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호주의 지질자원연구원, Geoscience Australia

이번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로부터 청탁받은 해외 직장 생활에 대한 포토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지난 15년간의 호주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많은 일이 생겼고 또 지나갔네”라는 감회도 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건 아마 외국에 나와 생활하는 이들은 모두 같이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2000년 5월에 호주로 박사과정을 위한 유학을 오면서 가졌던 생각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겠다'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아내와 두살박이 딸을 데리고 오면서도 짐은 이민가방 두 개만 들고 왔었던 단촐한 시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2003년 말에 서던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Queensland : USQ) 환경공학(Environmental Engineering)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박사과정 중 같이 일을 해보았던 퀸즐랜드 주정부 농무성 연구소으로부터 임시직을 제안 받았고, 2년간의 임시직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연구원을 거쳐 선임연구원까지 7년간 근무하게 되었다. 2010년에는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이직해 2년간 일한 후에, 2012년에 Geoscience Australia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근무중이다.

Geoscience Australia는 호주 연방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산업부(Department of Industry)에 소속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한국의 KIST와 유사한 호주연방산업과학연구원(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 CSIRO)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자원부국인 호주는 에너지·광물자원의 중요성을 반영해 자원과 지질 관련 부문을 통합해 Geoscience Australia라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랜 역사를 가진 연구소로 1910년에 만들어진 Australian Survey Office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유사한 기관으로는 미국의 지질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USGS)과 한국의 지질자원연구원(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KIGAM)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에게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 농축산물 및 영어 교육으로 알려진 호주는 에너지 및 자원 광물의 개발 및 수출이 사실상 주력산업인 국가다. 호주의 에너지 광물자원 매장량 및 생산량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철광석 생산량도 세계 1위로 2010년 기준 연간 4억톤을 생산해 연간 187억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석탄 수출량은 세계 1위이다. 또한, 호주는 다양한 광종도 보유하고 있으며, 우라늄 외에 현대 산업에 필수적인 희유금속인 니켈, 아연, 납, 은, 탄탈륨, 지르콘을 포함한 미네랄샌드 등의 매장량도 세계 1위인 국가이다.

따라서, 글로벌 에너지 자원광물 개발 기업인 BHP Billition, Rio Tinto, British Petrolium, Shell사 등이 호주에서 활발한 탐사 및 개발을 추진중이며, 자원 수입국인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는 호주로부터 에너지 및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요되는 광물자원의 39%가 호주로부터 수입된다는 사실은 에너지 및 자원 공급처로서 호주가 갖고 있는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Geoscience Australia를 소개하자면 호주 수도특별지역주(Australian Capital Territory, ACT)에 소재한 캔버라(Canberra)에 있으며, 2015년 현재 총 근무인원은 약 700명가량이다. 지질자원 연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연구 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연구소, 실험실, 문서 자료 보관소, 도서관, 카페 등이 있는 본관과 지질 시료 보관소, 엔지니어링 워크샵, 암석 분쇄실 등이 있는 보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냉난방을 위해 지열을 활용하고 태양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건축 설계로 2001년에 National Green Building Award를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림 1. Geoscience Australia 전경으로 두 건물이 결합된 형태의 Main building과 Support building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과 원형 설계가 인상적인 건물이다.

그림 2. Geoscience Australia 본관 내부로 자연 채광을 이용한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벽면을 유리로 구성해 개방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Geoscience AUstralia는 호주가 워낙에 광대한 국가인 동시에 자원 조사라는 특성상 다양한 지역과 기후 조건하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탐사선을 타고 해상에 나가 시료를 채취하는 연구가 수행되는데 이 경우에는 약 5주간 배를 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배에 타는 것보다 해상에서의 화재에 대비한 소화 훈련이나 비상 탈출 훈련이 더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상 연구는 가족과 떨어져 긴 기간동안 바다에 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원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나도 내년에는 한번은 해상연구에 참여해야할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5주동안 한식이 아닌 양식만 먹어야 한다는 점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림 3. Geoscience Australia의 해저 지질 자원 조사활동으로, 해저 탐사 기술을 이용해 실종된 말레이시아의 MH370 여객기의 수색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림 4. 호주 인근의 심해에서 채취한 드릴 코어 샘플로 원유를 함유한 석유근원암(source rock)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호주는 남극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남극에서의 탐사 연구활동도 자주 일어나는 편인데, 연구팀에는 Geoscience Australia의 연구원도 포함해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호주 내륙 지방에서의 자원 탐사는 수시로 행해지는데 보통 공항이 있는 인근 도시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사륜구동차를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캠프를 설치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대부분 비포장 야지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고 여름철에는 기후가 높고 암석시료 채취를 위해 중장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이 많이 요구된다. 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야외 활동을 즐기고 캠핑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연구 활동이다.

