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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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센에서 회원분들이 올려주시는 포토에세이만 읽다가 이렇게 제가 직접 글을 쓰는게 왠지 쑥스럽게 느껴지네요. 저는 작년 5월까지 코센에서 운영진으로 일하다 지금은 한국을 떠나 멀고도 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데요, 오호랏. 저에게도 이렇게 포토에세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기쁜 마음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아공, 함께 여행해 보실래요?
보통 아프리카는 뜨겁다는 인식이 강하지요.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남아공 웨스턴 케이프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도 햇볕은 뜨겁지만 습하지 않고 바람이 많이 불어 서늘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설마 아프리카는 다 덥고 어딜가나 코끼리나 기린같은 동물들이 뛰어다닌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 또 아프리카라고 겨울을 무시했다간 독한 감기에 걸려 몸저 눕게 됩니다. 저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아프리카인데 추우면 얼마나 춥겠어 하고 우습게 생각했지만 남아공의 첫 겨울을 보내고 결국 한국에서도 안입던 내복을 꺼내 입었지요. 집안 구조가 우리나라처럼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있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실내에서도 두터운 옷을 입고 생활해야 한답니다.
남아공은 수도가 3개 있습니다. 행정 수도는 프리토리아(Pretoria), 입법 수도는 케이프타운(Cape Town), 사법 수도는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인데, 그 중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은 스펙타클한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풍경으로 정말 아름답습니다. 도시의 북쪽으로는 테이블 마운틴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 으로는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 산과 바다의 절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자연의 도시이지요. 특히 동식물 자연보호 구역이 잘 관리되고 있어 깨끗한 도시 환경을 자랑합니다.
# 모양만큼 특별한 산
[테이블 마운틴]케이프타운의 상징이기도 한 ‘테이블 마운틴’은 해발 1085m, 정상이 넓은 평지로 되어 있어 앞에서 보면 마치 평평한 식탁을 연상시킵니다. 이곳에 사는 남아공 사람들은 테이블 위로 넘어오는 구름을 보며 Tablecloth(식탁보) 라고 부르더군요. 청명한 하늘과 선명한 돌산 그리고 하얀 구름이 만난 테이블 마운틴. 바다 바로 앞에 저렇게 반듯한 산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아주 신기합니다. 양쪽 옆에는 데빌스피크(Devil’s Peak)와 라이언헤드(Lion’s Head) 가 장엄하게 솟아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남아공에 있는 대부분의 산들은 5억여년 전 바닷속 땅이 솟아 올라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산과 다르게 꼭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라서 저에게 산은 볼때마다 새롭습니다.
많은 분들이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산을 좋아하는 저에게 테이블마운틴 등반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이지요. 생수 한병 챙기고 맛있게 찐 옥수수를 가방에 담아 길도 없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돌 산을 올라가봤습니다.
3시간만에 올라간 정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두근두근, 저도 정말 기대가 되었는데요. 그 첫인상은 그야 말로 신비로움 자체였습니다. 생소한 다육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또 다른 트레킹 코스가 펼쳐집니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요. 이쪽 저쪽 산맥들을 바라보며, 또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걸었습니다. 산 정상을 걸어가는 기분!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지요?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바라본 케이프타운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산과 바다 사이에 자리잡은 해안도시. 다양한 동식물의 세계! 이곳이 바로 Mother City라 불리우는 케이프타운입니다.
케이프타운에서는 어디에서나 테이블 마운틴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테이블 마운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워터프론트 항만입니다. 줄지은 노천카페와 색색깔의 건물,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이 유럽보다 더 유럽같은 로맨틱한 도시이지요. 눈부신 햇살아래 남아공산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미소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본래 남아공에서 발견된 금과 다이아몬드 때문에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배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워터프론트]# 희망을 품은 바다
[희망봉, Cape of Good Hope]케이프타운이 위치한 케이프 반도의 케이프 포인트는 희망봉을 품고 있습니다. 희망봉을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동남쪽으로 150km떨어진 아굴라스 곶이라고 합니다. 희망봉은1488년 포르투갈 사람인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 대륙 서해안을 남진하여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다가 실패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던 중 발견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으로 사고가 잦아 ‘폭풍의 곶’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이후 1498년 바스코 다가마가 이곳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던 중 풍랑을 만나 아사 직전, 이곳에 상륙한 것을 계기로 희망봉으로 고쳐 불렀다고 합니다. 더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희망을 보는 곳이라는 뜻으로 ‘희망봉’이라 불렸겠죠. 저기 보이시는 등대가 바로 희망봉의 끝입니다.
