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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부설 원자력기구 파견근무를 다녀와서...

주OECD 한국대표부는 프랑스 파리에 소재하고 있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한국과의 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공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는 우리나라 공관이 3개나 있는데,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주OECD 한국대표부, 주UNESCO 한국대표부가 그것이죠. 그러다 보니 프랑스 파리는 한 도시에 대사님이 세분이나 계신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도시입니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DC에는 주 미국 한국대사관이, 뉴욕에는 주UN 한국대표부가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공관이 나뉘어져 있죠.

위에서 내려다 본 OECD 본부, 왼쪽 건물이 Château de la Muette이고, 오른쪽 건물이 OECD 회의들이 개최되는 Conference Center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경제부흥을 위해 설립된 유럽경제협력기구(OEEC)를 모태로 새로운 경제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61년 미국, 캐나다 등이 가입하면서 OECD로 확대 개편되었습니다. 이후 일본, 멕시코, 한국 등이 가입하여 현재 회원국은 34개국인데, 우리나라는 1996년에 OECD에 정식 가입하면서 OECD와의 협력 업무를 담당할 주OECD 한국대표부를 1997년에 개소하였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OECD 본부 건물 중 Château de la Muette. 이 건물 2층에 사무총장 집무실이 있다

OECD 본부 Conference Center 입구

OECD는 프랑스 파리의 서쪽 불로뉴 숲 옆에 위치해 있는데, 파리 행정구역상 16구에 있습니다. 파리는 20여개의 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16구는 한국의 강남구나 미국의 베버리 힐즈처럼 파리의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브루니 부부도 16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주OECD 한국 대표부는 OECD와의 협력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OECD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표부 옆에는 볼로뉴 숲이 있는데, 날씨가 좋을 때에는 많은 주민들이 불로뉴 숲에 와서 호수가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부 직원이나 OECD 사무국 직원들은 간단한 점심 후에 건강을 위해 불로뉴 숲의 호숫가들을 산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호숫가를 산보하다 보면 바쁜 도심의 복잡함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불로뉴 숲 안의 호수

불로뉴 숲 안 섬에 위치한 프랑스 식당, 배를 타고 건너야만 식당에 갈 수 있다. 나폴레옹 3세가 스위스에서 분해해서 가져와 황후에게 선물로 조립해 줬다고 한다.

한국 대표부에는 OECD가 다루고 있는 경제, 조세, 금융, 교육, 환경, 노동, 과학기술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서 주재관들이 파견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3년간 근무를 하는데, 저는 2011년 부임을 하여 OECD 내 과학기술, 혁신 관련 업무와 OECD 부설 국제기구인 OECD-NEA(원자력기구)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2013년 10월 대표부 내 대회의실과 야외 가든에서 대한민국 국경일 행사가 개최되었다

 

2013년 11월 주OECD 대표부내 대회의실에서 해외진출기업이 지켜야 할 OECD 지침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2011년 10월 주OECD 대표부 1층 로비에서 재프랑스 한인 원로작가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OECD 내에서 과학기술과 혁신 관련 업무는 과학기술정책위원회(CSTP), 산업혁신위원회(CIIE),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와 각 위원회 산하 작업반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위원회와 산하 작업반들은 통상 1년에 2회 (상반기 1번, 하반기 1번) 개최되고 있으며, 그 외에 1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지식경제 글로벌 포럼(GFKE)을 통해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의 과학기술혁신 관련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트렌드들을 논의해 오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녹색성장"을 주제로 글로벌 포럼이 개최되었으며, 2013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과학과 혁신정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2013년 5월 포용적인 사회를 위한 OECD 포럼에 우리나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패널로 참석하고 있다.

2013년 5월 OECD 각료 이사회에 한국인 입양아로 유명한 프랑스의 Pellerin 중소기업 및 디지털 경제 장관이 참석하여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3년 5월 OECD 각료이사회


OECD의 과학기술혁신 관련 주요 보고서로는 격년으로 발간되는 OECD STI Outlook과 OECD STI Scoreboard가 있습니다. 각각 OECD 회원국 및 주요 비회원국(중국 등)들의 과학기술혁신 관련 통계 비교, 새로운 트렌드 등을 소개하는데 상기 보고서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고급 연구인력, ICT 인프라 등 양적인 지표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으나, 국제협력, 연구결과의 질적 수준 등 질적인 지표 면에서는 아직까지 개선될 여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OECD 산하에는 부설 국제기구로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원자력기구(NEA)가 있습니다. NEA는 원자력을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1957년 유럽원자력기구로 출범하였으나, 일본, 호주의 가입을 계기로 1972년 명칭을 현재의 NEA로 변경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이전인 1993년에 NEA의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였으며, 현재 NEA 회원국은 31개국입니다.

파리 외곽 Issy les moulineaux에 위치한 NEA 본부 건물

2011년 2월 16일 주OECD 대표부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3월 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NEA도 이러한 사상 초유의 원전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른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였는데요. NEA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호위원회, 원자력규제위원회, 원자력법위원회 및 산하 작업반들을 중심으로 회원국들의 전문가들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분석과 시사점 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NEA에서 주관하는 회의들이 무척이나 많았었는데요, 그 수많은 회의들에 일본의 관련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석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현황에 대해 회원국들에게 설명을 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고를 해결하는데에도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제회의에 관련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원전사고의 현황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첫 번째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과 두 번째로 국내 사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국제사회에 현황을 설명할 전문가들을 파견할 정도의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1년 6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인분석 및 시사점 도출을 위해 프랑스 정부와 OECD-NEA가 OECD 본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원자력 안전 장관급 회의 개최 후. 제일 앞줄 가운데 젊은 여성이 프랑스 Natalie 장관이고, 오른쪽이 Echavarri NEA 사무총장이다.

OECD는 현재 2,800여명의 정규직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OECD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규직 직원은 10여명 정도에 불과한데요, 비율로 보면 대략 0.3% 정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OECD 분담금 비율이 2.7%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무척이나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OECD Young Professional 제도(1년에 1번 직원을 선발하는 일종의 공채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OECD에 진출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OECD 내 과학기술 혁신과 원자력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정규직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데,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이공계 젊은이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전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근무한다는 것,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2012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맞아 OECD, OECD-NEA, 일본정부가 공동 주관하는 추모 컨퍼런스가 OECD 본부에서 개최되고 있다.

2012년 6월 주OECD 대표부 주관으로 국제기구 및 글로벌 기업 진출 설명회가 OECD 본부에서 개최되었다.

OECD가 매년 주최하는 Youth Video Contest 수상자들이 OECD 본부에 초대되어 상을 받고 있다. 제일 왼쪽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고,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두번째가 수상한 한국인 학생들, 제일 오른쪽이 이시형 OECD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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