그림 5. 랜드로버를 이용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우기에 도로가 범람하고 있고, 주변 나무등의 식생으로 판단해 볼 때 호주 북단 지역에서의 활동이라고 판단된다.

그림 6. 암석 시료 채취 작업으로 내부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착암기로 암석을 일차 절단하고 있다.

그림 7. 호주 애들레이드 인근에서 찍은 사진으로 약 1천년전에 바다였던 부분이 호수로 전환되면서 염호(salt lake)가 된 지역으로, 시료 채취 장소를 선정중인데 사진에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모두 소금이다.

지질 자원 관련 연구외에도 Geoscience Australia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 CCS)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나도 지난 12월에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인근의 Port Campbell 지역에서 추진중인 천연가스 지층내 이산화탄소 저장 및 거동 연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당시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연구원이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만나지는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림 8. 호주 이산화탄소통합연구단(CO2 Cooperative Research Centre, CO2CRC)의 Port Campbell 소재 Otway 프로젝트 연구동으로 천연가스를 채취한 후 빈 지층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저장하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그림 9. Otway 프로젝트 연구 개략도 (http://www.co2crc.com.au/otway/operations.html)

무엇보다 중요한 Geoscience Australia의 활동의 하나는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다. 정부기관이라는 특성상 일반 대중에게 Geoscience Australia가 수행하는 연구와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ational Science Week와 Open Day 행사를 들 수 있는데, 특히 Open day 행사는 총 35만정도의 인구를 가지는 캔버라에서 단 하루동안에 약 1만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대단히 인기 있는 행사이다. 특히 지질 관련 연구소라는 특성상 화석, 공룡, 지진, 화산 등을 소재로 하는 전시가 많아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대단히 높다. 나도 일년에 한번 일요일에 진행되는 Open Day 행사에는 교회를 빠지더라도 항상 참여하고 있다.

그림 10. Geoscience Australia의 Open Day 행사에서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T-REX

그림 11. Open Day 행사에서의 모조 화산 분화 쇼로 어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쇼를 보여주는 사람도 자원봉사자인 Geoscience Australia의 연구원이다.

그림 12. Geoscience Australia의 Open Day 행사에 온 일반 시민들과 어린이들

마지막으로 Geoscience Australia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장점중의 하나는 국제적이고 다문화적인 개방된 연구소라는 점을 들고 싶다. 가끔 한국 언론에서 많이 걱정스럽게 언급하는 “백호주의”로 대표되는 인종차별은 호주 연방정부 정책상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연구기관이라는 특성상 우수한 인재를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있고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원유·천연가스를 관장하는 우리 연구 그룹만 보더라도 출신국을 따져보면 호주, 영국, 스코틀랜드, 중국, 한국, 인도, 스리랑카, 프랑스, 독일 등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나라별로 특성이 달라 가끔 벽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연구를 좋아하고 과학을 사랑한다는 큰 틀안에서는 일반 사람들보다 더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 한국의 연구 기관들도 외국인 인재들에게 문호를 많이 개방해 우수한 두뇌들을 유치한다면, 학문과 과학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길어야 4년이라고 생각했던 타향살이가 이제는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지나 버렸다. 가끔 들어가는 한국은 점점 낮설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한밤에 마음속에 생각나는 건 고국인 한국에 있는 친지들이니 피는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 외국의 공무원 생활이 좋을 때도 있지만, 한 가지 단점은 역시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 좋아요
손지훈(htlaz) 2024-05-02

호주 공무원생활을 하신다니 참 보기는 좋읍니다만 한국의 가족들부터 여러가지들이 그리우시죠? 몸 챙기시고 항상 홧팅을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