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Himalaya) 루프쿤드 주나게일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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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COVID-19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에서 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도 1년 넘게 재택근무를 이어오고 있어서 업무에도 지장이 많습니다.
1980년대 27살의 나이로 버지니아 텍(Virginia Tech)으로 유학을 나와 노스이스턴(Northeastern) 대학과 브라운(Brown) 대학 그리고 로드아일랜드 주립대(University of Rhode Island)에서 수리(Hydraulic), 수문(Hydrology), 에너지(Energy), 환경(Environmental)에 대한 모델링(Modeling) 시뮬레이션(Simulation)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국연방공무원으로 살아오면서 이처럼 안타깝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를 보내기는 처음인 듯 합니다.
매년 휴가를 모아 다니던 해외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말이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집 근처 하이킹코스를 돌곤 합니다. 자유롭게 전 세계 명산을 오가며 호연지기를 키우던 시절이 무척 아쉬워집니다. 그 중에 2016년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5,000m(16,000피트)급 히말라야 루프쿤드(Roopkund, 5,029m, 16,499ft)와 주나게일(Junargail, 5,127m, 16,820ft) 등반이 아직도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살면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세상이 좁은 듯 다녀보았지만 대부분 학회에 발표하러 가거나 업무로 출장을 가던 거라 마음 편히 여행 다운 여행을 해보지 못했지만 이 여행은 휴가도 모으고 정보도 수집하고 인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녀온 여행이라 KOSEN 가족 분들께 소개합니다.
전문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특별한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높이가 해발 17,000피트, 약 5,200미터라고 하니 큰 부담 없이 다녀올 만한 높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네팔 쪽 히말라야 등반은 입산료와 가이드 그리고 셸파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이 최소 몇 천불을 육박합니다. 하지만 인도 쪽 히말라야는 관광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는 않지만 비용면에서는 미안할 정도로 저렴하여 횡재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등반이 목적이었는데 등반 전후로 시차 적응과 휴식을 위한 인도 여행에 들어간 비용이 등반비용의 열배이상이 들어갔으니 등반에 대한 그 가성비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고자 합니다.
시바신의 상징 삼지창을 통해 본 5,000 m(16,000피트)급 히말라야 루프쿤드(Roopkund, 5,029m, 16,499ft)와 주나게일(Junargail, 5,127m, 16,820ft)의 모습입니다. 한 손엔 삼지창(파괴) 또 한 한 손엔 북(창조)을 들고 있는 힌두의 제우스 시바 신의 삼지창이라고 믿는 저 산, 진짜 봉우리가 3개입니다. 이곳을 시바의 부인이 시바를 찾아 지나간 곳이라고 합니다.
히말라야 루프쿤드는 인도 우트라칸드(Uttarakhand) 주에 있는 고산지대 빙하호수로 '신비 호수(Mystery Lake)' 또는 '유골 호수(Skeletons Lake)'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인도 힌디의 3대 신중에 하나인 시바 신을 만나러 시바 신의 부인이 지나가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수백 기의 인간 유골이 호수 주변에서 발견되어 유명해진 호수입니다. 최근 DNA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랜 세월에 걸쳐 시대를 달리하며 갑작스러운 큰 우박에 죽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루프쿤드는 고산지대 빙하호수로 '신비 호수(Mystery Lake)' 또는 '유골 호수(Skeletons Lake)'라고 불리는 곳으로
수백 구의 시대를 달리하는 유골이 호수 주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 루프쿤드는 2015년 인도의 여류작가 암루타 가티(Amruta Ghate)가 '저렴한 비용으로 등반할 수 있는 14곳의 환상적인 히말라야 등산로' 중 2번째로 추천한 곳입니다. (http://www.thrillophilia.com/blog/amazing-himalayan-treks/) 이곳은 카트고담(kathgodam)을 통해 로하정(Lohajung)을 거처 올라가는 등산로입니다. 이쪽을 택한 이유는 관광객이 네팔 쪽에 비해 적고 무엇보다도 등반비용이 암루타 가티의 소개처럼 200불 이하로 아주아주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루프쿤드는 2015년 인도의 여류작가 암루타 가티(Amruta Ghate)가 '저렴한 비용으로 등반할 수 있는
14곳의 환상적인 히말라야 등산로' 중 2번째로 추천한 곳입니다.
