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미래기술의 산실, Microsof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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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Microsoft Research, 이하 MSR)는 소프트웨어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의 미래 전략과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 부서입니다. 현재 MSR 산하 연구소는 모두 11개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1,0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전반적인 컴퓨터 기술 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 소셜, 교육, 퀀텀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Figure 1.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및 다수의 연구소가 위치한 워싱턴 주 레드먼드 시
그중에서도 다수의 연구소 본사가 레드먼드 시에 모여 있습니다. 레드먼드는 워싱턴 주 시애틀의 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지만 곳곳에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미국 서북부에 위치한 워싱턴주는 Ever green state라는 별칭처럼 산과 호수와 같은 자연 전경이 뛰어나서 하이킹, 카약, 스키 등 사계절 내내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커다란 워싱턴 호수를 중심으로 서쪽에 아마존 (Amazon), 스타벅스 (Starbucks)의 본사를 둔 시애틀이 있고 동쪽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레드먼드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코스트코 (Costco), 엑스페디아 (Expedia), 알이아이 (REI), 티-모빌 (T-Mobile) 등 잘 알려진 기업들이 시애틀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어, 기술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애틀 하면 대부분 비가 오는 우울한 도시를 떠올리는데, 사실 이곳의 여름은 캘리포니아보다 좋기로 유명합니다.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날씨를 즐기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혹은 인근 공원으로 떠납니다. 워싱턴 호수에서 수영, 보트, 카약, 수상 스키 등을 즐기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날씨는 6월 말부터 시작해서 두세 달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9월 중순쯤에는 다시 우기로 접어들어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대체로 구름이 많이 끼고 가랑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시애틀 날씨가 됩니다. 여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턴을 온 학생들이 예상외의 좋은 날씨에 한 번 놀랐다가, 나중에 다시 시애틀을 찾아 달라진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놀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짧은 에세이에 모든 소개를 담을 수 없어,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과 가장 유명한 명문 워싱턴 대학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학부(전자 전공), 석사(전자/전산 전공), 박사(전자 전공), 박사후 연구원생활을 거쳐, 이제 제가 몸 담은지 4년 정도 되어가는 MSR 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연구원에 주어진 자유도입니다. 연구원 개개인이 매니저와 상의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고 비교적 자유롭게 학회, 대학교와의 협업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기업 연구소와는 다르게 3~5년 후를 바라보는 연구뿐만 아니라 10년 후를 생각하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도 새로운 연구로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연구원이 당장의 결과물에 구애받지 않고, 미래 유망 기술을 찾아내 그 기술이 가능한지 프로토타입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의 결과물은 향후 마이크로소프트 제품팀에 방향 제시 및 기술 이전 등으로 결실을 보게 됩니다.
Figure 5. 회사 내부에서 연구 결과를 전시하는 모습(왼쪽)Figure 6. 회사 근처에 위치한 페르시안 레스토랑에서 동료들과 함께(오른쪽)
다음으로 느낀 큰 특징은 개방성과 다양성입니다. MSR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각 분야에 연구원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각 연구원은 자신의 분야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연구원들은 하나의 MSR 테두리 안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연구부서 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독특한 MSR의 구조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생소한 분야에 도달했을 때, 도움을 받고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동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분야가 다른 전문가들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연구 분야가 개척되기도 하고, 이는 종종 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한 분야의 전문가들 속에서만 일해본 저로서는 이런 개방적인 연구환경과 다른 연구 분야를 인정하고 같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자세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런 자유롭고 개방적인 MSR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1991년에 MSR을 세웠던 Rick Rashid가 물러나고 한인 2세인 Peter Lee가 새로운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좀 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존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선택적으로 회사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MSR의 연구원과 제품 팀의 엔지니어가 협업하여 좀 더 큰 단위의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구성원으로 있는 Catapult 프로젝트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데이터 센터에 재구성 가능한 하드웨어 가속기를 장착하기 위해 Bing 팀을 비롯해 회사 내 여러 부서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및 관련기사: http://blogs.technet.com/b/inside_microsoft_research/archive/2014/06/16/catapult-moving-beyond-cpus-in-the-cloud.aspx)
마지막으로 MSR에서 매년 개최하는 할로윈 행사 사진 첨부하고 글을 마칩니다. 2015년 한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주영 박사님~ 여기서 보니 훨씬 반갑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달에 한국오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