[볼더스 비치에 서식하는 펭귄]추운 극지방에만 살 거라 생각되었던 펭귄이 아프리카에도 살고 있습니다. 바로 남아공 볼더스 비치, 베티스 베이에 서식하고 있는 아프리카 펭귄인데요, 뒤뚱거리며 걷는 귀여운 펭귄 무리들이 이곳 저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사실.. 사진으로는 굉장히 앙증맞고 귀여워 안아주거나 만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지만 옆에 있으면 펭귄 냄새가 아주 고약하답니다. 냄새도 냄새지만 털갈이 할때 곁에 다가갔다가는...'우웩!' 또한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음식을 주거나 만지면 위험하다고 해요.
# 꽃밭에 앉아서
매년 9월이 되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보호 구역인 랑가반(Langabaan) 에는 수천가지의 다양한 꽃들이 지평선 위에 펼쳐진 '꽃들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9월이 봄의 시작이죠~) 저도 올해 겨울을 혹독히 보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 구경하러 웨스트코스트로 몸을 맡겼습니다. 한 1시간 반 정도 운전해서 갔을까요? 랑가반 자연보호 구역에 들어가보니 형형색색의 꽃들이 끝없이 펼쳐져있더라고요. 이곳에는 야생동물도 많아 활짝 핀 꽃 사이로 얼룩말과 타조, 스프링복 등이 그 모습을 유유자적 드러낸답니다.
[9월의 랑가반, Langabaan] [랑가반 지역에 서식하는 다육식물]# 배경 삼기엔 너무 아름다운 하늘
자연을 담은 거의 모든 사진의 배경에는 하늘이 있지요. 남아공 웨스턴케이프 지역은 특히나 하늘이 맑고 아주 깨끗합니다. 대기오염으로, 황사로 탁해진 우리나라의 하늘도 예전에는 이렇게 맑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비가 오고 난 후 해가 뜰 때에, 그리고 해가 질때에 변하는 하늘의 색깔은 배경으로 삼기에 그 어떤 자연보다 아름답습니다. 구름이 지나간 자리마다 하늘이 변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해질 무렵 서머셋 웨스트]# 무지개 나라
무지개 나라라 불리는 남아공. 다양한 민족들이 제각기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이 출범한 이후 모든 인류가 화합하고 공존하자는 의미에서 만델라는 이 나라를 “무지개 나라”라고 불렀습니다. 이곳 남아공은 공식 언어만 11개이며 주요 민족은 줄루족, 코사족, 바소토족, 바페디족, 벤다족, 츠와나족, 총가족, 스와지족, 은데벨레족 등 다양한 민족이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웨스턴케이프주는 화란계 백인, 영국계 백인, 줄루족 흑인, 코사족 흑인, 그리고 컬러드라 불리는 혼열인, 인도계 아시아인 등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언어도 영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 코사어 등 마트에 가면 영어 외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많이 들립니다. 최근에는 콩고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건너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프랑스어도 많이 들리더군요. 대부분의 남아공 사람들은 보통 2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한 나라에서 여러 나라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무지개 나라 남아공.
故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남아공에는 아파르테이트(Apartheid,1948-1994)라는 인종분리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 정책은 모든 사람을 인종등급으로 나누어 거주지 분리, 통혼 금지, 출입구역 분리 등 노골적인 백인 위주의 인종차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분리되어 살아가던 흑인들은 이 제도가 폐지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도시 외곽에 판자와 양철 심지어 종이상자 등으로 집을 지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차를 타고 도시로 가다보면 이러한 슬럼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좁혀지지 않는 빈부차를 눈으로 실감하게되는 남아공의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타운쉽 사진]
포토에세이와 함께한 남아공 여행 어떠셨나요?
더 많은 얘기를 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1부는 여기에서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네! 제가 전해드릴 말이 아직 남아있다는 이야기지요. 2부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남아공 와이너리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와인팜에 앉아 함께 와인테스팅 해보실래요? 다음편 포토에세이를 기대해주세요. .
2010년 어학연수차 머물렀던 케이프타운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답네요. 봉사활동을 했던 khayelitsha 지역도 생각나고요.
정혜주씨, 사진도 글도 너무 좋아요! 세상 많은 곳을 가봤지만 남아공까지는 아직 엄두를 못냈는데, 간접여행의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사진만큼이나 그곳 생활이 늘 기쁘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전박사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기회가 되시면 남아공 여행도 추천드려요. 사진으로 담지 못한 곳이 더 많습니다.
go87ys님 남아공 와보셨으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아시겠네요~ 칼리쳐 지역 봉사활동까지 하셨다니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clique7님 남아공 오실 계획이 있으시군요 혹시 더 필요한 정보가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멋진 글과 사진 잘 읽었습니다. 내년 2월 하순에 Cape Peninsula University of Technology (Cape Town)에서 ISO 회의가 개최되어 참석할 예정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