현지 트랙킹 회사는 인디아하익스(Indiahikes)로 제 각시 포함 24명이 한팀을 이루었습니다. 셰르파 12명과 노새 12마리가 준비되었습니다. 24명의 나이 구성은 70대와 60대가 각 1명, 50대와 40대 그리고 30대가 각 2명, 나머지 모두 20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50대인 저와 제 각시 그리고 뉴저지에서 온 69세의 인도계 영감님 수레시 가라(Suresh Gala)와 플로리다 탬파에서 온 70세의 인도계 할머니 기타 파텔(GITA PATEL) 등 총 4명이 왔습니다. 40대는 뭄바이(Mumbai)에서 온 디팬 도시(Dipen Doshi)와 라제시 사(Rajesh Shah)이고 30대는 뭄바이 근처 판(Pune)에서 온 샤와트 티와리(Shashwat Tiwari)와 산지브 데이(Sanjib Dey)입니다. 나머지 20대 18명은 인도 전역에서 골고루 모였습니다. 이 중에 여성은 5명으로 70대와 제 각시 50대 그리고 나머지 3명은 20대(Yenna Lakshmi Bhargavi, Silky Shah, Neha Thakar)였습니다.
뉴델리역에서 기차로 카트고담까지 장장 17시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카트고담역에 도착하여
7명의 일행을 기다려서 스모(쌍용 코란도를 개조한) 택시 2대로 11시간이 걸리는 로하정까지 이동합니다.
현지 트랙킹 회사인 인디아하익스(Indiahikes)를 이용해 24명이 한팀을 이루었습니다.
등산하기 전 시차를 극복할 겸 인도 친구들의 안내를 받으며 골든 트라이앵글 (뉴-올드 델리-아그라-제이퍼)을 여행하며 버퍼 타임을 가지며 인도 구경도 알차게 했습니다. 실제 등반은 8일간인데 6일간은 루프쿤드의 정상 주나게일까지 올라가는 일정이고 나머지 2일은 하산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습니다. 5개의 캠프를 거쳐 올라가는 동안 1번째 캠프(20대 1명)와 2번째 캠프(20대 1명)에서 낙오자가 나왔고 루프쿤드에서 주나게일 정상 도전을 포기한 2명을 제외하면 저와 제 각시를 포함해 모두 20명이 정상을 오르는 기쁨을 만끽하였습니다.
인디아하익스(Indiahikes)는 로하정에 베이스캠프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1박을 하며 등반 준비를 합니다.
첫날(Day 1)은 로하정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하고 완(Wan)까지 스모 택시로 이동합니다.
완(Wan)에 도착하니 벌써 셰르파 12명과 노새 12마리가 준비되어 필요한 식량과 텐트 등을 싣고 등반 준비를 마쳤습니다.
완(Wan)에 4시간을 하이킹하여 가에로리 파탈(Ghaeroli Patal)에 있는 제2 캠프까지 이동하면 둘째 날(Day 2)이 저물어 갑니다.
셋째 날(Day 3)에는 가에로리 파탈 제2 캠프에서 베드니 부기알(Bedni Bugyal) 제3 캠프까지 이동합니다.
직장에 들고 다니던 보온병에 차를 담아 요긴하게 목을 축입니다. 이 보온병은 등반 후에 등반대장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물은 하루 평균 2리터 이상은 마셔야 합니다. 미리 휴대용 물 정화용 필터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살균기기를 준비했습니다.
고산지대 장거리 등산은 장비의 경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지처럼 보이는 곳도 많지만 3시간을 줄곧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야 하기도 합니다.
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보안대에 잡혀가서 고문을 받다가 망가진 무릎연골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양쪽에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여 효과를 단단하게 보았습니다.
넷째 날(Day 4)은 베드니 부기알 제3 캠프에서 파타 나차우니(Patar Nachauni) 제4 캠프까지 이동합니다.
젊은이들에게 피해 없도록 늘 앞장서서 보폭과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걸었습니다.
제3 캠프에서 그만 박테리아 바이러스 살균기 배터리가 다 되어버렸습니다.
예비용 배터리를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해 배탈이 났습니다.
인도식 화장실은 물 한 바가지로 왼손을 사용하여 뒷일을 보는 것인데 치질은 안 걸릴지 모르지만,
그 물이 식수에 한 방울이라도 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아마도 배탈의 주범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섯째 날(Day 5)은 파타 나차우니 제4 캠프에서 바그와바사(Bhagwabasa) 제5 캠프까지 이동합니다.
사진 오른쪽 중간에 힘들어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하루 만에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와야 합니다.
여섯째 날(Day 6) 새벽 1시에 출발하여 정상에서 밤을 피하는 방법으로 등정을 준비합니다.
텐트 표면에 내려앉은 서리가 날씨의 혹독함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새벽 1시 자는 둥 마는 둥 정상 공격을 준비합니다.
루프쿤드 건너편에서 바라본 주나게일 정상입니다.
이곳저곳 제법 암벽 타기를 해야 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전혀 힘든 코스는 아닙니다.
쪽빛의 루프쿤드 호수는 히말라야 14대 경관 중 2번째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등정했을 때는 갈수기라 호숫물이 말라버렸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향합니다.
