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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리용(2)

리용은 알프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겨울이면 가끔 오전에 스키를 타러 갔다가 오후에 돌아 온다. 리용을 떠나 한 시간 반이면 스키슬로프에 서고, 하루를 (리프트 줄서기가 아니라) 스키를 타며 즐긴다. 태양은 빛나고 날씨는 부드러워 비키니를 입고도 스키를 탈 수 있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또 바다도 가깝다. 리용에서 2시간 반 정도면 가까운 지중해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해수욕도 즐길 수 있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리용의 거리를 거니노라면 한없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이 가게도 쳐다보고, 저 가게의 진열장을 통해 매력 있을 것 같은 주인 아주머니도 살펴보고…… 행여 눈이 마주치면 웃음짓는 이 여유로움! 여기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손에 하나 들었다면 나는 나폴레옹이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이미 그가 부럽지 않긴 하지만)
(왼쪽) 리용 중심가의 풍경. 이 곳에는 커다란 분수광장이 있고, 예스러운 회전목마도 있으며,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도심을 “유람”한다. 어떤 이는 앉아 독서와 일광욕을, 어떤 이는 가게의 전시품을 구경하고, 또 햇볕이 작열하는 한여름에는 분수의 물로 열기를 식히기도 한다. (오른쪽) 시청과 오페라하우스 사이의 광장에 설치된 사자 조각품들. 리용은 프랑스어로는 Lyon, 영어로는 Lyons로 표기하며 실제적으로 사자와 관련이 있어 리용시의 문장에 사자가 그려져 있다.
나는 서울에 있을 때에는 명동이나 종로 거리를 거닐기를 즐겨 하여 어떤 때에는 서너 시간씩 이 골목 저 거리를 기웃거린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나의 젊은 시절이 있고, 또 강남에 비하여 ‘얼’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흠이 있다면 명동. 종로에서 여유로움을 찾는다면 그것은 사치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리용에서는 시내 한복판의 벤치에 앉아 책도 읽을 수도 있고, 옆의 방랑인 (tramp)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여유로운가! 리용은 역사적으로 로마제국의 지방수도로 골 (Gaule, Gallia)족의 수도였다. 그래서인지 Gallo-roman문화가 잘 발달해있었다. 리용에는 아직도 로마시대의 극장이 남아 있으며 5월부터 9월말 까지는 이 고대로마 극장에서 예술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학생시절에는 오페라를 볼 수 있는 돈이 없었으니 종합리허설이 있는 날 저녁에 야외 극장의 뒷길에 서서 무료로 감상하기도 했다. 리용은 UNESCO에서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왼쪽) 리용의 주교성당인 쌩 졍 (Saint Jean) 성당. 12세기에 건축되었으며, 작동하는 시계 중에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천체시계가 있다. (가운데) 로마극장 Theatre Romain의 잔재. 리용은 로마제국의 골 Gaule (Gallia)지방 수도로서 로마제국 당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오른쪽) 손느 La Saone 강변. 리용에는 두 개의 강이 흐르는데 프랑스 중심부로부터 흐르는 손느 강과 스위스의 레만 호 (Lac Leman)부터 지중해 까지 흐르는 론 (Le Rhone)강이 있고 시가지 중심은 이 두 강 사이에 위치한다.
리용은 또한 Silk Road의 마지막 기착지이어서 Silk산업이 발달했다. 그리 보면 세계적으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쟈카드 (Jacquard) 기술이 리용에서 발명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직물산업이 발달하였던 이유로 리용에는 직물박물관이 있고, 그 옛날에 세계각국에서 쓰던 직물류들이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왕궁에서 쓰던 모든 견직물을 리용에서 짜 올렸기 때문에 도시전체가 부자동네와 같으며, 아직도 이름있는 Silk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많이 있다. 그 유명한 Hermès 제품도 리용에서 만든다. 백여 년이 훨씬 넘은 공장들이 많으며, 이런 공장의 아틀리에에 들어가면 그 자체가 예술품이고, 일하는 노년의 부인들 자체가 예술가였다. 그러니 한국에서 아무리 밀라노프로젝트라고 하여 프랑스. 이태리의 견직물을 흉내 내려고 해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디자인을 한국과 리용에서 만들어보았는데 직조는 한국도 잘하지만 후처리 (Finish)에서는 한국 것이 리용 것에 비하여 색감 등 Touch가 한참 아래 수준이었다.
