아 우리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배낭을 메고 인도로 출발했다.
처음 델리를 도착해서 느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밤 11시를 넘어 도착해 예약한 호텔의 픽업 기사를 따라 공항 밖으로 나가자 인도의 축축하다 못해 눅눅한 뿌연 공기를 느꼈다. 수많은 인도인은 우리를 쳐다보는데, 주변에 여자는 보이지 않아 괜시리 위축되었다. 숙소로 가는 길은 장작을 태우고 있는 부랑자들과 들개들의 풍경으로 이어져 친구와 손을 꼭 붙잡고는 어디로 팔려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였는데, 숙소를 보고 우리는 또 한번 경악했다. 수용소처럼 어두컴컴하고, 밤의 거리보다 더 눅눅한 방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 방은 내 일기장에 ‘핑크 감옥’으로 기록되었다. 지저분하고, 불편했지만 몇 시간 후 새벽 기차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불평할 틈도 없이 서둘러 잠들었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빠하르간지 거리는 새벽이라 그런지 들개들과 부랑자들 가끔 릭샤만 지나갈 뿐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잔뜩 긴장한 채, 델리역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빈번하게 연착이 일어나는 나라라더니 어김없이 우리의 기차도 연착되었다. 그래도 인도 연착 시간치고는 짧은 2시간 정도 후, ‘아그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델리에서 열차를 타고 2시간정도 지난 후 우리는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 ‘아그라’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타지마할’이 개장하지 않는 날이라 타지마할을 제외한 아그라의 다른 관광지를 봐야만 했다. 오토릭샤 하나를 빌려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베이비 타지마할’, 타지마할 뒤쪽의 호수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그 날 우리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그라 성’이었다. 아그라 성은 ‘타지마할’을 축조하면서 너무 많은 재정을 낭비한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말년에 아들에 의해 유폐된 곳으로 유명한데, 샤 자한은 아그라성에서 강 너머로 타지마할을 바라보기만 하다 끝내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샤 자한’에게는 커다란 감옥이기도 했던 아그라 성의 웅장함에 우리는 반해버렸고, 지금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꼽으라면 둘 다 ‘아그라 성’을 말한다.
우리는 인도의 스카프라 할 수 있는 파시미나를 구입해 멋지게 두르고는 아그라 성에 들어갔다. 성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 붉은 빛의 벽돌, 가늠할 수 없는 크기에 감탄한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런 우리 모습이 신기한지 현지인들이 우리를 찍는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경전 읽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까 일찍이 타지마할에 도착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총을 든 군인들을 지나 소지품 검사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자 저 멀리 타지마할이 보였다. 타지마할은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22년에 걸쳐 만든 아름다운 무덤이다. 이런 아름다운 유래와 새벽 안개 때문이었을까? 타지마할이 그저 신비롭게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하얀 대리석과 피에트라두라 기법으로 수놓은 반짝이는 보석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원래 앞쪽에서 신발을 감싸는 천을 받아야 했는데 우리는 지나치고 말아, 언제 이곳에 다시 오겠냐 생각하며 맨발로 타지마할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아그라’ 라는 한 도시를 구경한 것뿐인데도 우리는 인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거리를 배회하는 들개떼와 태연히 차도를 순회하는 소들, 차선과는 무관한 오토릭샤들과 경적소리로 가득 찬 거리.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맛있던 인도 음식과 우리를 보며 수줍게 미소짓던 인도인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별 것 아닌 듯 별 것인... 이것이 인도의 매력이 아닐까.
인도의 풍경을 상세하게 잘 묘사하여주셔서 제가 직접 갔다온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