만세!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엄홍길이 오르는 8천 미터급의 에베레스트는 아니지만, 아마추어가 무산소로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라고 하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정상 주나게일의 고도가 위키백과 등에는 5,127m (16,820ft)인데 인디아하잌스 현수막에는 무려 800ft가 적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분란을 막기 위해 그동안 발표되었던 고도의 가장 적은 수치를 적었다고 합니다. 이 등산일정은 루프쿤드가 목표이지만 성취욕에 따라 정상 주나게일까지 등반하고 연속하여 하산하여 바그와바사 제5 캠프를 지나쳐 파타 나차우니 제4 캠프에 도착하는 긴 일정입니다. 칠일째날(Day 7)은 파타 나차우니 제4 캠프에서 1박을 하고 3, 2 캠프를 지나쳐 완(Wan)에 도착하여 스모를 타고 로하정 베이스캠프로 복귀를 합니다.
정상 주나게일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상입니다.
날고 기는 등산가에게는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범부에게는 인생의 잊지 못할 순간이 분명합니다.
노새는 셀퍼들이 무거운 텐트와 음식물들을 운반하는 필수품입니다. 당나귀와 말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는 새끼를 낳을 수 없고 성격이 유순하여 재갈이나 코뚜레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추위도 잘 견디어서 산악지역 운반용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등반길에 산골 동네 꼬마들과 강아지들이 '라마스떼' 하며 몰려들었습니다. 그중에 검둥이와 누렁이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주었더니, 젊은 검둥이는 3,500m급 제2 캠프까지 동행해주었고 나이가 제법 먹은 누렁이는 5천 미터까지 함께하는 신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산골 주민이나 강아지가 주인과 애완견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처럼 어울려 사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팀을 이뤄 등반한 인도의 IT분야 엔지니어들은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기도 한다는데 길거리 강아지들을 애완견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에게는 과자 초콜릿을 주었고 강아지에게는 먹다 남긴 음식을 주었더니 등산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떠돌이 개들은 15,00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도 고유 품종입니다. 최근 영국의 BBC 보도로는 인도의 떠돌이 개들은 3천만 마리에 달하고 광견병이나 개에 물려서 1년에 2만 명의 인도인이 목숨을 잃는다고 보도한 바도 있습니다. 늘어나는 떠돌이 개들의 처리를 위해 개를 식용하는 인도 동북부나 중국으로 개들을 몰아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떠돌이 개들과 인도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서로 무심한 듯 살아갑니다.
매 끼니 속이 안 좋아 내 몫의 음식을 챙겨준 누렁이가 그 음식에 목숨을 걸었는지 내 텐트 앞에서 잠을 자며 힘들어하며 정상까지 함께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인도 일행들이 누렁이와 내가 전생에 아는 사이였을 거라며 사진을 찍어 대고 함께 누렁이를 귀여워해 주었습니다. 이 등반은 미국의 인도계 친구가 소개해주었습니다. 팀원 대부분이 대학교육 이상의 학력을 가졌고 영어 소통이 가능했기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 가이드나 셰르파 그리고 그 지역 주민은 소통이 전혀 되지 못했습니다. 이 등반과 관련된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소개한 바가 있어 그 뒤 한국인들의 등반 문의가 이어지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는군요. 비용 면에서 정말 짱 이었습니다.
이번 등정에 함께한 팀과 가이드들입니다. 함께 하여준 제 각시를 비롯한 팀원 Karan Trivedi, Sanjib Dey, Sapan Kumar Das, Shashwat Tiwari, Shonang Gandhi, Suvodeep Soo, Varun Durgempudi, Private Vehicle, Rajesh Shah, Dipen Doshi, Gita Patel, Suresh Gala, Private Vehicle, Rushabh Shah, Bhavin Vora, Meet Vora, Neha Thakar, Silky Shah, Sohil Shah, Udit Doshi, Vaibhav Shah, Ajay Jadhav, Vinit Nanavati, Yenna Lakshmi Bhargavi 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Thank you for ALL!!!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등산이 마약과 같다고 합니다.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등반이 그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COVID-19으로 재택근무를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지금도 주말이면 영락 없이 근처 산으로 향합니다. 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는 그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와 보길 바랍니다. 지난주에는 요세미티가 개장을 해서 팬데믹을 뚫고 다녀왔어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다음 블로그 바로가기 : https://blog.daum.net/enature/15855274
이상원 회원님이 작성한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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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으로 살아 오셨고 홧팅으로 즐기고 계시는 인생관 부럽습니다.큰 우박 피해로 남아있는 각각의 다른 사람 유골들이 인상적입니다 아주.한 방에 갈 수 있는 인생을 그만큼 알차게 안 부끄럽게 값지게 매 순간 살아가야 함을 함 더 각오를! 이쁜 풍경들 감사합니다.
등산은 저에겐 정말 힘든 종목 중 하나인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본다면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네요. 팬데믹이 끝나면 이런 의미있는 여행 꼭 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