지금은 일본, 한국, 남미, 그리고 중국에 밀려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는 리용의 실크산업은 세계적인 고급품을 생산하였다. 오래 전 이태리의 실크산업은 리용 실크의 하청공장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왼쪽 스카프는 그리스의 말을 모티프로 한 것인데 Madeleine Vionnet제품으로 G7회의 시 영부인에게 선물된 걸작품이다. (주: 마들렌 비오네 Madeleine Vionnet는 Fashion을 처음으로 산업화한 선두주자로 신화적 여인)
리용은 전원 속의 대도시이다. 실제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시골냄새가 물씬 나는 시골이다. 비닐하우스는 전혀 보이지 않고, 봄에는 유채화, 여름에는 옥수수. 해바라기 등 정말로 전원이다. 산과 밭과 호수와 포도밭이 어우러져 마음을 탁~ 트이게 해주는 전원, 누구에게나 고향처럼 느껴질 것이다. 리용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먹는 것이다. 미식의 수도로 알려져 있다. 어느 식당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미식가들은 그 식당에 갔었다고 하면 ‘아!’ 하고 존경의 감탄사를 뿜어내게 만든다. 거의 모든 식당들이 음식을 맛있게 한다. 리용사람들은 외국음식에 대하여 대단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서 세계각국의 음식을 리용에서 맛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밤에도 심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대도시가 아니면 유럽에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다. 밤에 여는 곳이 없으니 친구들과 한잔 들며 이야기를 나눌래야 분위기 있는 곳이 없다. 그러나 리용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밤새도록 여는 디스코에서부터 Rock Café, Pub이 즐비하다. 리용에서는 우리의 밤은 항상 젊은 것이다.
프랑스사람들 특히 리용에서는 먹는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다. 집에 초대하여 정성스레 식사를 준비하여 같이 나눈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사진은 필자의 집에서 즐거운 저녁을 나누는 한 때. 필자의 딸, 수련이가 손님접대를 하며, 가정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철저한 예절교육을 시킨다.
강을 끼고 언덕이 있는 도시, 그런 도시가 살아있는 도시인 것이다. 리용에는 두 줄기의 강이 멀리부터 달려와 이 곳에서 합친다. 남성 같이 힘찬 론 (Le Rhone)강은 스위스 레만호로부터, 여자의 고운 자태와 같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언제나 다소곳이 흐르는 쏜 (La Saone)강은 프랑스의 중심부로부터 먼 여정을 풀고 리용에서 만나 지중해로 영원한 신혼여행을 떠나는 강, 가는 길목 마다 프랑스를 비옥하고 풍부하게 하여주는 젖줄기와도 같다. 나의 저녁 나들이는 항상 한 곳에서 끝난다. 아무리 밤이 늦더라도 그 곳을 들러 '마지막 한잔'을 하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인 것이다. 밤의 대학교가 보이는 카페, 바로 그 곳이다. 한국의 대학교는 불이 꺼지지 않지만 (공부하고 연구 하느라고?), 프랑스의 이 대학교는 나의 낭만을 살찌운다. 나는 자주 이 카페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리며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론 Le Rhone강변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내려다본 강변 야경. 건물은 리용3대학교와 리용2대학교이다. 이 야경은 황홀하다. 모르는 여행객은 이 야경을 지나쳐버릴 염려가 있으니, 다음에 리용에 가시면 꼭 필자를 찾으시길……
수 천 년을 내려왔어도 아직도 젊은 도시가 리용이다. 학생들이 많아서 평균 연령이 낮으며, 사람들도 친절하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안전하고 또 사람들과 관공서가 외국인에게 친절하니 파리와는 절대적으로 비교가 안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도시가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인간을 위한 개혁. 그리고 지속능 발전형의 친환경적 신개념 도시교통 등……
(왼쪽) 마치 물고기와 같이 생긴 경전철 Tramway. 이 프로젝트 실현은 새로운 산업공학적 접근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약 2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군집으로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INSA ) 학생들도 대거 참여했으며, 제의한 프로젝트는 주체적으로 실행하여 다른 프로젝트와 연결하여 경전철 실현에 참여했다. 경전철의 선로에 잔디로 입혔고, 리용의 모든 대학들과 중심가를 연결하는 이 경전철은 지하철 건설비의 6분의1밖에 들지 않으며, 친환경적이다. (오른쪽) 항상 혁신적인 사고를 실현에 옮기는 리용사람들…… 도심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내에 자동차를 가져올 필요가 없도록 교통체계를 서서히 바꾼다. 사진은 “무인자전거임대” 장소. 시내에서 자전거를 이용하여 볼일을 보고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이동하여 자전거를 그 곳에 두고 떠날 수 잇도록 구상되었다. 리용 시내를 자전거 타고 유유자적하는 사람들 - 장보는 아저씨, 정장의 여사무원 등등 –을 볼 수 있다. 리용사람들은 “연구. 개발”이라는 단어 보다는 개혁 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며, 이는 프랑스 전체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개발. 발견만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프랑스를 한달 동안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어머니에게 내가 물었다. « 엄마, 프랑스 어때?» « 얘야, 프랑스 참 좋다. 아름답기도 하고 물건도 다 좋고 또 여유도 있으니…… 그런 땅에 애석하게도 프랑스 사람만 살다니……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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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한국인이 쓴 글이구나 하고요. 저는 리용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테크놀로지에 관련된 일로 왔다가, 이제는 제 사업을 하고 있지요. 리용에 오실일 있으시면 만나뵈면 좋겠네요.. 제 회사와 제 소개는 http://euhong.com 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